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문건, 'KTX 승무원 판결'을 박근혜정부 협조 사례로 적어

'KTX 승무원 판결'을 사법부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협조해 온 사례라고 쓴 사법부 문서가 드러난 데 대해 KTX 해고승무원들과 대책위가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대법원은 해고승무원 대표들과 만나 의혹에 관해 해명하고 수습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철도노조 KTX승무지부, 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KTX 승무원 대책위)는 5월 29일 대법원 앞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이 상고법원 추진과 대법관 임명제청 협조, 재외공간 법관파견 협조 등을 위해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가 요구하는 대로 판결을 왜곡시켰다”면서 “양승태가 책임자로 있던 대법원은 고등법원까지 계속 승소해 온 KTX 승무원 관련 판결을 이유 없이 뒤집어 10년 넘게 길거리를 헤매어 온 해고승무원들을 절망의 나락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관련자들의 구속 수사, 해고자 복직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이어 KTX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카타리나) 등 20여 명은 대법원 안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했다.

5월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환수 대법원장 비서실장이 30일 오후 2시 대법원에서 해고승무원 대표들과 만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KTX 승무원 재판 등을 활용해 박근혜 정부에 상고법원 도입을 설득하려 했다는 의혹에 관해 해명하고 수습방안 등을 논의한다.

KTX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이 5월 29일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호준 기자

한편, KTX 승무원 재판 외에도 사법행정권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5월 25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과거사 사건에서 “부당하거나 지나친 국가배상을 제한”하고, 통상임금, 콜텍,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등 경제, 노동 사안에서 “국가경제발전”,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판결을 내리는 등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문건이 작성된 것이 확인됐다. 이 사건은 사법부의 독립을 크게 훼손한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대법원 앞 기자회견에서 KTX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은 “대법원마저 정권과 야합하고 청와대와 대통령의 뜻에 따라 수많은 여성노동자의 꿈을 짓밟아 버렸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지났지만 아무도 KTX 해고승무원 문제를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상우 신부(부산교구)는 “공정을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여라” 하는 구약성경 아모스서 내용을 인용했다. 그는 KTX 해고승무원 판결은 강물처럼 자연스러운 판결이 아니었고, 부정한 개입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부산에서도 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어 유 신부는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이라는 법의 이념에 맞게 KTX 해고승무원 판결이 이루어졌는지 물으면서, “각자에게 그 몫을 나누어 주는 것”이라는 뜻에 맞게 “정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KTX 해고승무원들은 철도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 보전 및 임금지급 가처분소송’의 1, 2심에서 “철도공사가 여승무원들의 실질적 사용자이며, 본안 판결까지 임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지만, 2015년 대법원이 이를 파기한 바 있다.

한편, 철도노조 KTX승무지부와 KTX승무원대책위는 지난 5월 24일부터 서울 서부역에서 복직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한 바 있다. KTX승무원대책위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 비정규직대책 한국 교회연대, 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종교계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대법원장 면담 요청서 전달 과정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과 법원 관계자들이 부딪혔다.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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