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복음화연구소, '평신도 그리스도인' 주제로 토론
새천년복음화연구소가 '제삼천년기 평신도 그리스도인'을 주제로 연 심포지엄 종합토론에서는 신앙과 삶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데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졌다. 그만큼 참가자들은 평신도들이 '믿음 따로, 생활 따로' 사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이다.
5월 19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노동자, 사용자가 함께 세상을 바꾸는 하느님 사업을 할 방법의 필요성과 실천 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해 영성신학자 최우혁 씨(서강대 강사)는 명례방, 신협 등 협동조합을 만든 경험이 한국 천주교 전통 안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복음의 원칙을 깎아 내며 사는 것이 현실이라고 하지만, 노동의 권리가 곧 사회교리의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 씨는 그리스도인 경영자는 노동자에 대한 형제애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역대 교황들의 요청이라며, “자선 이전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존엄하게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내가 보장하는가 여부가 더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박영기 노무사(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상임위원)도 “일과 신앙의 결합, 조화”를 말했다. 박 노무사는 “점점 교회가 고령화, 세속화, 정치적 보수화되는 흐름 속에서 일과 신앙이 괴리되어 간다”며 “삶과 신앙은 전혀 상관없고, 주일 미사만 드리면 모든 게 용서되는 것이 복음화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것은 “죄의 형태”일 수 있다며, 이에 대해 레오 13세 교황이 자본과 노동에 관한 회칙 “새로운 사태”를 반포한 1891년 이후 “교황님들이 127년간 말씀하셨는데 바뀌지 않았고, 더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노무사는 “비정규직, 여성, 고령자 등 또 다른 가난한 사람들”을 언급하고, “(농성을 하려고) 굴뚝에 오르는 분들은 정규직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극단적 투쟁을 하는 노조나 노동자는 외롭다”면서 “우리가 해결은 못 해 주지만, 그 곁을 지키며 함께하는 일 그 자체가 복음화가 아닐까” 하고 말했다.
한 참가자가 신자들의 생활을 바꾸고, 공동선을 이루기 위해 가톨릭 교회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묻자, 고준석 신부(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는 신앙과 삶 일치 문제는 “굉장한 딜레마에 속한다”고 말했다. 고 신부는 병원 등 교회가 운영하는 조직에 신자들을 포함한 노동조합이 있고, 경영 책임을 맡은 사제들과 다툼이 있는 경우를 예로 들며, “서로 자기 이익을 위해 말하며 괴리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그리스도인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 성화 소명”이고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세상이 조금은 변하게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그 결실은 먼 훗날에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준석 신부, “성직자, 평신도 모두 권위주의에 매여 있어”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 천주교가 지내는 '평신도 희년'에 맞춰 '평신도 그리스도인'에 중점을 뒀다.
고준석 신부는 '인간학적 - 사목적 관점에서 바라본 평신도의 존엄성'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권위주의적인 태도와 사고, 행동방식 역시 평신도들에게서도 나타난다”며 “위로부터 일방적인 하향적 구조에 익숙한 성직자, 그런 성직자에 의지하는 수동적인 평신도들 모두 권위주의적인 사고에 매여 있다”고 비판했다.
고 신부는 주교, 사제,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교회 공동체를 돌보도록 불리움 받은 사람들”이라며, 특히 “평신도들은 자기 소명에 따라 현세의 일을 하고 하느님의 뜻대로 관리하며 하느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사람들로서 .... 교회의 사도직 소명을 실천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연구원, “우리의 평신도 연구, 현실과 멀다”
토론자 김정은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신자들에게 “'평신도' 용어뿐만 아니라 교계제도, 사도직, 보편사제직과 직무사제직 등의 용어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현실을 놓고 보았을 때, 평신도에 관한 연구 주제들이 사도직 소명에 집중되는 것은 오히려 현실과의 괴리를 만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교회는 “끊임없이 '역할'과 '성과'를 요구하는 삶에 지친 신자들에게 직무가 아닌, 평신도가 지니는 존엄성의 원천으로부터 나오는 기쁨과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상에 복음의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면서도, 교회 안으로는 교회의 제도가 아닌 그리스도인 개개인에 집중하여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찰을 강하게 요구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교황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를 구분하지 않고 한 개인으로서 그리스도인의 성찰을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우혁 신학자, “그리스도교의 사랑이 모든 관계에 스며야”
영성신학자 최우혁 씨는 '사회회칙의 지평과 전망 안에서 교황들이 요청하는 제삼천년기 평신도들의 일과 희망'을 주제로 발제하며, “새로운 사태”를 비롯한 역대 교황들의 '사회회칙'이 발표된 배경과 주된 가르침을 소개했다.
한편, 그는 “평신도들의 균형 잡힌 생활을 위해서 필요한 덕목은 '예지'”(“간추린 사회 교리” 548항, 각주 1147)라면서, 예지는 성찰-판단-행동의 세 단계 과정을 거치게 해 준다고 말했다. 또한 “평신도의 일상을 이끄는 그리스도교의 사랑”은 “모든 사회관계 안에 현존하고, 그 관계들 사이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세상은 사랑이 모자라고,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로 넘쳐난다”며 “여전히 우리가 힘써 해야 할 일은 사랑하고 기뻐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영기 노무사, “신자 기업인의 역할도 중요”
토론자로 나선 박영기 노무사는 노동조합의 필요성, 정당한 임금을 받을 노동자의 권리를 밝힌 “새로운 사태” 반포 뒤 127년이 지났지만,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구호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박 노무사는 평신도 기업인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의 책 “기업 리더의 소명”을 인용해 “직원들이 자기 일을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일터를 강조했다. (관련 기사 : 갑질을 보는 가톨릭의 눈)
새천년복음화연구소는 2005년에 만들어졌으며, 연세대 의대 교수였던 조영동 씨(세례자 요한)가 소장으로 있다. 연구소는 예수의 제자 훈련, 복음 선포, 계약 공동체의 삶, 교회와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에 대한 실천적 방안을 실증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평신도 연구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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