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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폐지, 새로운 나라의 정신과 맞닿아20대 국회, 5번째 법안 발의, 단순 법개정 넘어 헌법에 생명권 명시해야

“사형제 폐지는 법안 개정을 넘어 생명 존엄에 대한 범사회적 확인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제15회 세계사형폐지의 날을 맞아 10월 10일 사형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연석회의, 국회 생명존중포럼 등 관련 단체가 기념식을 열고 다시 한번 사형폐지 명문화 의지를 확인했다.

2017년 12월 30일로 한국은 사형집행이 중단된 지 20년째인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며, 1999년 첫 사형제도 폐지 법안이 발의된 지 18년을 맞는다.

기념식에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유흥식 주교와 조성애 수녀, 천주교인권위원회, 불교조계종 인권위 진관 스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정진우 목사, 원불교인권위원회 등 종교계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등 정치권에서 두루 참석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참석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선언문에서 “대한민국은 이제 실질적 사형폐지국을 넘어 완전한 사형폐지국이 되어야 하며, 참혹한 범죄에 참혹한 형벌로 응징하는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20대 국회에서 여야가 마음을 모아 사형제도폐지특별법 공동발의에 동참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이들은 사형제 폐지와 함께 범죄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아픔,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한 범사회적 노력도 요청하면서, “(이같은) 사형제의 완전 폐지는 안전한 사회를 위해 국가와 사회가 앞으로 더 크고 무거운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며, 국회와 정부가 전 세계적 부름에 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흥식 주교는 기념사에서, 사형제 폐지는 물질적 발전과 힘의 지배를 성공으로 여기는 죽음의 세태, 세계 정치 지도자들도 폭력성과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인류사적 위기 선상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범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사형이 아니라 생명존중이라는 보편적 선의 가치가 빛을 발할 때 사라질 수 있다"며, "생명이 그 자체로 귀하게 다뤄질 때, 진정한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식에서 종교, 정치, 시민사회계 참석자들은 "사형폐지는 생명권을 위한 새로운 시대를 위한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진 기자

이어 정세균 국회의장과 추미애 의원도 사형제도 폐지는 단순히 일부 법개정을 넘어 개헌과 연결되어야 하며, 생명존중 사회로 전환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민들은 새 헌법에서 기본권 강화, 그 가운데서도 안전권과 생명권, 환경권의 보장을 요청하고 있다며, “사형제 존속은 감정이 아니라 이성적 판단이 우선되어야 할 사안이며, 이러한 사회적 요청을 헌법개정에 반영해 한국이 진정한 인권국가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의원도 “범죄수단이 흉포해지고 물질이 동기가 되는 상황에서 단지 불편하고 거슬린다고 범죄자를 기계적으로 배제, 거세하는 것은 세월호를 교통사고에 비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생명 하나하나를 존중할 때, 우리 각자도 하나의 생명체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는 개헌과도 맞닿아 있으며, 헌법을 통해 생명과 사람이 먼저인 사회로 키를 선회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이 자리에서 사형폐지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그 내용은 19대 국회에서 유인태 의원이 발의한 내용을 승계했으며 그 형식은 기존 형사소송법 등을 개정해 사형을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특별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번 공동발의는 전체 의원 200명 이상의 동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다만 법사위 통과가 늘 어렵다. 법사위에서 부결되면 본회의에서 표결할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에서 사형폐지법안이 발의된 것은 18년 전인 1999년 15대 국회부터 꾸준히 발의되어 왔지만, 자동폐기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1999년 15대 국회에서는 유재건 의원 등 90여 명이 ‘사형제도폐지 특별법’을 제출했지만 법사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16대 국회에서는 이부영(당시 한나라당), 정대철(당시 민주당) 의원 등이 국회 과반수인 155명이 서명해 발의됐지만 법사위에도 상정되지 못했다.

2004년 17대 국회에서는 유인태 의원(당시 열린우리당) 등 과반수가 넘는 175명이 법안에 서명했지만 당시 유영철 사건 등으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결국 자동 폐기됐고, 김부겸 의원 등이 발의한 18대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했다. 2010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보수정당 의원으로서 사형폐지 법안을 발의했지만 법사위에 상정되지 못했고, 19대에서 유인태 의원이 다시 172명의 동의를 얻어 ‘특별법안’으로 발의했지만 폐기됐다.

종교계에서는 2001년부터 천주교를 비롯한 7대 종단이 참여하는 ‘사형폐지범종교인연합’이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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