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한국 천주교회는 2017년 11월 19일 평신도 주일을 시작으로 2018년 평신도 주일(11월 11일)까지 “평신도 희년”을 지내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교계 질서를 유지해 오고 있는 가톨릭 교회 안에서 평신도들은 목자의 인도를 받아야 하는 양떼로서 간주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이들은 아니었다는 사실은 이 땅에 뿌려진 신앙의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 처음으로 신앙의 빛을 밝히고 초기 한국교회를 이끌었던 분들이 바로 깨어있던 평신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친분 있는 신부님들 중에서 몇 분이 “CLC라는 단체를 아세요?” 라고 물어 오셨습니다. 평신도들이 독자적으로 다양한 영성강좌와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하는데, 이 모임이 요즘 교회 안에 침투하여 이상한 교리를 퍼뜨리는 유사 그리스도교 단체가 아닌지 확인하고 싶으셨던 것이지요.

하필 제가 그런 질문을 받게 된 까닭은, CLC라는 단체가 예수회 창립자인 이냐시오 데 로욜라 성인의 영성을 기초로 활동하고 그 영성에 관하여 홍보하고 있기에 예수회원의 설명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의 CLC 로고. (이미지 출처 = mission.lmu.edu)

CLC는 Christian Life Community의 약자로서, 이냐시오 데 로욜라의 영성을 기초로 살아가는 생활공동체입니다. 당연히 성인이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과 뜻을 모아 창립한 예수회(Society of Jesus)라는 수도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평신도 그룹입니다. 

이냐시오의 영성을 일상에서 매우 열심히 실천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열정에 찬 이들이 많이 있고, 또 서로 그렇게 양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 세계에 지부를 가지고 있고, 각 지부의 동반사제(지도신부)는 원칙상 예수회원이 맡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CLC는 예수회의 제3회가 아닌가? 하는 물음이 생기지만, 이냐시오 데 로욜라 성인은 제2회도 제3회도 창설하지 않았습니다. 

“제3회”란 “재속회”라고도 불리며,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세속에 살면서, 특정 수도회와 관계를 맺고 그 수도회의 정신을 실천하는 평신도의 모임입니다.(가톨릭용어사전 참조)

당연히 그 수도회 창립자의 정신과 수도회 회칙을 공유합니다. 수도회의 제1회는 남자 수도회, 제2회는 여자수도회, 그리고 이와 구분하여 제3회는 재속회로 분류됩니다. (편집자 주- 이 기사의 제3회는 재속회로 분류된다는 내용은 잘못된 정보이므로 정정 기사 "재속회는 제3회가 아닙니다"를 참조 바랍니다.)

제3회에 소속된 회원들은, 소속 수도회의 지도를 받습니다. 세속에서 소속 수도회의 정신을 살려 내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도 성무일도를 규칙적으로 바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동참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란치스코회와 가르멜회의 제3회원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CLC가 언뜻, 제3회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예수회의 수도회 헌법과는 별개의 규칙을 가지고 생활하기에 그들은 예수회의 재속회가 아닙니다. 예수회와는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는 1563년 “성모회”라는 신심단체에서 출발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제3회로 규정이 되든 아니든, 세속에서 공존하면서 세속화되어 가는 교회의 현실에 대해, 세속에서 살면서 그리스도교의 다양한 영성을 가꾸고 실천하려는 평신도들의 노력은 틀림없이 더욱 밝은 빛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이 땅에 신앙을 전해준 선조들이 그러하셨듯이, 다시 한번 평신도의 열정을 기대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평신도 희년을 통해 그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도합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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