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평화연구소, 북핵 위기와 교회 관계 검토

“어려움이 있지만 북한과 대화하려는 한국 주교들의 노력은 대화와 발전에 앞장서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인상적으로 보여 줍니다. 이는 미국이 북한과의 갈등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보여 주는 미흡한 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미국 샌디에이고 교구장 로버트 매컬로이 주교는 천주교 의정부교구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나서 이렇게 말했다. 매컬로이 주교는 샌프란시스코 대교구 보좌주교로 있다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샌디에이고 주교로 발탁한 이로 미국교회의 차세대 지도자로 기대되는 인물이다.

이어 매컬로이 주교는 “지난 15년 동안 북미관계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이런 한계가 매우 잘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의 행동에 미국이 불만과 의심을 품을 만하더라도, 미국의 보복 조치, 단계적 압박, 비난 등은 “전쟁과 평화 윤리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에서 매우 강조하는 평화 건설의 자세와 반대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몇 가지 경우에서 미국이 북한에 보였던 반응은 오늘의 관점에서 보면 관계를 긍정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잃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주관으로 12월 1일 경기 파주 참회와속죄의 성당에서 열렸다. 평신도들을 중심으로 300여 명이 참여했다.

북미 갈등 상황에서 미국 가톨릭교회의 역할에 대해 매컬로이 주교는 “전쟁과 평화에 관한 가톨릭의 가르침이 이러한 위기 상황에 있는 미국과 모든 세계에 부여한 의무를 참되고 효과적으로 증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는 현대 전쟁의 위험이 너무 커서(그간 교회가 유지해 온) 정당한 전쟁 전통의 한계에 새롭고 긴박한 도덕적 제약이 더 생겼다는 가장 강력한 확신이 포함된다”도 강조했다.

매컬로이 주교는 “교회가 미국인들에게 전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현실 가운데 하나는, 위험 없는 대안은 없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끊임없이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미국 가톨릭 공동체의 이러한 성찰은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최근 수십 년 동안 전쟁에 의존하는 방법을 추구한 신자들조차 정당한 전쟁의 전통을 체계적으로 약화시켜 왔기 때문입니다. 이 성찰은 참된 마음의 회개, 인간의 마음을 갉아먹는 전쟁 심리에 대한 거부, 무장 충돌이 아니라 화해를 향한 훨씬 더 심오한 운동으로 평화를 위해 싸우는 길을 옹호하려는 기꺼운 마음을 가질 것을 우리에게 요구합니다.”

로버트 매컬로이 주교 ⓒ강한 기자

매컬로이 주교는 미국 주교회의 국내정의와 인간발전위원회(Committee on Domestic Justice and Human Development) 위원이다. 그는 지난 11월 바티칸에서는 열린 ‘완전한 군축과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전망’ 국제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참여해 사회교리에 기반해 핵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핵무장 반대 입장을 확인한 바 있다.

한편, 매컬로이 주교는 오랫동안 유지돼 온 ‘정당한 전쟁’(정의의 전쟁) 중심의 가톨릭 전쟁 윤리는 변할 필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대량살상무기는 범위와 규모를 상상할 수 없는 고통, 그리고 역사상 처음으로 인류가 자신의 존재를 파멸시킬 수 있는 무기를 소유하게” 했으며, 여러 나라가 서로 전쟁을 벌이게 될 때 핵보유국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그는 요한 23세 이래 현대 교황들은 “(교회가) 전쟁을 합법화할 가능성을 좁혀 놓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심포지엄의 주요 발표자들은 주교들이었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기조연설에서 한국 천주교가 평화를 교육, 실천하는 데 앞장서야 하고, 사회를 지배하는 ‘안보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주교는 “아직 남북이 적대적 이념으로 무장하고 힘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안보관이 지배하고 있다”며 “이러한 안보 담론의 허상을 폭로하고, 진정한 ‘인간 안보’를 추구하는 일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는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나 우리 내부에서 이뤄지는 심각한 갈등상황에 대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낼 필요가 있다”며 “한반도가 평화의 발신지로 자리매김하도록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겠다”고 말했다.

마쓰우라 고로 주교(일본 나고야 교구장)는 자신이 참여했던 ‘무방비지역 선언운동’을 소개했다. 이는 제네바 조약에 따라 어떤 도시가 정하는 조건을 충족하고 무방비 지역임을 선언하면, 전쟁이 일어나도 그 지역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법을 활용한 평화운동이다. 그는 한반도 38도선 주변의 비무장지대가 “평화구역”이 될 가능성이 있고, 또한 교회도 이러한 평화구역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국가'가 신성하고 절대적 가치를 지니는지 좀 더 객관적으로 비판하고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며 “각국 지도자들과 국민 모두가 편협한 국가주의를 넘어설 때 비로소 평화의 기틀이 마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아비 가넴 신부(제네바 주재 교황청 UN대표부 참사관)가 ‘평화와 군축’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한식 미국 조지아 대학 명예교수는 건강상 이유로 한국에 오지 못하면서 동영상으로 발표를 대신했다.

민윤혜경 씨(아녜스,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회원)는 박한식 교수의 발표 중 ‘경험은 지혜의 어머니’라는 말에 공감했다며, “우리가 강대국 사이에 있는 약한 나라로서 수많은 경험을 했다. 그것이 우리 지혜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북한이 국제사회를 놀라게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교회가 평화를 향한) 이러한 움직임을 계속해야 그들에게 호소할 수 있다. 우리가 기도, 심포지엄 등 무엇인가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12월 1일 경기도 파주 참회와속죄의 성당에서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주관으로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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