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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없을 거란 가정의 위험성[시사비평 - 박병상]

수도권에 첫눈이 내리던 날, 우리는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다섯 영혼을 보냈다. 사고 발생 1316일이 지나도록 가족을 수습할 수 없었던 유가족은 애써 의연했지만 얼마나 슬프고 허탈했을까. 당하지 않은 처지에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노릇이다. 1316일 전, 세월호에 탄 승객은 물론, 선박의 구조를 무리하게 바꾸고 과적한 화물을 제대로 묶지 않은 회사도 사고가 날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곧 재활동하리라 믿는 제2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사고 원인을 속 시원히 밝혀낼까?

인천 부두에서 출발하는 연안 여객선들은 세월호 사고 이전과 달리 승선 명부를 꼼꼼히 살핀다. 명부가 있으니 사고 이후 발생할 혼선은 줄어들 텐데, 화물은 제대로 고박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풍랑이 비교적 약하고 거리가 가깝기에 방심해 왔는데,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지배할수록 선박회사나 화물주는 고박을 귀찮게 여길 것이다. 선박만이 아니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버스에서 안전벨트를 매는 승객은 많지만, 일반도로는 드물다. 사고와 부상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까닭이겠지.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에 근무하는 이는 불필요한 시설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핵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의 원가가 가장 싸다고 주장한다. 다른 발전 방식과 달리 사고를 대비해 이중으로 설치하는 여러 시설은 과연 불필요할까? 사고가 나지 않는다면 쓸 일이 없는 시설이므로 관리가 소홀했고 수명을 연장한 후쿠시마에서 핵발전소는 폭발했다. 우리 핵발전소의 안전시설은 제대로 관리되고 있을까? 사고가 일어날 리 없다고 믿는 한 관리는 쓸데없는 일이 된다.

활성단층에 핵발전소를 지어도 무방한가? 눈부신 과학기술이 안전을 진단했고 운전 중에 발전소가 폭발할 정도의 지진이 날 가능성이 낮다고 계산했으므로 괜찮을 줄 알았지만 후쿠시마를 중심으로 일본은 폭발사고 6년이 지난 지금도 고통을 끌어안고 산다. 그 고통은 언제 사라질지 아무도 점치지 못한다. 지진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는 괜찮을까? 지진 안전지대라면서 활성단층 지대에 핵발전소와 핵폐기물 처리장을 세웠다. 그런데 2016년 9월 12일 경주에 이어 지난 11월 수능 하루 전날 강진이 포항에서 발생했다. 경주 여진은 600차례가 넘었다. 포항 여진은 오늘도 이어진다.

24기 핵발전소들. (이미지 출처 = 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

지난 정권과 달리 행정안전부의 긴급재난문자가 지진발생 직후 전국 핸드폰 소지자에게 울렸지만 진앙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 주민들은 특별하게 대처할 일이 없었다. 다만 핵발전소는 안전할까 염려했는데,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는 즉각 안전하게 운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믿어도 될까? 24기 핵발전소의 안전을 그처럼 빨리 점검할 수 있는 걸까? 이상 징후가 없다고 해도 우리는 믿지 못한다. 그간 핵발전소 관리 운영에 관한 정보를 독점해 온 까닭에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는 까닭이다.

인천 송도신도시 인근 2킬로미터 지점에 세계 2위 규모의 LNG기지가 있다. 고도의 안정을 요구하는 시설이므로 주택가와 멀리 떨어진 해양에 기지를 건설한다고 애초 강조했지만 송도신도시가 확장하면서 바싹 붙였다. 물론 안전을 강조했다. 연약지반인 갯벌을 매립한 자리지만 암반까지 파서 지었다며 걱정은 불필요하다고 으름장을 놓았는데, 가스가 새어 나가는 사고가 2005년에 이어 다시 발생했다. 액화천연가스가 이미 채워진 탱크에 다시 가스를 넣다 발생했는데, 그런 간단한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시설이 수십만 시민의 주거공간 인근에 있다. 안전을 강조하면서.

1995년 6월에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는 조짐이 있었지만 무시됐다. 돈 많은 고객이 몰려들어 물건을 사는 순간을 조금이라도 연장하려고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았다. 붕괴가 임박하자 경영진이 먼저 탈출했을 뿐인데, 출퇴근 시간 환승객으로 발 디딜 곳이 부족해지는 강남 일대 지하철은 지진에 어떤 대비를 하고 있을까? 암반이 많은 강북보다 위험한 지역이라지만 지진을 대비하는 설계는 애초 충분하지 않을 텐데, 우리는 그저 믿어야 한다. 활성단층이 수도 없이 지나가는 경상남북도와 달리 수도권은 지진 안전지대라고.

4대강의 대형 보는 어느 정도의 강우에 견딜 수 있을까? 새만금 간척지를 둘러막은 제방은 해일에 끄떡없을까? 휘황찬란한 송도신도시와 인천공항은 기상이변과 해수면 상승을 능히 견딜 수 있을까? 자제하지 않는 온실가스 분출로 악화되는 지구온난화는 지구촌을 기상이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데, 과학기술을 앞세우는 우리는 덮어 놓고 안전을 되뇐다. 포항 지진 이후가 걱정이다. 대부분의 핵발전소는 설계수명이 30년이거늘 활성단층 위에 짓고 있는 신고리 5호기와 6호기의 설계수명은 무슨 근거로 60년인가?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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