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복음화연구소 제안

신앙과 삶의 괴리, 교회와 사회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사회교리를 일상 문화의 차원에서 접근해 문화교리로 전환하고, 교회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해 지역사회와 연대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28일 새천년복음화연구소가 마련한 15번째 심포지엄이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발제를 맡은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김민수 신부는 신앙과 삶, 교회와 사회의 괴리가 점점 심해지는 사례를 들며 문제를 제기하고, 일상 차원에서의 문화 사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우선 김 신부는 사회현상에 대해 교회가 빠르게 복음적으로 성찰하고 대응해야 하는데, 사회적 관심과 연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와 사회의 상호 소통이 부족하고, 교회가 지역사회를 그저 선교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고도 했다. 사회교리가 제대로 실천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그는 오늘날 신앙과 삶의 분열이 예전보다 심하다며, 교회 안에서는 모범적이지만, 일상에서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감추거나 세속적 가치관을 따르는 위선적인 그리스도인이 많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매일 먹고, 일하고, 물건을 사고팔고, 이웃과 관계하는 모든 일상이 신앙과 관련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화 사목이 복음을 신앙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실천이고 방법이라며 문화사목을 위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김 신부는 평신도와 사목자의 수평적 관계 속에 평신도가 사목협력자로 사목에 참여하고, 교회 내 문제뿐 아니라 인권, 환경, 생명, 민족화해, 종교간 대화 등도 사목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새로운 사목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는 이런 새로운 사목이 세상을 향해 모든 분야, 사람, 시공간에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열린 사목’이고 ‘통합사목’이며, ‘문화사목’이라고 했다.

▲ 천주교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김민수 신부 ⓒ배선영 기자

그는 효과적으로 문화사목을 하려면, 복음적 가치와 세속의 가치를 조화시키기 위해 선거투표권 행사, 문화적 소비자 운동, 시민사회운동 등 정치, 경제, 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교리가 보다 실질적으로 드러나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기에 앞서 김 신부는 사회교리가 퍼지기 어려운 이유들을 분석했다. 그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 갈등이 교회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쳐 사회교리를 바탕으로 공동선과 사회정의를 말하는 성직자를 종북이라고 비판하는 신자들, 사회교리라는 용어에 대한 평신도의 부담 등을 이유로 들었다. 또 사회교리가 사회 구조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일상과 동떨어지다보니 이론적이고 추상적 차원에 머문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신부는 “구조의 전반적 개선뿐 아니라 인간 행위의 개선을 위한 미시적 차원에서 일상 문화의 변화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안으로 “사회교리 교육을 문화교리로 전환할 것”을 제시했다. 그는 신앙 실천은 일상문화라는 구체적 삶의 자리를 통해 이뤄지기에 문화교리가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 신부는 문화주체 회복을 위해 지역이기주의, 연구주의, 물질만능주의, 외모지상주의, 차별 등 지배 이데올로기에 관해 예언자적 태도로 비판과 저항, 고발과 정화의 작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환경문제, 노동력 착취 등을 고려한 윤리적 소비를 할 것을 강조했으며, 교회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면 지역사회 주민들이 참여를 유도해 본당공동체가 친교와 나눔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논평을 맡은 한국가톨릭문화원 박문수 부원장은 김 신부의 사목 대안을 실현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그는 우선 신자들이 ‘늘 깨어 투명하게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영성훈련이 필수라고 했다. 또 사제 개인 또는 일부 신자만의 관심으로 새로운 사목의 패러다임이 본당에 도입되기 어렵다며, 교구를 초월한 사제들의 연구모임이나 협의회 등을 만들어 먼저 활성화하면 좋겠다고 했다.

▲ 가톨릭대 민속학 김영수 초빙교수 ⓒ배선영 기자

한편, 이날 또 다른 발제자인 가톨릭대 김영수 교수는 ‘가톨릭과 한국 민속의 상관성’이라는 주제로 한국 민속에 가톨릭이, 가톨릭에 한국 민속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분석했다.

김 교수는 종교가 하느님을 향한 순수한 마음인 ‘내면적 신앙’과 그 지역의 문화인 ‘축적적 전통’으로 이뤄진다고 파악했다. 예를 들어 로마의 신자와 한국의 신자는 내면적 신앙의 면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축적적 전통에서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한국 교회만의 상황이라는 것이 있고, 이는 “가톨릭 문법으로는 해명이 어렵다”고 했다. 즉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와 기반이 있어야 한국 교회, 문화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톨릭에서 받아들여진 한국 민속으로 상장의례의 연도와 장례절차, 삼우미사 등을 꼽았다. 그는 서구에서도 장례미사와 위령미사가 있지만 전통 가락으로 연도를 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고 했다.

또 우리 민속과 가톨릭이 비슷한 부분이 있어, 가톨릭을 우리 문화로 받아들이는 데 기여한 배경이 된 우리 민속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새로 차를 사거나 가게를 열 때 사제를 초청해 축복을 청하는 것은 고사와 연결할 수 있으며, 묵주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도 부적 신앙과 유사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가톨릭과 민속문화의 상관성을 검토한 결과, 교회의 중심이 지식인에서 일반 서민으로 옮겨지면서 사회성보다는 개인적 지향으로 가톨릭을 받아들여 공동체적이기보다 개별적인 것이 더 민속과 연결돼 있다고 했다. 또 교회의 의식적 가르침에도 신자들이 큰 영향을 받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했다.

결국 가톨릭이 우리 민속을 ‘표면적 거부와 이면적 수용’이라는 이중 구조로 받아들였으며, 한국 신자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신자로서의 정체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대립과 갈등을 어떻게 수용해야하는 지가 문제라고 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한국 교회에서 한국적 영성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가톨릭 신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1950년대, 1980년대는 모두가 힘겨웠던 때로 위로가 되는 종교에 의지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오늘날은 “눈물 흘리는 사람을 안아 주지 못하고 위로해 주지 못하는 교회가 서민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그것이 우리 신앙선조와 우리 문화의 정신”이라고 했다.

▲ 서강대 종교학과 오지섭 교수 ⓒ배선영 기자

이에 대한 논평을 맡은 서강대 종교학과 오지섭 교수는 “한국적 영성은 전통적 삶의 내용과 연결 속에 지금 현재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인이 보여주는 삶의 모습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현재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인의 삶의 모습이 한국적 영성”이라고 했다.

오 교수는 무교, 도교, 불교, 유교의 종교문화로 형성된 전통적 한국인의 삶이 지금 현재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의 삶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한국적 영성 찾기에 초점이 돼야 한다고 했다.

새천년복음화연구소는 2005년에 만들어졌으며, 연세대 의대 교수였던 조영동 씨(세례자 요한)가 소장으로 있다. 연구소는 예수님의 제자훈련, 복음선포, 계약 공동체의 삶, 교회와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에 대한 실천적 방안을 실증적으로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평신도 연구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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