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민화위 조사

‘탈북 가톨릭 신자’들이 천주교에 바라는 것은 직업 알선, 의료 혜택, 남한 적응 같은 도움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민화위)가 2014년 탈북 신자 170명을 설문조사해 내놓은 ‘신자 북한이탈주민 신앙생활실태 연구’에 따르면, 이들 중 33.1퍼센트가 교회에 ‘직업 알선’을 원한다고 답했다.

이 설문 결과를 성별로 나눠 보면 남성은 주로 직업 알선(36.7퍼센트)을, 여성은 의료 혜택(33.3퍼센트)에 대한 도움을 원했다. 지역별로 수도권 거주자는 교육, 직업 알선, 남한 적응에, 그 외 지방 거주자들은 의료 혜택, 직업 알선, 종교적 도움,(상담, 영적 지도) 여행에 관심을 보였다.

탈북 신자에게 천주교 신앙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5점 만점으로 물은 결과 ‘마음의 평화 얻기’, ‘삶의 목표와 가치 찾기’, ‘남한 사람들과 친할 수 있는 기회 제공’, ‘남한 생활 적응’ 등에서 평균 3.5점 이상으로 긍정적인 답변이 나왔다.

그러나 ‘금전적, 경제적 도움’이나 ‘구직의 도움’, ‘배우자를 만나는 기회 제공’ 같은 항목에 대해서는 평균 2.8점 미만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 한반도 모자이크 그림을 그리는 '통일캠프' 참가자. 이 캠프는 천주교 3개 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2012년 개최했으며 탈북자 40여 명이 참가했다.ⓒ강한 기자
주교회의 민화위는 “교회에게 도움을 바라는 항목으로 ‘직업 알선’이나 ‘의료 혜택’과 같은 분야가 표시된 것을 보면, 신자 북한이탈주민이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조사 결과 드러난 탈북 신자의 욕구가 교구별 탈북자 지원활동의 구체적 내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교회의 민화위는 이번 연구를 위해 각 교구 민화위와 탈북자 지원활동을 하는 수도회, 그룹홈 등을 통해 탈북 신자 333명을 파악했다. 그러나 교구나 수도회, 단체 등이 알지 못하는 탈북 신자가 더 있을 수 있다면서, 주교회의 민화위는 2014년 현재 탈북자 가톨릭 신자가 4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주교회의 민화위에 따르면 2014년 10월 말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자는 2만 5000여 명이며, 이 가운데 천주교 신자는 333명으로 약 1.3퍼센트가 된다.

응답자 다수는 천주교를 처음 접한 곳이 ‘하나원’(통일부 소속 탈북자 정착지원기관, 39.3퍼센트)과 ‘국가정보원’(20.2퍼센트)이라고 답했다. 주교회의 민화위는 이러한 답변은 대다수 탈북자가 남한 입국 전에 천주교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증언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탈북 신자들은 천주교 신앙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으로 ‘생계활동으로 인한 시간 부족’을 가장 많이 꼽았다. ‘고해성사(판공성사)’와 더불어 ‘공감하며 실천하기 어려운 교리’를 신앙생활의 어려움으로 지적한 이들도 많았다.

주교회의 민화위는 탈북 신자 다수가 생계활동으로 시간이 부족해 신앙생활이 어렵다고 했지만, 이와 함께 절반 이상이 교회 단체에 가입하고 싶다고 답한 것을 주목했다.

그러면서 탈북 신자가 신앙생활을 포기하거나 마음이 있어도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고, 그들의 신앙을 지켜 주고 키워 내는 것이 천주교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다른 종파, 종교를 가진 탈북자들이 경제적인 지원뿐 아니라 사목적 차원에서도 높은 만족감을 갖고 신앙생활을 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교회가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70여 개 문항의 설문지를 통해 북한 거주 당시의 종교 경험, 천주교 입교 과정, 세례 뒤 신앙생활 등을 물었다. 민화위가 확인한 탈북 신자 333명에게 연락한 결과 220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170개 설문지가 모아졌다. 응답자 중 82.1퍼센트는 여성이었으며, 연령대별로는 1970년대에 태어난 사람이 32.7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주교회의 민화위는 2014년 9-12월에 이 조사를 진행했으며, 연구자로 북한대학원대학교 박사 과정에 있는 강주석 신부(의정부교구)와 오혜정 수녀(주교회의 민화위 사무국장)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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