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19대 대선 후보에 정책 질의

천주교 주교회의가 19대 대선 후보자 5명에게 정책 질의한 결과,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만 답변해 왔으며, 이들의 입장은 낙태 문제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교회의 입장과 비슷했다. 두 사람은 가톨릭 신자이기도 하다.

주교회의는 지난 4월 10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 생명과 인권, 인간노동, 경제생활, 정치공동체, 생태보호, 평화증진 등 6개 분야 30 항목을 질의했다. 

주교회의는 답변을 보내지 않은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의 입장은 중앙선거관리위에 게시된 10대 공약 중 질의 내용에 해당하는 부분을 정리해 발표했다.

주교회의는 “대통령 탄핵 뒤,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굳건히 뿌리내려야 할 과제가 국민 모두에게 주어졌다”며, 정책질의는 “가톨릭신자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이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공동선에 부합하는지 올바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목적을 밝혔다.

질의서 작성에는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생명윤리위원회, 생태환경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각 질문에 대한 문재인, 심상정 후보는 대체로 가톨릭교회의 입장에 부합하는 답변을 내놨다.

문재인, 낙태와 인간 배아 활용 등 사회적 합의와 종교계 등 의견 들어 조정, 수렴
심상정, 낙태 비범죄화, ‘인간 배아 생산과 활용’은 답변 보류
호스피스, 완화돌봄 정책, 사형 폐지는 모두 찬성

먼저 문재인 후보는 ‘생명과 인권’ 가운데 낙태 합법화, 모자모건법 14조 폐지, 개정 및 낙태 반대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배아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등 ‘인간 배아의 생산과 활용’은 “종교계와 의학계의 의견을 조정, 수렴하겠다”고 했다.

문 후보는 낙태 합법화에 대해, “생명이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되었기에 가장 소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은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관점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상존한다”며,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가톨릭교회가 역할을 해 달라고 했다.

심상정 후보는 “형법상 낙태죄 폐지, 낙태 비범죄화” 입장을 밝혔고, 현행 모자보건법 14조는 “사회, 경제적 사유를 추가해”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모자보건법 14조 1항은 낙태 허용 이유를 “산모가 우생학, 유전학적 장애나 정신 장애가 있거나, 전염성 질환을 앓고 있을 경우, 법률상 혼인이 불가능한 사이(혈족, 친인척)의 임신, 임신으로 산모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 (성폭행, 친인척간 임신 등) 원치 않는 임신의 경우”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인간 배아의 생산과 활용’에 대해 심상정 후보는 답변을 보류했다.

‘호스피스, 완화돌봄 정책의 확산을 위한 지자체의 기반시설 확충’에 대해 문 후보와 심 후보는 모두 찬성했으며, 문 후보는 “대상자들의 의견과 관련 종사자들의 견해를 종합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추가 의견을 밝혔다.

‘가정형 호스피스 확대 정책에 대해 문 후보는 “찬성하며, 공공의료 확대 관점에서 함께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심상정 후보는 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사형제도 폐지’는 두 후보 모두 찬성했다.

사형제 폐지에 대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흉악범에 한해 사형을 집행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시정정책 강력 추진”
심상정, “비상시 지속업무에 대한 비정규직 채용 금지,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

노동 정책과 관련 비정규직 확산,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 고용불안정에 대해서도 각 후보는 각자의 정책을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비정규직의 사용 사유 제한,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시정정책 강력 추진,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원청사업자의 공동고용주 책임 부여, 최저임금 점진적 인상, 최저임금을 포함한 노동자 보호를 위한 근로감독관 역할 강화” 등을 정책으로 내놨다.

심상정 후보는 “비상시 지속업무에 대한 비정규직 채용 금지, 간접고용 규제 및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상시 지속업무의 정규직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 근로기준법의 전면 적용” 등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또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청년보장제’ 도입,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을 통한 노동자의 파업권과 단체행동권 보장’, ‘노동자 공휴일에 관한 법률제정을 통한 모든 노동자의 차별없는 휴식권 보장’, 여성 노동을 위한 ‘임금 공시제도와 출산 및 육아휴직 강화, 남성 육아 휴직 사용 의무화’ 등은 두 후보 모두 찬성했다.

노동자의 파업권과 단체행동권 보장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현행 판례 등이 정당한 쟁의행위를 판단하는 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기 때문에 불법파업을 양산하고 피해를 키워 왔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노동 부문 정책과 관련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도 10대 공약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청년보장제’ 도입에 대해 홍준표 후보는 “청년실업자를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 교육시켜 매년 10만 명을 혁신형 중소기업에 취업시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문제에 대해서는 “노동시장 개혁 추진, 고용 유연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노사관계 질서 형성, 파견근로자 등의 권리보호를 위한 근로자 참여제도 혁신”, 노조 활동 보장과 관련해서는 “강성 귀족노조 고용세습 등 불합리한 노동관행 혁파, 편향된 이념의 노조 개혁”을 공약했다.

안철수 후보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5년 한시적 청년고용보장 계획을 실시하겠다”고 했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공공부문 직무형 정규직 도입 후 민간부문으로 확대, 비정규직 남용 기업에 대한 불이익 부과”를 약속했다.

유승민 후보는 “상시, 지속적 업무에 대해 비정규직의 채용 자체 제한, 업종과 기업 규모 기준으로 비정규직 고용 총량 설정, 동일노동의 범주를 폭 넓게 해석해 차별이 확인될 경우 정규직 간주 및 징벌적 배상 적용”을 공약했다.

육아 휴직 보장에 대해 홍준표 후보는 “육아휴직 급여 한도 2배 인상”, 안철수 후보는 “성평등 육아휴직제 및 30일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도입”, 유승민 후보는 “육아휴직 급여율 현실화로 남녀 동등한 육아휴직 제도 활용 기회 보장, 여성 경력단절 예방”을 제시했다.

한편 주교회의 질의에는 '최저임금' 관련 내용은 없었다.

노동계가 요구하고 있는 최저임금 1만 원에 대해, 문재인, 유승민, 심상정 후보는 모두 공약을 통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약속하고 있으며, 홍준표, 안철수 후보는 2022년까지 1만 원을 약속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려면 매년 15.7퍼센트, 2022년의 경우 9.2퍼센트씩 인상된다. 그동안 각 정권의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김대중 정부 9.0퍼센트, 노무현 정부 10.6퍼센트, 이명박 정부 5.2퍼센트, 박근혜 정부 7.4퍼센트였다.

각 후보는 또한 최저임금 1만 원 실현을 위한 소기업, 영세자영업자 지원책도 다양하게 내놨다. 안철수 후보는 따로 보완책을 내놓지 않았다.  

▲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 (왼쪽부터) 기호 1번 문재인, 2번, 홍준표, 3번 안철수, 4번 유승민, 5번 심상정. (사진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문재인, “식량자급 국가 책임, GMO완전표시제 등 찬성, 자급률 목표치 법제화는 검토 필요”
심상정, “식량자급, 밥쌀수입 중단, GMO완전표시제 등 찬성”

농업 정책과 관련해서 두 후보는 약간의 이견을 보였다.

‘국가 책임 아래 식량 작물 수매를 통한 식량 자급’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일부 찬성”으로 “식량자급을 국가가 책임지는 방안에는 찬성하지만, 자급률이 현저히 낮은 현실과 법체계로 볼 때,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법으로 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심상정 후보는 “찬성”했다.

또 쌀값 보장을 위한 ‘밥쌀 수입 중단, 정부 수매제 부활, 대북 쌀 교류’에 대해 심상정 후보는 찬성했고, 문재인 후보는 기타 의견으로 “강력한 생산조정제 시행, 대북 쌀 교류, 소비확대 등의 방안을 추진해 쌀 소비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안전한 먹을 거리를 위한 GMO완전표시제와 학교급식에서 GMO퇴출, 화학농업에서 친환경 유기농업 전환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찬성했다.

식량 자급 문제에 대해서는 나머지 세 후보 가운데 안철수 후보만 정책을 밝혔다. 안 후보는 “주요 식량작물의 자급률 향상, 수급 안정화를 통한 식량주권 확립, GMO 및 수입 위해 식품 관리 강화”를 공약했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우선 과제? “대기업 규제 시급” 한목소리
세월호 2기 특조위, 백남기 특검과 특별법 모두 찬성

“소득재분배, 독점 규제”를 축으로 하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견해와 우선적 정책을 묻는 질문에 문 후보는 “공정한 시장경제를 훼손하는 대기업의 갑질, 반칙과 기득권을 시정”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으며, 심 후보는 “재벌 경제력 집중 완화, 소유지배구조 개혁”을 가장 먼저 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대기업의 이른바 밀어내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일감 몰아주기, 꺾기, 담합, 기술 착취 등을 근절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도 당당하게 사업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전면 개혁, 공정위와 지방자치단체 협업,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집단소송제도의 대폭 개선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위해 대기업 일반을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 재벌 총수 일가가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쌓아 온 적폐를 청산함으로써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전락한 경제구조를 바로 세우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

또 경제 정책에서 ‘공공부문 민영화와 사회공공성 확대’, ‘의료보장성 강화와 국가 책임 보육, 보편적 기초연금 등 복지 확대 필요성’ 등에 두 후보는 모두 찬성했으며, 문 후보는 ‘복지 확대’와 관련, “공공의료를 확대하고 치매국가책임제와 같이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정책을 추진하며, 보육도 국가가 책임질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세월호 특조위 2기 활동 재개, 백남기 특검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 한국사 국정교과서 폐기, 언론장악 방지법 제정 등에 대해서도 두 후보 모두 찬성했다.

문재인, “2040년 탈핵 목표, 4대강 사업 엄정 재조사”
심상정, “탈핵 찬성, 4대강 책임자 처벌 위한 국정조사 및 청문회 실시”

탈핵, 재생에너지 확대, 기후변화 대응, 4대강 문제 등에 대해서 두 후보는 모두 가톨릭교회의 입장에 찬성했다.

먼저 핵발전소 건설 백지화 및 노후 핵발전소 폐쇄,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실험과 연구 중단, 탄소배출권 시장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기존의 정책 수정 등에 대해 문재인, 심상정 후보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탈핵 정책 추가 의견으로 “건설 중인 핵발전소는 일시 중단하고 전문가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 결정하며, 계획 중인 핵발전소는 백지화하겠다”고 했다. 또 노후원전 수명 연장을 금지해 “40년 뒤 탈핵”을 목표로 삼았다. 또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실험 및 연구계획 중단에 대해서는 “재공론화를 통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계획을 재수립하고 고속로 연구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는 “에너지 발전 체제를 신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중심으로 전환해 온실가스 배출 자체를 줄이겠다”고 했다.

두 후보는 ‘2035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각각 2030년까지 20퍼센트 확대(문재인), 2040년까지 40퍼센트 확대(심상정)라고 답했다.

탈핵 관련 입장은 안철수, 유승민 후보도 공약을 통해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설계수명 종료 노후 원전 가동 중단 및 폐로”, 유승민 후보는 “중수로 등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은 원칙적으로 불허”라고 밝혔다.

4대강 16개보 철거 등 4대강 정상화에도 두 후보는 “찬성”했다. 문 후보는 “4대강 사업을 엄정하게 재조사하고, 모든 수문을 상시 개방하며, 보 철거는 전문가들의 평가과정을 거쳐 원점 검토하겠다”고 했다. 심 후보는 “4대강 피해 조사와 복원위원회 구성, 4대강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정조사와 청문회 실시, 4대강 재자연화 특별법 제정,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 폐지, 4대강 보 전면 개방과 순차적 철거”를 약속했다.

안철수 후보는 4대강 정상화에 대해 “4대강 상시개방 등을 포함한 모니터링과 정밀조사 후 자연성 복원 추진”을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증진을 위한 정책에서 두 후보는 개성공단 재가동, 남북 대화 재개, 평화협정 체결, ‘한일 위안부 합의문 무효화 등에 찬성했다. 문재인 후보는 특히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북핵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의 틀 속에서 재가동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사드배치 철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에 대해서 심상정 후보는 찬성했고, 문재인 후보는 기타 의견을 밝혔다. 문 후보는 한반도 사드배치는 “전 정권에서 공론화 없이 추진된 것은 사실이나 한미 간 합의도 무시할 수 없다”며, 다만 “지금까지 추진된 사드배치 계획을 꼼꼼히 검토하고 공론화 과정과 외교적 노력을 통해 북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비하면서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 폐기에 대해서는, “1년마다 갱신되는 만큼, 현재 협정의 기한 종료에 즈음해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남북 관계 관련 공약을 통해 “대북제재를 지속하면서 민족화해, 개혁개방,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사드배치를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세 후보는 모두 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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