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폐지 종교, 인권, 시민단체 연석회의 등 국제토론회 열어

국제사형제반대위원회와 한국의 사형제 폐지 종교, 인권, 시민단체 연석회의,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함께 주최한 사형 폐지 국제토론회가 4월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세계인권선언 70주년 등을 기리며 '사형제 폐지 국제적 현황 및 국내 이행'을 주제로 열린 이 토론회 기조발제에서 국제사형제반대위원회 이반 시모노비치 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보는 시기”라며 “국제 앰네스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사형을 여전히 집행하는 국가의 수는 줄고 있지 않지만, 사형 집행 자체는 줄어들었다는 보고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1997년 12월 30일을 끝으로 사형 집행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은 사형제 폐지국가라고 간주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이 사회, 경제, 기술 분야에서 보여 준 인상적인 진전을 인권 분야에도 반영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한편, 시모노비치 위원은 “인권 분야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없다”며, 특히 필리핀, 터키, 몽골 등 몇몇 나라들에서 폐지됐던 사형을 다시 도입하려는 움직임에 주의를 촉구했다.

'사형제의 폐지와 그 대안에 관한 논쟁'을 주제로 이어진 발표에서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유럽연합대표부 대사는 사형제도에 대한 대중의 지지에는 “모호한 차원”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여론을 언급해 사형을 정당화하는 것을 비판했다.끝으로 그는 “세계는 한국이 사형을 폐지하고 생명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보호할 길을 모색하길 주시하고 있다”며, 인권 중심 발전을 위한 국회와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일본 정부에 대해 “(사형 정당화를 위해) 여론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전략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일본 변호사 협회가 2016년 10월 사형 폐지를 위해 일할 것, 최악의 범죄자조차도 재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식 선언문을 채택했으며, 사형의 대안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4월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사형제 폐지 국제적 현황 및 국내 이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제공 =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사형제 현황 및 대체형벌제 검토'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사형은 한국의 현실에서는 실제 적용되는 형벌이 아니라 극악무도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법질서가 정의의 편이라는 것을 보여 주어 대중의 분노를 삭혀 줄 뿐인 상징적인 형벌로 변질되고 있다”며 “극형의 상징으로 순화된 사형제의 기능은 종신형으로 대체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사형이 확정된 수형자에 대한 사형을 사실상 영구히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그로 하여금 내일의 희망도 없이 살아가도록 하는 것보다는 가석방의 희망을 품고 도덕적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범죄인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 보다 나은 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국민을 설득하려면 범죄인의 사회복귀를 위해서 일반예방을 일방적으로 후퇴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보증할 수 있도록 종신형을 설계하여야 할 것”이라며 “사형제 폐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논쟁이 아니라 사형제 폐지에 부정적인 대중을 설득력 있는 대안의 제시로 설득하는 한편, 결단을 내리고 돌파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축사에서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똑같이 참혹한 형벌로 응징하는 폭력의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 내야 한다”며 “범죄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구조적인 모순을 찾아내어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사회적, 정서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대주교는 “범죄로 고통받는 피해자와 가족들이 다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면서 “사형제도의 완전한 폐지는 안전한 사회,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더 크고 무거운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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