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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서 진정한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야”우리신학연구소, 필리핀에서 '토착부족민' 연수회

“1960-70년대에 교회가 식민정복자와 다름없이 토착부족민(Indigenous Peoples, IPs)과 이들의 문화를 미신이라며 박해하고 개종시키는 것을 선교의 목표로 삼았다. 이런 태도는 조금씩 개선되었고 2000년대에는 이들을 받아들였지만 동반자 관계로 가기는 아직 갈길이 멀다.”

필리핀에서 가장 큰 섬인 민다나오의 부킷논에서 개최된 이동학교에 참가한 토착민 활동가, 학생, 토착민 청년 지도자들은 교회가 식민지배자의 태도에서 서서히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문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로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다고 지적했다.

우리신학연구소가 주도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아시아평신도지도자 포럼’은 10월 29일-11월 3일 필리핀 부킷논의 ‘예수회 피정의 집’에서 ‘이동학교’를 열었다. 

이 행사는 민다나오 부킷논뿐 아니라 다바오, 삼보앙가, 코타바토, 팔라완 등지에서 온 35명의 청장년 활동가들이 참가해 필리핀 교회와 토착부족민의 역사, 현대 복음선교와 아시아의 다원주의, 종교 및 문화와의 대화, 무제한의 발전과 생태위기, 토착민 공동체의 복원성 등을 주제로 워크숍 중심으로 진행됐다.

‘교회와 토착부족민의 역사’를 주제로 한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은 1960-70년대에는 교회가 부족민 집을 찾아다니며 세례를 주거나 자녀들을 가톨릭 학교에 보내도록 강요했고 토착민들이 믿는 신상이나 성물 등의 상징물들을 불태우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1980-90년대에도 상황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토착부족민을 여전히 차별했고 ‘예수에 대한 신앙’이 아니라 잡신들을 숭배하는 이들로 폄하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원로’의 지도력은 약화되었고 원로 중심의 부족민 전통을 잃어 갔다고 보았다.

2000년 대희년을 맞아 교황이 선교사와 교회가 일찍이 호주 토착부족민에 행한 행위에 대해 용서를 청하면서, 필리핀 교회도 토착부족민들에 대한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주교회의 산하 ‘토착부족민위원회’ 설치를 비롯해 본당과 교구에서도 ‘토착민 사도직’, ‘토착민의 날’ 등이 설치되거나 제정되었으며 토착민 공동체의 상징물을 미사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알빈 아세테(왼쪽)와 조안 탈라산. ⓒ황경훈

워크숍을 이끈 문화인류학 전문가 로리 빅터는 토착부족민에 대한 박해와 차별은 스페인 식민지배가 끝나고 난 뒤에도 필리핀인 관리들에 의해 지속되었다고 보았다.

그녀는 “스페인 정복자들과 교회가 토착민을 야만인이나 미신을 믿는 미개인으로 보았다면, 식민지 시대 이후 필리핀인 관리들은 이들을 ‘문화적 소수자’(cultural minority)라고 분류했다. 그러나 정부가 공식 인정한 토착민이 115부족이나 되는 필리핀에서 문화적 소수자라는 말은 잘못된 것이며 이는 식민지 잔재”라고 비판했다.

빅터는 토착민들에 대한 불의는 개인 차원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저질러진 것이므로 화해를 위해서는 토착민에 대한 ‘역사적 정의의 회복’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교회와 사회는 말만이 아니라 토착민 권리 회복과 복지를 위한 실질적인 제도와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동학교에 참가한 알빈 알세테(29)와 조안 탈라산(32)은 필리핀 교회가 2021년에 가톨릭 교회 도래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9년간의 기념의 해’를 제정했지만 여기서 토착민부족은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민다나오지역 주교회의 토착민위원회 전 총무인 조안은 “많은 성직자들, 사제들이 토착민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사목적 고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알빈도 “부족민 출신 주교나 최종결정 기구에 참가하는 성직자들이 몇 명 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사목정책이 마련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알빈과 조안은 “필리핀 교회가 500주년을 기념하면서 이들에게 정당한 자리와 역할을 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면서 그럴 때야만 비로소 ‘동반자’라는 말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교회와 토착민 공동체가 힘을 합쳐서 토착민 관련법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동학교 참가자 그룹. ⓒ황경훈

참가자들은 10월 29일 워크숍에 앞서 현장 체험을 하고 해발 1100미터에 자리 잡은 만다히칸 ‘바랑가이’(한국의 리나 읍 같은 소행정단위)에 속한 마하라이 지역의 술릿 부족과 움마얌논 부족을 방문했다. 약 600가구 4000여 명으로 이루어진 이 부족들은 여러 마을에 흩어져 살며 주로 옥수수와 고구마 같은 밭작물에 의지해 살지만 대부분 절대 빈곤에 처해 있다.

빈곤 문제뿐 아니라 부족 간, 그리고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분쟁으로 토착민들은 심각한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만다히칸의 릭키 우가데 대표는 불과 한 달 전까지 필리핀 공산당의 무장조직인 ‘신인민군’(NPA)이 매복해 정부군을 공격하는 등 교전이 계속되고 있어 양편의 싸움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정부와 대기업이 이 지역에 대규모 리조트를 만들기 위해 개발을 하고 있어서 산에 살던 토착민이 산 아래로 쫓겨나는 상황이라 살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평신도지도자 포럼은 마닐라에 사무국을 두고 있으며 2017년부터 이동학교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이동학교는 아시아의 각 나라나 지역을 방문해 청년지도자를 대상으로 일주일 동안 진행하는 연수회다. 올해에는 1월에 방글라데시, 8월에 파키스탄에서 이동학교를 진행했다.

미아라이 마을 주민들과 이동학교 참가자들이 필리핀 교회가 정한 ‘영원한 도웅의 성모’ 축일을 맞아 열린 미사에 참가하고 있다. ⓒ황경훈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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