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수도회 수녀들의 모습. (이미지 출처 = Flickr)

주변에 결혼 적령기를 넘긴 “연륜 있는” 청년들이 여럿 눈에 띄다 보니 자연스레 이 친구들을 모아 활동 수도회 분위기의 공동체를 하나 만들어 볼까 하는 사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 때마침 그런 친구들 중에 한 친구가 수도회는 어떻게 설립될 수 있는지 물어 왔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예수회의 예를 들어 보자면, 수도회가 생기기 전 초창기 그룹은 의기투합한 사제들의 모임이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과 사도들처럼, 함께 이스라엘에 가서 활동하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이 뜻은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못했고, 심사숙고 끝에 교황 알현을 통해 자신들을 교황에게 봉헌하는 방식으로 수도회 설립의 기초를 다졌습니다.

교회 역사 안에서 수도회는, 그리스도교가 순교의 시기를 거쳐 정치적으로 로마제국의 국교가 되면서 형성되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순교가 이루어졌던 시기에는 적잖은 이들이 예수님의 희생을 닮을 수 있다는 열망에 죽음을 불사했습니다. 그러다가 로마제국의 국교가 되고부터는 더 이상 순교를 할 이유가 없게 된 셈입니다.

이때부터 고행과 극기를 통해 그리스도와 일치를 원하는 이들이 생겨났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광야로 나가 은둔하며 구도의 길을 모색하였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은둔자들을 찾아와 영적 안내를 받거나 삶의 지혜를 얻어 가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어떤 이들은 자신도 마찬가지로 은둔자의 삶을 선택하고 그곳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수도원 공동체가 형성되었습니다.

나중에 교회가 좀 더 조직화되면서 수도원(혹은 수도회)의 창립은 해당 지역의 주교가 관할하게 되었습니다. 교구장들은 교황청(사도좌)과 의논한 뒤 각기 자기 지역에서 축성생활회를 설립할 수 있습니다.(교회법 579조 참조) 수도회는 축성생활회에 포함됩니다. 참고로 축성생활회에 대해서는 “재속회는 제3회가 아닙니다”라는 기사도 참고하여 보시길 권합니다.

확실한 은사(charisma)가 있다면 수도회 창립은 그리 어려워 보이질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끄실 테니까요. 그럼에도 우선 기존에 있는 수도회들 중 비슷한 영적 체험을 가지고 있는 수도회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미 설립되어 있는 어떤 수도회와 성격상 중복되는 수도회를 설립하는 데 교구장의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요.

전적으로 자신을 봉헌하고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이 잘 보이질 않아 앞으로 수도회의 생명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살아가고자 하는 다양한 방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연륜 있는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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