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교회와 밥상 5] 서울대교구 우리농 이승현 신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2017년 6개 주제로 연중 기획을 진행합니다.

8월 기획의 주제는 '교회와 밥상'이며, 살충제 계란 사태에 비춰, 한국 사회의 농업 문제와 먹을거리 안전,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아우르는 교회의 운동으로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기사 순서

1. “지금 중요한 건 농민 복지” - 팔당생명살림영농조합 집담회, “농업문제, 말할 기회조차 없다”
2. 우리농, 끊어진 생명순환 잇기 – 먹을거리 위기,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다시 본다
3. “대가 치르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 [인터뷰] 가톨릭농민회 두물머리 분회원 최요왕 씨
4. “몸의 칼로리와 영혼의 칼로리는 다르지 않다” - [인터뷰] 농업사회학 연구자 정은정 씨
5. “우리농운동의 핵심은 성체성사의 실현” - [인터뷰] 서울대교구 우리농 이승현 신부

서울대교구는 올해 초부터 교회 내 유치원과 어린이집 급식에 우리농산물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팀을 꾸려 본격 활동에 나섰다. 우리농이 가톨릭농민회가 생산한 생명쌀 소비에 주력하면서, 안정적으로 쌀 소비를 하기 위한 방안과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자 하는 고민이 만난 지점이다.

서울대교구는 교구 규모상 전국에서 가장 많은 유치원과 어린이집(55곳)이 우리농산물을 이용한다. 교구 환경사목위원회가 꾸준히 추진한 유아생태교육의 결실이기도 하다. TF팀은 이미 우리농산물을 이용하는 유치원에는 직접 찾아가 불편한 점과 개선점을 듣고 보완하는 한편, 아직 이용하지 않는 교육기관을 찾아 설명하고 제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에 급식팀을 꾸리면서 주력한 것은 먼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찾아 직접 그들의 이야기와 요구를 듣는 것, 결품을 줄이고 공급 주기를 늘리는 것이다.

유아교육기관은 정해진 식단과 식재료 사양을 지자체 기관에서 검토하도록 되어 있어, 결품이 생기면 경고 조치를 받기 때문에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기존에는 결품 상황에 양해를 구하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협력업체를 찾아 약속된 품목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배송도 마찬가지, 더 신선한 식재료를 공급하기 위해 매일은 아니지만 주 1-2회에서 3회로 늘렸다.

“이런 활동을 시작한 것은 단지 소비가 아니라, 아이들이 친환경적 먹을거리를 먹고, 그 생산과정을 배우면서 공동의 집인 지구에 부담을 주지 않고 피조물 형제자매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감수성을 식탁에서부터 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생태적 소비 패턴을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한데, 이승현 신부는 “먼저 부모교육이 필요하지만, 역으로 우리농산물을 먹고, 생태체험을 다녀온 아이들이 역으로 부모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유치원에서 급식을 많으면 2끼 정도 먹으면서 자연적인 음식에 입맛을 길들이면, 집에서도 그런 음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치원 급식과 함께 교육의 대상에는 부모, 원장, 교사, 조리교사 모두가 포함된다.

“급식 사업이지만 농산물을 파는 것에서 그치지 않으려면, 운동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소비한다고 하지만 전체 사이클을 보면 결국 농가 소득이 안정되고, 또 안정된 먹을거리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게 되니까요.”

이승현 신부는 이것이 운동이고, 또 교회 안의 운동이기 때문에 그 핵심은 "성체성사의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 이승현 신부 ⓒ정현진 기자

그는, “예수가 우리에게 생명의 식탁을 주셨다. 영원한 생명의 약속을 기억하는 것이 성체성사를 중심으로 한 미사인데, 미사를 중심으로 삶과 신앙이 분리되면 안 된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너무 쉽게 그 두 가지를 분리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일상에서 운동이 시작되어야 하고, 그 자리가 바로 밥상”이라고 말했다.

“성체성사를 통해서 영원한 생명을 희망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처럼, 우리의 식탁도 생명을 유지하는 아주 기초적 영양공급처이자 기초공동체입니다.”

이 신부는 밥상공동체가 거의 무너진 현실에서 밥상은 공동체성을 느끼는 자리가 아닌 생존과 생명유지를 위한 영양공급처로만 남았다고 걱정하면서,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시 가정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생명의 식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피조물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기농 외에 일반 관행농이 의미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면서도, “생명의 밥상을 차리는 길은 모든 피조물을 응원하고 연대하는 것이며, 함께 살자는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밥상에 오른 식재료의 의미를 설명하고 감수성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식탁은 그저 돈의 논리로 차려진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공동체성이 중심이어야 할 밥상이 돈의 논리로 차려지고, 소비자들은 싸고 좋은 것을 찾고 있다며, “싸고 좋은 것은 세상에 없다. 좋은데 싸다면 그것은 누군가의 희생을 대가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희생은 가장 약한 쪽으로 쏠리고 그 대상은 결국 농민”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스템은) 농민들이 싸고 좋은 것을 찾은 이들에게 원하는 대로 공급할 수밖에 없어요. 직접 대면이 아니라 인식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직접 위해를 가하지 않더라도 소비의 과정에서 매일 일어납니다. 그래서 매일의 선택 속에서 우리는 신앙을 기준에 둬야 하고, 생명을 위하고 정의로운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곧 싸고 좋은 것이 아니라 정당한 가격을 주고 구입하는 것입니다.”

이승현 신부는 각 교구 우리농이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고민이 만나는 지점에서 도농공동체의 핵심이 드러난다며, “함께 고민하면서 식탁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끊임없이 논의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키우고 있다. 그리고 그 안의 핵심은 ‘생명’”이라고 말한다.

이 신부는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 중의 하나가 “유기농은 가진 사람들의 것이라는 인식”이라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따졌을 때도 식비에는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우리농에서 계산한 바로는 시중 쌀과 유기농 쌀의 비용 차이는 한 끼에 500원 이하다. 그것이 결국 생명의 비용인 셈인데, 커피 한 잔은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밥값을 아낀다”고 말했다.

그는, 식품안전에 대한 위기의식이 이렇게 높은데도, 정작 생명을 유지하는 비용은 들이지 않는다면서, “가치와 생명보다 다른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생명을 외면하고 자본의 가치를 우선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농업에 끝없는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농업은 마치 포기해도 되는 것, 다른 나라에서 사 오면 되는 것으로 보는데,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 신부는 많이 변하고 있지만 교회에서 끊임없이 생명을 이야기하는데도 사람들은 구체적 삶이 아닌 추상적인 구호로 받아들인다고 걱정하면서, “우리농은 아직 생명운동의 연장선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농 내부에서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교회 내 생명운동의 확장선상에서 여러 생명운동이 구체적으로 어우러지고 실천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현 신부는 우리농운동이 유아교육 급식 확장을 비롯해 생명운동으로 완전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이 중요하지만 사소한 것 하나부터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면서, “소통이 멈추는 순간, 그것은 교회 내 운동이 아니라 사업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신부는, “우리농은 운동이기 때문에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는데, 이는 교회가 가진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며, “그러나 교회는 2000년 동안 한 방향으로 걸어왔고, 앞으로도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 방향은 돈이 아니라 예수의 가르침, 생명에 대한 봉사였다. 생명의 밥상을 향해서 공동체원으로서 피조물 형제자매들과 함께 시간이 걸려도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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