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평방 인터뷰, '사람이 먼저'라는 가치 함양이 지금 교회의 역할

주교회의 의장에 연임된 김희중 대주교가 9일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인터뷰에서 의장으로서의 역할과 교회쇄신 과제를 비롯해 한반도 평화, 적폐청산 등에 대한 현안에 의견을 밝혔다.

김희중 대주교는 지난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의장에 연임됐다. 임기는 3년으로 2020년까지다.

먼저 김 대주교는 앞으로 의장직 수행의 중심에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 환경운동, 저출산 문제 해결, 예비자 교리와 신자 재교육” 등을 두겠다고 밝히고, 무엇보다 “교회 울타리를 넘어 온 세상 사람들이 행복하도록 봉사하는 교회가 되도록 힘쓰고, 이른바 촛불시민혁명의 가치가 열매 맺도록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교회와 종교의 역할로 “정신문화의 가치 함양과 확산”을 강조하고, 프란치스코 교황과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사람이 먼저’라는 가치가 실현되도록 정신문화의 중요성을 사회가 공유하며 문화를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교회 쇄신과 관련해서도, “우선적으로 성직자와 수도자의 쇄신이 적극 촉진되기를 바란다”며, “사목의 기술자로서가 아니라 성직자로서의 존재 자체,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가난한 교회와 가난한 사람들을 강조한 교황의 말씀에 따라 가난의 복음적 가치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김희중 대주교는 이어 최근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결과와 탈핵운동의 방향, 남북간 대화와 평화협정, 적폐청산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히고 가톨릭교회 내부는 물론 종교인 평화회의 등을 통해 범종교적 실천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희중 대주교가 추계 주교회의가 끝난 뒤,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공론화위원회 결과, “핵발전소 위험성 충분히 알리지 못한 결과”
남북이 직접 목표 설정과 조건 없는 대화해야
신자들에게 적폐청산 동참 호소

먼저 김희중 대주교는 최근 현안 가운데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결과와 탈핵 정책을 언급했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재개 결정에 대해서는 “지출 비용에 대한 의견이 우세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목표지점으로부터 멀어지는 길이라면 되돌아가야 한다”며,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홍보하지 못한 것도 큰 이유다. 핵발전소가 싼값의 전기를 공급한다고 해도, 생명을 담보로 값싼 것이 무슨 소용인가를 보다 신중하게 검토하고 다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탈핵 정책에 대해서도 자연적인 측면과 영적인 이유에서도 핵발전소보다는 대체에너지가 낫고, 탈핵운동뿐 아니라 대체에너지 개발 촉구에 힘써야 한다며, “우선 불편한 절약 운동을 벌여야 하고, 산업체 전기를 덜 쓸 수 있는 개발을 해야 한다. 경제적 이유는 물론 지구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도 탈핵운동은 적극 벌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도모하고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해 우리 민족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강대국 눈치를 보며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면 민족적 자존심에도 맞지 않고 주권국가의 위상에도 맞지 않는다.”

김 대주교는 남북 문제와 관련해 남북간 직접적인 대화를 강조하는 한편, 대화를 위해서는 핵포기와 같은 전제 조건이나 목표를 설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한 종교의 역할도 물으면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광주대교구는 물론, 주교회의 정평위, 한국 종교인 평화회의와 함께 노력하겠다”며, 교회 차원에서 간접적으로 북한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반도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에 대해서도, “무력으로 주변 국가를 점령해 복속시키는 강요된 침묵으로 이룬 평화는 두려움을 앞세울 뿐이며 무기로 평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절대 기준으로 삼고 상대방 국가를 마음대로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다. 특히 FTA로 한국을 압박하는 것은 소탐대실”이라며 한미간 동등한 우정관계를 바란다고 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적폐청산을 '정치적 보복'으로 보는 일부에 대해 “자기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생각”이라고 지적하고, “소수 사람들이 이기적 권력 독점과 재산 증식을 비정상적으로 추구한 적폐를 청산하고 남북화해와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교회 쇄신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신자 여러분이 이러한 일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러한 맥락으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역시 청산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최근 헬기 사격 증언과 희생자 암매장지 발굴 등은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정리할 수 있어 다행이다. 끝내지 못한 일제 청산과 같이 5.18 문제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다면 또다시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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