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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추석 연휴의 경고장[시사비평 - 박병상]

한반도 남쪽은 섬나라가 분명하다. 최장 열흘이 넘은 이번 연휴 동안 국외로 나가는 어떤 교통편도 없었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걸 보면 그렇다. 올 초에 거의 매진된 비행기는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으로 이어지는 배표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승용차가 있어도 북한을 통과할 수 없으니 표를 미리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그저 한반도 남쪽 안에서 복작거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인천 토박이에 장남이니 함께 차례 지낼 동생네를 잠시 만나면 그만인 명절 연휴. 나머지 기간은 오롯이 쉬는 나날이다. 차례 지낸 뒤 1주일 넘는 시간, 표를 미리 구할 재주와 여유가 없는 처지의 친구와 이틀 가까운 휴양지를 향했는데, 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분산될 거라던 귀성과 귀경 차량이 추석 전후 고속도로에 북새통을 이루더니 이후 수도권 관광지로 모여든 모양이다.

추석 연휴 3일 동안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되었기 때문일까? 고향에서 차례를 마친 수도권의 승용차들은 지역 경제를 돕기보다 자신의 집이 있는 수도권의 경제에 이바지했다. 고향에서 모처럼 친구를 만나 회포를 풀고 나이 들어가는 부모와 느긋하게 고향 풍경을 마음에 담는 시간은 생략되고 말았다. 차례 지낸 자식과 손주를 엉겁결에 보낸 부모는 이번 연휴가 오히려 원망스럽지 않았을까?

이번 연휴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차례에 면제되었거나 관심이 없어 해외로 빠져나간 이를 제외한 수도권 시민들은 보채는 아이 손잡고 볼 것 없는 시골에서 벗어나 놀 거리가 지천인 자신의 동네로 ‘한시바삐 귀향’했다. 고향 이미지는 부모님 사후 희미해질 것이다. 어디나 똑같은 아파트에서 태어나 수도권의 아파트를 전전하는 아이들이 나중에 찾을 고향은 철근콘크리트로 점철되는 수도권 이외에 어느 곳이랴. 다행히 수도권, 아니, 서울에 없는 게 없다.

이제 서울대학교만 ‘S대학’이 아니다. 얼마 전에 서울, 다시 말해 Seoul에 있는 대학이라면 S대학이라 했지만 요즘은 아니란다. 수도권, Sudokwon에 있으면 전부 S대학이라고 하니 수도권 이외의 대학은 아무리 전통이 있어도 지방대학일 따름이다. 영재들이 모이던 지방의 명문 대학은 요즘 지원하는 학생이 정원보다 줄어드는 실정이라고 그 대학의 교수들은 실토한다. 수도권으로 사통오달 연결되는 고속도로와 고속 열차는 블랙홀처럼 지방의 학생들을 빨아들인다고 하소연한다.

꽉 막힌 추석 귀경길. (사진 출처 = YTN뉴스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세상이라고 해도 물건을 보고 만지며 사는 재미도 쏠쏠한데 지방은 그게 불가능하다. 작심하고 마음에 둔 책을 여러 권 구하려면 KTX에 몸을 실어야 한다. 책뿐인가? 영화와 연극은 지방은 변방이다. 병원은 어떤가? 바둑판처럼 연결된 고속도로에 몸을 실으면 최첨단 병원에 손쉽게 몸을 맡길 수 있는 세상이다. 커다란 덩치와 관계없이 나날이 부실해지는 지방 병원들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서울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되는가에 따라 분양가가 달라지는 세상은 수도권에서 서울로 빠르게 잇는 GTX를 창안하게 했다. 세계 최초라는 이른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로 지하 50미터를 누빌 거라고 한다. GTX가 근사하게 부설되는 수도권은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겠지. 서울에서 돈 벌어 쓰는 사람들이 잠만 자는 수도권의 바깥세상은 어떻게 될까? 그저 해바라기처럼 수도권처럼 되길 바라면서 전기와 물을 공급하고, 대신 오염 물질과 쓰레기 뒤치다꺼리로 버림받는 걸까?

인천이 고향인 한 지방대학 교수는 수도권에 들어서자마자 우뚝우뚝 솟은 초고층 아파트 단지들을 장벽처럼 느꼈다고 토로했다. 지방 활성화 정책을 비웃으며 가로막는 장벽이다. 허울 좋은 지방 활성화는 장벽 앞에서 주눅이 든다. 폐허가 늘어나는 장벽 너머의 공간에 초고령 인구는 명절 지나자마자 고속도로와 KTX로 사라지는 자식을 신기루처럼 바라볼 뿐인데, 그 시효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서울과 수도권에 들어가는 시멘트를 위해 파헤친 백두대간은 신음이 깊어진다. 수도권에 물을 공급하는 4대강은 썩어 가고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는 지방은 방사능과 초미세먼지의 위협에 시달린다. 그뿐인가? 바닷모래를 잃은 서해안은 황폐해진다. 수도권의 휘황찬란한 건축을 위해 어족 자원은 알 낳을 곳을 잃었다. 어민들은 생계를 잃어간다.

지방은 수도권, 아니 서울의 노예가 되었다. 하지만 착시현상이다. 지방에서 전기와 물과 먹을거리를 제공하지 않으면 일주일도 버티지 못한다. 에너지 공급이 끊어지면 쓰레기와 배설물로 뒤범벅되는 지옥으로 변한다. 한데 에너지의 원천인 석유는 머지않아 끊어질 위기가 올 것이다. 소비보다 공급이 점점 달린다고 전문가들이 밝힌 지 10년은 족히 넘었다.

수도권의 양적 편의에 중독된 청장년들의 삶은 석유에 저당되었다. 그들은 석유 없는 삶을 상상하지 못하는데 석유는 고갈을 앞두고 있다. 이러다 행복보다 생존이 걱정인 시대로 접어들 텐데 여전히 우리는 수도권과 서울로 집중하기만 한다. 신기루와 같은 서울을 향하며 수도권으로 몰려든다. 그 부작용이 이번에 드러났건만 그 경고를 주목하지 않는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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