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 등 종교계 적극 중재, 직접고용 문제 남아

KTX 해고승무원들의 환수금 문제가 종교계 중재로 전격 해결됐다.

1월 16일 대전지법(조정전담법관 정우정)은 “종교계가 제시한 중재안에 따라 KTX 해고 승무원은 원금의 5퍼센트인 총 1억 4256만 원(1인당 432만 원)을 2018년 3월말까지 철도공사에 지급하고, 철도공사는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는 내용의 조정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권고는 이번 주 원고와 피고 양측에 전달되며, 2주 뒤까지 양측에서 이의신청이 없으면 조정이 성립된다.

오늘(16일) 마지막 조정심리에서 양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조정이 성립된 것으로 보인다. 철도공사 이사회 결정이 남아 있지만 경영진은 이 조정안에 동의했다.

환수금 문제는 대법원이 해고 승무원들이 철도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보전 및 임금지급가처분소송’의 1, 2심을 뒤집으면서 발생했다.

2008년 제기한 소송에 대해 1심과 2심은 “철도공사가 여승무원들의 실질적 사용자이며, 본안 판결까지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2015년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고 해고 승무원들의 청구를 기각해, 그동안 받았던 해고기간 임금을 되돌려 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당시 금액은 1인 당 8640만 원이었으며, 현재는 이자가 붙어 1인 당 1억 원에 달한다. 환수금 문제가 벌어지면서 2015년 3월 16일 해고 승무원 한 명이  세 살 아이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번 중재에 참여한 종교계 대표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 대한성공회서울교구장 이경호 주교다.

이들은 중재안에서, 해고 승무원들에게는 지급된 임금 총액의 5퍼센트를 감수하고, 국제노동기구와 유럽의회 제소 등과 철도공사를 상대로 한 성차별적 고용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철도공사에는 환수금의 나머지 95퍼센트를 포기하라고 제안했다.

이들은 해고된 KTX 승무원들의 고통은 경제적 효율만을 중시하고, 노동의 중요성과 인간의 존엄은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사회적 흐름 속에 있다며, “해고 승무원들의 부당이득금 환수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되고 더 이상 방치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어느 누구도 배척, 배제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문제 해결을 호소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천주교계도 그동안 KTX 해고 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해 미사, 오체투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대해 왔다. ⓒ정현진 기자

종교계 중재 과정에 참여한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정수용 신부는 16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종교인들이 오래 관심을 가져 온 결과다. 특히 지난해 7월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종교계가 해고 승무원과 각계 관련자들을 만나면서 설득과 조정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정 신부는 “철도공사 이사회 결정과 후속 합의 과정도 남았다. 그러나 철도공사 경영진들이 중재를 받아들이고 있고, 지금 상황에서 이사회가 부결하면 사회적 파장이 크기 때문에 무리 없이 중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신부는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정규직 직접 고용 문제가 남아 있다”며, “현재 정부의 공공부분 비정규직 전환정책에 따라 사업장별로 협의체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자회사 고용이 쉽다. 그러나 자회사 고용은 현재 남아 있는 33명의 해고 승무원은 이미 거부했다. 이 부분을 끝까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KTX열차승무지부 정미정(펠리꿀라) 총무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종교계가 문제 해결을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해 줬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환수금 자체를 부정했기 때문에 100퍼센트 만족은 하지 못한다. 또 우리가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완전한 해결을 바랐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복직이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면서도 선결과제인 환수금 중재안을 받아들였다. 이제 정규직 복직이라는 싸움의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고, 계속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철도공사 내부에서 정규직 전환을 위한 협의체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1월 중에 협의를 마칠 예정이다. 협의 대상에는 해고 승무원뿐 아니라 이미 고용된 비정규직도 포함되기 때문에 이들의 직접고용이 확인되면 해고 승무원 문제도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TX열차승무지부는 16일 조정심리 결과에 성명을 내고 연대한 시민들과 종교계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한편, “해고 승무원들의 처지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환수금 문제는 해결됐지만 여전히 ‘해고승무원’이다. 하루 빨리 안전을 책임지는 KTX 열차 승무원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철도노조도 “10년 넘게 싸워 온 KTX해고승무원 문제는 비정규직 문제의 시금석이며, 오랜 기간 숱한 사회적 갈등을 겪고 나서야 문제가 해결됐다는 점에서 정부와 철도공사는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안전보다 효율을 앞세워 비용절감이란 이름으로 비정규직을 확대했던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업무에 대해 철도공사가 직접고용하고, 해고된 승무원들의 복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철도공사의 전향된 자세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KTX 해고승무원 문제는 2006년 철도유통으로부터 승무사업 위탁관리를 반납 받은 철도공사가 KTX관광레저(현 코레일관광개발)에 재위탁하면서 시작됐다.

승무원들은 간접고용으로는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며 2006년 3월 1일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파업을 시작했다. 파업은 4일 만에 끝나고 철도공사가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자, 복귀하지 않고 싸운 승무원 가운데 180명이 해고됐다.

환수금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안에 천주교, 개신교, 불교 대표들이 서명했다.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노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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