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부산, 인천 노사위 KTX 해고 승무원 위한 미사

“월급이나 복지가 아니라 승객의 안전을 위한 정규직 채용을 요구하며 싸웠기에 12년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끝이 보여서인지 오히려 더 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주십시오.”(김승하 지부장)

서울대교구와 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18일 서울역사에서 ‘KTX 해고 승무원 문제 해결을 바라는 미사’를 봉헌했다. 이 자리에는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도 참석했으며, 신자 50여 명이 해고 승무원들과 연대했다.

‘KTX 해고 승무원 문제 해결을 바라는 미사’는 지난 7월 10일, 9월 26일에 이어 세 번째로 봉헌됐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카타리나)은 “정규직을 위해 떼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가 떼를 썼다면 그것은 월급인상이나 복지 개선이 아니라 승객의 안전을 위한 직접고용이었다”며, 12년을 버틴 이유를 다시 확인했다.

그는 승무원으로 고용된 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소속으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다른 회사에 속한 구조에서는 사고나 문제가 생겼을 때, 1분, 1초가 다급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소통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월급이 줄더라도 직접고용을 요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아직 우리가 직접고용되지 못했다는 것은 여전히 KTX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도공사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KTX 여승무원 280명이 파업에 들어간 것은 2006년 3월 1일. 4일 만에 파업이 끝났지만 철도공사가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자 이들은 복귀하지 않고 오늘까지 싸워 왔다. 280명 가운데 자회사 입사를 거부하고 해고된 승무원은 180명. 그 가운데 33명이 남아 싸우고 있으며, 지난 2015년 대법원이 ‘부당해고’라는 1, 2심 판결을 뒤집고 고법으로 파기 환송한 뒤, 승무원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5년 판결 당시 양승태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승무업무는 안전과 서비스로 구분되며, 안전 업무는 열차팀장, 서비스 업무는 여성 승무원이 담당한다며, “핵심 업무는 안전 업무고 서비스 업무는 비핵심업무이므로 비핵심 업무의 외주화는 정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2015년 개정된 철도안전법은 열차 승무원에게도 안전 업무를 의무화하고 운전업무 종사자와 여객승무원은 철도사고 등이 발생하는 경우 현장을 이탈해서는 안 되며, (안전을 위한)후속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받도록 했다.

결국 대법원의 판결, 철도공사의 입장과 철도안전법은 모순이다.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카타리나)은 "끝이 보여서인지, 해 지기 전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지금 더 힘이 필요하다"며 연대를 호소했다. ⓒ정현진 기자

“화려하고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KTX, 그 안에 숨은 간접고용과 불법파업이라는 부조리”

이날 미사에서 강론을 맡은 유상우 신부(부산교구)는 KTX 승무원 해고뿐 아니라 철도공사 노동자들이 겪었던 SR분리, 2016년 성과연봉제 문제 등의 원인은 “정상적인 것들이 정상적으로 흘러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철도노조 내부에서도 KTX 승무원 해고 관련 문제를 잘 언급하지 않고 있는 문제도 지적했다. 

유 신부는, “‘안전운행, 국민께 드리는 철도의 약속’이라는 철도공사의 문구가 공염불이 아니기를 바라며, 그 안전을 위해 일해야 할 사람들이 일자리로 돌아가는 정상적인 날이 발리 오기를 기대한다”며, 철도노조 조합원들에게도, “해고 승무원들은 함께 승무하고 살아가야 할 동료들이다. 노동의 가치를 드러내고 싶다면, 지금 가장 힘들어하는 해고 노동자들에게 실질적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

함께 미사를 집전한 이영훈 신부(부산교구 노사위원장)는 “이 미사를 통해 같은 아픔을 공유하며 돌아간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새로운 고민이 생긴다. 부산에서도 이 문제가 잘 해결되도록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지난 11월 22일 부산에서 발족한 ‘KTX 해고 승무원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지역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12월 11일 부산역에서 진행된 해고 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108배에도 함께했다.

서울대교구 노사위원장 정수용 신부는 미사를 마치며, “이 모든 일이 일어난 이유는 우리의 탐욕 때문”이라며, “정당하게 지불해야 할 금액을 지불하지 않은 피해를 가장 먼저 입는 것이 노동자들이다. 이익 추구가 아니라 정당한 대가가 지불될 때, 우리 사회의 안전과 생명, 노동의 가치, 인간의 존엄도 지켜질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서울과, 부산, 인천 노사위가 KTX 해고 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미사를 함께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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