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노사위, "기업 리더의 소명"

대한항공 땅콩 회항, 남양유업 갑질, 재벌의 골목상권 독과점, 부당해고 남발과 비정규직 양산....

이러한 일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그저 나쁜 사람이라서 그럴까. 근래 자본의 세계화가 이뤄지면서 “자본이 새로운 자유를 얻었으며, 이는 곧 경제 권력이 치외법권의 지위가 됐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여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일까.

한국 사회 기업 윤리가 공동선을 통한 이윤 추구가 아닌 자본을 위한 자본의 증식으로 치달음에 따라 사회적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일깨우는 책자가 발간됐다.

사진 제공 = 가톨릭출판사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가 2012년 3월 펴낸 “기업 리더의 소명”(The Vocation of the Business Leader: A Reflection)을 번역해 내놨다.

정의평화평의회 피터 턱슨 추기경은 머리말에서 ‘기업 리더의 소명’이 “기업인에게는 편람과 같고, 대학교수에게는 새로운 구조의 흐름을 연구하고 강의하기 위한 소책자와 같은 결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기업 리더의 소명’은 기업인과 기업의 소명에 대해 베네딕토 16세의 사회 회칙 "진리 안의 사랑"을 중심으로 가톨릭 사회교리에 비춰 오늘날 기업과 기업인의 현상을 짚어 보고 끝에는 ‘기업 리더를 위한 진단 체크리스트’를 통해 구체적으로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업가들에게는 위대한 자원이 맡겨진 것이고,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위대한 일을 하기를 요구하신다. 이것이야말로 소명이다.” (“기업 리더의 소명” 1장)

이 책은 기업인의 소명은 ‘인간’이자, ‘하느님의 부르심’이며, ‘창조 사업을 드러내는 특별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며, 기업의 사명은 지역 사회에서 공동선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일깨우면서, 이를 실현하는 데 장애가 되는 요인을 “많은 사람들이 고백하는 신앙과 일상생활 사이의 모순, 즉 ‘분열된 삶’”이라고 밝힌다. 또 이러한 분열은 “궁극적으로 ‘우상 숭배’로 이끌며, 기업 활동의 유일한 기준을 ‘이윤의 극대화’로 여기게 된다”고 경계한다.

“기업의 가장 큰 위험 가운데 하나는 의심할 바 없이 투자자들의 요구에 거의 전적으로 따름으로써 자신들의 사회적 가치를 제한하는 것입니다.”(베네딕토 16세)

‘기업 리더의 소명’은 또 기업 경영의 기본 윤리 실현하는 실천적 윤리원칙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세상의 요구에 부응하고, 선하고 생산적인 일을 조직하며, 지속 가능한 부를 창출하고 이를 공정하게 분배할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 모든 원리 가운데는 인간 존엄과 보조성, 연대성이 작용해야 한다고 이른다.

결론에 이르러 이 책은 기업가들을 ‘행위의 실천가들’이라고 명명하면서, 특히 그리스도인 기업 리더의 첫 활동은 “하느님께서 그에게 베푸신 것을 받는 것”임을 수용하고, 이를 다시 베푸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번역을 맡은 박용승 교수(경희대 경영대학,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기업 리더의 소명’은 경제와 경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가장 우선적인 ‘인식의 변화’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교회 신자들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사회적 책임 경영이라는 큰 화두를 던지는 책”이라고 평했다.

박 교수는 오늘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윤리 경영의 필요성은 기업 ‘생존’이라는 측면에서 기업가들이 먼저 동의하고 있다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느껴도 실현이 어려운 것은, 그것이 패러다임의 변화, 결국 개인과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에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용승 교수는 이 책이 “교육자나 기업인, 모든 신자들을 포함한 노조원, 소비자들이 공유하고, 공론화할 수 있는 불씨가 되고 나침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업 리더의 소명’은 비매품이며,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02-924-2721)를 통해 받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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