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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수용시설 운영에 깜짝 놀란다”희망원 문제, 천노엘 신부 등 토론

대구 희망원 문제를 두고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한 천주교 사제가 대형복지시설을 운영하는 것을 구시대적이라며 지역사회 중심 소규모 서비스로 모델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4월 4일 국회도서관에서 정의당 국민건강복지부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천노엘 신부(성 골롬반외방선교회)는 “힘이 약한 이들을 위해 격리된 대규모 생활시설보다는 지역사회 중심의 소규모 서비스를 증진시켜 나가도록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지방정부에도 이러한 방향의 복지정책이 수립되어 가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교회의 예언자적인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80대로 아일랜드 출신인 천 신부는 사회복지법인 무지개공동회 회장이며, 국내 최초로 지적 장애인과 봉사자가 함께 생활하는 그룹홈을 광주광역시에서 운영했다. 그는 60여 년 동안 장애인 삶의 질 향상, 인권 옹호에 헌신한 공을 인정받아 2016년 특별귀화 허가를 받아 한국 국적이 됐다.

   
▲ 4월 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희망원 문제 토론회에 참석한 천노엘 신부(왼쪽)가 다른 이의 발표를 듣고 있다. ⓒ강한 기자

“희망원, 약자에 대한 사회서비스 혁신 기회로”

천 신부는 “오늘날 선진 국가에서는 희망원과 같은 대형시설은 이미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도 한국에서는 대기업 대표, 정치인, 종교 지도자 등 사회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대규모 수용시설을 찬성하고 있다”며 “국제적 전문가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교회가 희망원과 같은 대규모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1990년대부터 주교들에게 한국 복지정책의 문제점을 설명해 왔고,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꽃동네 방문을 반대했다고 말했다.

천 신부는 “희망원의 문제는 어느 한 대형 시설, 어느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제”라며 “온 국민 모두가 성찰하는 자세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사회서비스를 혁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대통령선거 후보들에게 대규모 거주시설을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공약을 요구했다.

끝으로 그는 희망원을 운영해온 이들이 희망원에서 살다 숨진 사람들의 사망 소식을 가족에게 제대로 알렸는지, 가족에게 장례 방식 선택권을 줬는지, 화장했다면 유골이 보존돼 있는지, 매장했다면 묘비는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과장, “지자체가 희망원 운영해도 문제 있을 것”

한편, 희망원을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운영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토론회에 참석한 강인철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은 “지자체가 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있다”며 전문성과 ‘낙하산 시설장’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한국전쟁 이후 양산된 장애인, 고아 등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 형태로 사회복지시설이 만들어졌는데, 개선하지 못한 것은 반성해야 한다”며 “저희도 탈시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장애인복지관장으로 일하던 때, 한 장애인이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했지만 나이든 아버지가 요양병원에 입원한 뒤에는 집에서 그 장애인을 보살필 사람이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강 과장은 “지역사회에 다양한 서비스와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여러 가지(형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4월 4일 국회도서관에서 '희망원 인권침해와 비리사건 해결을 위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강한 기자

희망원 대책위, “천주교는 여전히 사태 심각성 이해 못해”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조민제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시설보호에서 자립지원 중심으로 사회복지 전달 방향을 바꿔야 한다”며 “희망원을 중심으로 기존 전달체계의 전환모델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3월 22일 미사 중이던 명동성당 대성전 안에서 벌인 시위에 대해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유감”을 표하고, 희망원 문제 등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운영 과정에서 시행착오, 실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조 위원장은 “여전히 희망원 사태의 심각성과 문제의 본질을 이해 못한다”고 비판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발언권을 얻은 <비마이너> 하금철 기자는 “탈시설은 나중에 논할 문제”이고 “희망원에서의 형사적 범죄의 가해자를 색출하고 처벌하는 데 대한 사회적 논의가 먼저”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 사건은 대구의 종교집단이 수십 년간 뛰어들어온 사회복지사업을 반성적으로 평가할 계기로 만들어야 하는데, 선진적 활동을 한 신부님이 토론회에 나와 개인적 소회를 밝히는 정도로 진행되는 것이 아쉽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반성하고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할 것인가 고민을 (교회) 내부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전국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8개 장애인 단체가 공동주최했다. 서종균 서울주택도시공사 주거복지기획처장, 김명연 상지대 교수(법학),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학생도 토론자로 함께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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