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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70년 분단 뛰어넘을 노력해야"주교들, 사목 현장 체험으로 북한이탈주민들 만나

주교들이 북한이탈주민들을 만났다.

12일 진행된 방문 프로그램인 ‘주교 현장 체험’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주관으로 열렸으며, 강우일 주교, 박현동 아빠스, 손희송 주교, 옥현진 주교, 장신호 주교, 정신철 주교 등 6명과 민화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경기도 안성 하나원과 북한이탈청소년들을 위한 ‘한겨레 중고등학교’를 찾아 하나원 수료생들을 만나 격려하고, 북한이탈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며, 이들의 지원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북한이탈주민의 초기 정착을 위한 교육, 생활기관인 ‘하나원’은 1999년 안성, 2012년 화천에 세워졌다. 안성 하나원은 여성과 가족, 화천 하나원은 남성들을 위해 운영된다.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언어, 생활, 직업 교육은 물론 의료, 육아 등 생활 전반을 지원하고 이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할 준비를 돕는다.

경기도 안성 하나원을 찾아 탈북민과 대화를 나누는 주교단. ⓒ정현진 기자

12일에는 안성 하나원 246기 89명이 3개월 교육과정을 마치는 수료식이 열렸다. 그 뒤 이들은 각 지역에 마련된 보금자리를 찾아 하나원을 떠났다.

주교단과 민화위 관계자들은 수료식에 참석해 이들을 격려하고 함께 식사와 환담을 나누기도 했으며, 시설들을 둘러보고 북한이탈주민들의 생활과 적응 과정을 살폈다.

주교단과 만난 북한이탈주민들은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오기까지 겪었던 고통스러운 일들을 토로하기도 했으며, 처음 남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 과연 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인지 두려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또 하나원 내 청소년들을 위한 ‘하나둘학교’에서 만난 북한이탈청소년들은 어려움이 있으면 함께 기도하겠다는 주교들의 말에 “어머니가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는 등의 바람을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어떤 공부가 가장 어렵냐는 질문에 특히 남과 북의 언어가 많이 다르고 의미가 전혀 반대인 것도 있으며, 특히 외래어가 많아 국어 공부가 가장 어렵다고 답했다.

하나원 내에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하나둘학교에서 북한이탈청소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주교단. ⓒ정현진 기자

“역사는 절대로 뒷걸음질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그 역사의 갈림길에서 고통을 겪고 이 자리에 왔지만, 여러분들을 맞이할 미래는 좀 더 밝은 미래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강우일 주교)

수료식에서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축사를 통해 “명실공히 한국의 국민이 된 것을 축하하고, 그동안의 고생이 보상받는 행복한 날을 맞이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빈다”며 수료생들을 축복했다.

강 주교는 “그러나 마냥 가볍고 단순하게 축하할 수만은 없는 것은 남한사회의 극심한 소득격차와 경쟁 체제는 북에서 겪지 못한 또 다른 어려움과 좌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걱정하면서, “새로운 체제의 어려움, 차별 등의 장애물이 분명히 있겠지만, 최근 남북 관계의 기적같은 변화는 반드시 사람들의 변화도 가져올 것으로 믿는다. 실망하고 좌절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도 용기를 내라”고 당부했다.

그는 “앞으로 여러 지역에 흩어져 정착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고 상당한 도전이 올 것”이라며, “가장 힘들고 답답할 때, 이 자리에 있는 각 지역 주교들을 비롯해 그 지역에 있는 주교들을 찾아 가라. 기쁘게 맞이하겠다”고 말했다.

주교단은 경기도 안성 원불교재단이 운영하는 북한이탈청소년들을 위한 '한겨레중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정현진 기자

하나원 방문을 마친 주교단은 인근 ‘한겨레 중고등학교’를 찾았다.

2006년 문을 연 ‘한겨레 중고등학교’는 북한이탈청소년들을 위한 기숙형 중고등학교로 원불교 교단이 교육부와 통일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현재 150여 명이 중등, 고등과정 정규 교육과 직업 교육 등을 받고 있다.

주교단을 맞이한 교장 정명선 교무는 “이 학교는 남과 북이 만나는 공간이고, 이곳에서 살고 배우는 북한이탈청소년들은 ‘먼저 온 미래’”라며, “이들이 탈북 과정에서 겪은 상처를 치유하고 가르치면서 통일이 된 뒤에 이들이 먼저 남과 북 곳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사들과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옥현진 주교(광주대교구)는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대학들을 통해 이들이 더 많이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북한이탈청소년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 ⓒ정현진 기자

강우일 주교는 “먼저 원불교에서 아주 좋은 몫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며, “반면 가톨릭교회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자책감도 든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종교인들이 70년간의 분단 상황에서 보다 일찍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활동을 했어야 하는데 노력이 부족했다”며, “앞으로라도 분단을 뛰어넘어 70년 동안 갈라졌던 민족이 통합될 수 있도록 종교인으로서 노력해야 한다. 이곳의 학생들이 새로운 나라의 주춧돌이 되기를 축원한다”고 말했다.

‘주교 현장 체험’에서 하나원을 찾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주교회의가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한 현장 체험은 사회복지, 소공동체, 환경생태, 민족화해, 정의평화 등 다양한 분야의 사목 현장 방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6월에는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주관으로 인천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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