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가을걷이 감사 미사와 도농한마당 열려

11월 5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유경촌 주교와 우리농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2023년 가을걷이 감사미사가 봉헌됐다. (사진 제공 = 서울우리농, 오세택)&nbsp;<br>
11월 5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유경촌 주교와 우리농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2023년 가을걷이 감사미사가 봉헌됐다. (사진 제공 = 서울우리농, 오세택) 

5일 2023년 가을걷이 감사미사와 도농한마당 잔치가 서울 명동대성당 일대에서 열렸다.

서울대교구, 안동교구를 비롯한 전국 13개 교구 가톨릭농민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천주교농부학교 회원 등이 참여한 도농한마당은 우리농산물 직거래 장터, 전시와 문화 마당, 체험 마당, 먹거리 마당으로 진행됐다. 감사미사는 명동대성당 대성전에서 서울대교구 유경촌 주교와 각 교구 우리농본부장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봉헌됐다.

농민의 현실은 늘 힘들었지만, 올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더욱 악화하고 있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퍼센트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퍼센트 하락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또 정부는 서민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물가안정 대책으로 농산물 방출, 농산 값 할인을 내세워, 물가 안정은커녕 농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모양새다. 또 기후위기로 농사 환경 변화도 큰 어려움이다. 농민의 고령화와 감소 추세는 ‘식량 안보’를 위협한다. 가톨릭농민회 분회는 2018년 말 13개 교구 70개 분회였지만 현재 66개 분회로 줄었다.

감사 미사에서는 올해 각 교구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이 수확한 생명농산물을 봉헌했다. (사진 제공 = 서울우리농, 오세택)
감사 미사에서는 올해 각 교구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이 수확한 생명농산물을 봉헌했다. (사진 제공 = 서울우리농, 오세택)

유경촌 주교는 이러한 현실에서 ‘생명 농업’을 이어가는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 자리는 농민과 도시민이 서로 감사하며 연대를 확인하는 자리다. 그러나 농민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도시생활자, 우리농 회원 숫자가 농민들이 수고와 보람을 느낄 만큼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 주교는 농업과 농민을 살리려는 교회의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탄소 배출을 줄여, 지구를 살리는 절반의 방식”이자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되살리는 일”이라며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에게 우리농 운동 동참을 호소했다.

또 그는 예수가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을 향해 말만 할 뿐 실행하지 않는다고 꾸짖는 것이 “창조주가 정한 본래의 길에서 벗어난 우리 자신, 지구를 살리고 농민과 농촌을 살려야 한다면서 실천이 부족한 우리를 꾸짖는 것 같다”면서, 1994년 우리농 출범 당시 창립선언,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야말로 우리의 믿음과 생활을 일치시키는 참 공동체를 실천하고 지향하는 믿는 이들의 삶의 자세”라는 고백을 실현하자고 말했다.

유경촌 주교는 미사 뒤, 각 교구 직거래 부스를 돌아보며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격려했다, (사진 제공 = 서울우리농, 오세택)
유경촌 주교는 미사 뒤, 각 교구 직거래 부스를 돌아보며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격려했다, (사진 제공 = 서울우리농, 오세택)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전국본부장 안영배 신부(안동교구)는 농촌에 대해,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항상 똑같이 어렵다는 말밖에 하지 못한다는 현실이 가장 문제”라면서, “농산물 소비도 낮아지고 생산구조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폭우, 태풍 등으로 피해를 보았을 때, 극복하고 회복할 힘이나 희망이 사라진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의 핵심은 도농 교류, 가톨릭농민회 분회와 도시 소비자, 본당(성당)의 결연, 만남과 직거래를 통한 나눔이다.

이에 대해 안영배 신부는 “결연이나 교류 활동이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거의 사라진 것과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고추장 만들기 체험에 참여한 이들. ⓒ정현진 기자

백광진 신부(전 서울대교구 우리농본부장)는 본당 사제들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교류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신자들이 요청하고 결연해야 한다면서, “의지와 관심이 있는 사제들이 나서도 떠나면 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농 운동에 동참하는 회원을 많이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주교구 가농 이진선 회원은 “먹거리의 중요성, 위기의식이 없다. 수입해서 먹으면 된다는 생각”이라면서, “과거에는 아스팔트 농사라고 해도, 농민들이 나서서 농업을 지키기 위해 싸웠고, 학생들도 연대를 했다. 그런데, 요즘은 농업 문제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을 볼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가톨릭농민운동,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정말 본당을 중심으로 사제들도 나서서 이 운동이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먹거리, 농업을 지키는 것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해야 할 일이다. 국가 차원 이전에, 우리 개인이, 가정이 잘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라도 그런 길을 함께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명동대성당 앞 마당에 펼친 농산물 직거래 장터. 미사를 드리러 온 신자들과 시민들이 성황을 이뤘다. ⓒ정현진 기자
명동대성당 앞 마당에 펼친 농산물 직거래 장터. 미사를 드리러 온 신자들과 시민들이 성황을 이뤘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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