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복음화연구소 ‘그리스도인 행동에 대한 신학적 고찰’ 심포지엄

새천년복음화연구소(소장 조영동)가 10월 26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3층 강당에서 ‘그리스도인 행동에 대한 신학적 고찰’을 주제로 12번째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정재우 신부(가톨릭대 생명대학원)가 ‘인간의 행위와 덕’, 허규 신부(가톨릭대 성신교정)가 ‘성경과 그리스도인의 윤리’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으며, 김수정 교수(가톨릭대 의과대학)와 김효준 신부(의정부교구 신앙교육원)가 각각 논평을 맡았다.

ⓒ정현진 기자

인간 행위의 목적과 수단, 결과… 그 모든 과정에 책임을 묻는다
식별력과 실천력이 반복되면서 인간 내면의 ‘덕’으로 자리 잡아

‘인간의 행위와 덕에 관하여’라는 소주제로 발표를 맡은 정재우 신부는 본성적으로 선하고자 하는 인간의 선의지와 행위의 관계, 그리고 인간의 행위와 덕의 관계를 성찰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우선 정 신부는 인간의 선의지와 행위의 관계에 대해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을 지향하고 악을 피하려는 본성을 가졌다”면서도 “그러나 인간의 행위는 자유로운 이성과 의지로 이뤄지므로 반드시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또한 그 행위의 목적과 수단, 결과 등 모든 과정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우 신부는 인간의 행위에는 행위자의 식별력과 판단력,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무엇이 좋은 행위인지 잘 식별해내지 못한다면 선행을 행하기 어렵고, 식별했다고 해도 행동으로 옮길 실천력이 약하면 선행을 행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떤 행위가 좋은 것인지 판단하는 식별력은 현명함, 좋은 행위를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은 용기, 부적절한 행위를 하지 않을 실천력은 절제, 인간관계 안에서 공정함을 실현하는 힘은 정의로 표현하며, 이것은 그리스도교 윤리에서 사추덕이라고 부른다.”

정 신부는 이러한 식별력과 실천력이 성장하면서 한 사람 안에 하나의 ‘덕’으로 자리 잡는다며, “인간 행위가 반복될수록 행위자의 내면 안에 미덕 혹은 악덕이 자리 잡게 되며, 이 덕을 통해 우리는 그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우 신부는 “덕은 각자의 인간적 품위와 직결된다”면서, “품위, 인품은 바로 덕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렇기에 좋은 행위를 통해 좋은 덕을 쌓아가는 것은 나 자신을 실현하고 완성하며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이뤄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성경을 통해 본, 신앙인의 윤리 규범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 인간 존엄성과 피조물과의 상생적 관계가 윤리적 기준

이어 허규 신부는 ‘성경과 그리스도인의 윤리’에 관한 발표를 통해 앞선 정재우 신부의 발표에 답했다. 허규 신부는 그리스도교적 윤리가 구약과 신약성경 안에서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설명하면서, 선행과 악행을 식별하고 행할 수 있는 기준과 지침을 성경에서 찾았다.

우선 허 신부는 구약에서 드러난 그리스도적 윤리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을 따라 창조됐음에 주목하면서, ‘타인에 대한 윤리적 태도’와 ‘다스림의 행위’에 대해 역설했다. 허규 신부는 타인에 대한 윤리적 태도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할 책무이며, 다스림의 행위란 인간과 모든 피조물과의 관계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인간은 환경 안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환경은 인간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일렀다.

이어 십계명을 들면서, “십계명은 인간의 행위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유익을 위한 것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것”이라면서, 십계명을 통해 균형 잡힌 윤리적 이상을 향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도를 따르고 닮은 일, 지금 여기에서 시작해야

허규 신부는 이어 신약성경을 통해 윤리적 실천의 시간적 의미와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준 윤리적 결단의 모범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허 신부는 “이미 시작됐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하느님 나라의 시간적 차이”의 의미를 통해 “그리스도인의 삶은 미래에 완성될 결과를 지금 현재의 자리에서 준비하고 시작해야 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특히 바오로 사도의 윤리적 가르침을 제시하면서, 윤리적 행위의 기준을 ‘성령에 따라 사는 것’이라고 이른 허 신부는 “성령에 따른 삶이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선과 악, 정과 오를 식별하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령에 따르는 삶의 목표는 바로 그리스도의 모범을 본받고 더 나아가 그리스도를 닮기 위한 것이며, 그리스도의 모범이란 죽음의 십자가에서 보여준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허규 신부는 식별의 출발점은 하느님 사랑과 자비의 체험이며, 이 체험을 통해 하느님의 뜻을 따를 수 있도록 한다면서, “그리스도인들이란 하느님의 가르침,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이 모든 것들을 지니고 그에 맞갖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과 맺은 새로운 관계 안에서 새로운 삶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허규 신부는 “성경은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행동규범을 전해주지 못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가치에 중심을 두고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가르침을 준다”며 “성경의 윤리적 권고들은 개인의 자유를 바르게 누릴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신앙인들이 자신의 양심을 통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으려면, 기도와 양심성찰, 고해성사를 통해 끊임없이 식별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