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사형 전면 반대 입장

한국 천주교주교회의가 배포한 '사형제도 폐지 토론을 위한 교사용 자료집' 표지. (이미지 출처 = 천주교 주교회의)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이하 사폐소위)는 “우리는 왜 살인이 나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살인하는 사람을 살인하는가?”라는 제목의 ‘사형제도 폐지 토론을 위한 교사용 자료집’을 배포했다.

주교회의는 7일 홈페이지에 본문 PDF파일과 참고자료를 올려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자료집은 천주교인권위원회와 인권교육센터 ‘들’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졌으며 사형제도에 대한 교육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청소년이 사형제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 윤리적, 생명보호 관점에서 교육” 받을 수 있도록 제작됐다.

지난 2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서 사형을 부분 인정한 조항에 대해 "인간의 불가침성과 존엄성에 대한 공격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며 사형을 전면 반대하는 내용으로 바꾸도록 명령했다.  

기존 문항은 “피고를 사형해야 할 절대적 필요성이 있는 사건은 ‘실제로 전혀 없지는 않더라도 매우 드물다’”였으나, 수정 문항은 “교회는 복음에 비추어 ‘사형은 인간 불가침성과 존엄에 대한 공격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가르치며, 굳은 의지로써 전 세계의 사형폐지를 위해 활동한다”로 바뀌었다.

자료집에는 각 50분씩 2개 차시의 토론 수업 자료가 실려 있어 학교에서 논술과 토론 부교재로 쓸 수 있다.

먼저, 1차시 자료에는 ‘사형을 집행하면 흉악 범죄율이 낮아진다’, ‘피해자는 똑같이 갚아 주기를 원한다’,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세금 낭비다’ 같은 토론 주제가 담겨 있다. 또 범죄 피해자가 한순간 가해자가 된 실제 사건을 살피면서 범죄의 원인과 책임이 개인에게 집중되는 문제에 대한 사회의 역할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다.

2차시 자료는 사형 집행관, 사법 살인 피해자 유족의 증언이 담긴 시청각 자료를 살피며, 사형제도 폐지 선언을 가정해 보고 대통령, 법조인, 사형을 집행해 본 집행관, 살인 피해자 유족, 기자의 입장에서 사형제도 폐지의 근거를 토론할 수 있다.

'사형제도 폐지 토론을 위한 교사용 자료집'에 실려 있는 OX퀴즈 활동지. (이미지 출처 = 천주교 주교회의)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에게 형을 집행한 뒤 21년간 사형 집행이 중단되었으며, 지난 2007년 국제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 기준에 따라 (사형을 10년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되었다.

사폐소위는 2001년 5월 정의평화위원회 소속 소위원회로 설립되어 매년 10월 10일 ‘세계 사형 반대의 날’ 기념식, 11월 30일 생명의 빛 행사(Cities for Light), 연 2-3회 ‘사형폐지 기원 이야기 콘서트’를 열고 사형제도 폐지와 생명 존중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힘쓰며, 사형제도의 실상을 알리는 교육 영상, 만평집 자료도 제작, 배포해 왔다.

한편 2017년 12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의 사형집행 중단 20주년 기념행사를 맞아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를 통해 교황 강복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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