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도 부러져

9월 7일 새벽 성주군 소성리에 투입된 경찰 가운데는 ‘종교CARE팀’라는 글자가 쓰인 조끼를 입은 경찰들이 있었다.

이 ‘종교케어팀’은 이전의 현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으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관할서인 경북도경에 확인한 결과, 이 팀은 경찰청 전체 방침이 아닌 경북도경이 자체적으로 꾸린 팀으로, 이날 남녀 경찰 24명이 투입됐다.

경북도경은 ‘종교케어팀’의 목적과 꾸려진 이유에 대해 “집회현장에 종교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예우와 인권에 유의한 집회를 위해 각 종단별 종교를 가진 경찰관들로 꾸렸다”고 설명했다.

경북도경은 종교케어팀이 실제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종교인들이 참여한 이전의 집회와 성주의 상황이 많은 작용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앞으로도 계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경찰을 막아 선 천주교와 원불교 성직자들. (사진 제공 = 장영식)

 

▲ 김동건 신부(인천교구)는 6일 오후 6시부터 마을 진입로 위에서 미사가 시작됐으며, 이 자리는 밤새 이어졌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 장영식)

그러나 종교케어팀을 보면서 현장 종교인들은 오히려 모욕감을 느꼈다는 입장이다.

당시 현장에는 사드배치를 막겠다는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미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천주교와 원불교 성직자와 신자 다수가 있었다.

현장에 있었던 인천교구 김동건 신부는 “‘종교케어팀’이 별 다르게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사제를 가두고,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제구를 가져가는 등 상황은 기존과 똑같았다”고 했다.

현장에 있던 이들에 따르면, 미사를 위해 제대에 차려진 제구는 물론 사제의 제의도 가져갔으며,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문규현 신부가 앞장서서 들고 있던 십자가도 부러졌다. 또 경찰이 시민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원불교 교구장도 폭력을 당했으며, 마을회관 앞 원불교와 천주교 천막도 칼 등으로 훼손됐다.

 

▲ 현장에서 경찰이 가져갔다가 돌려준 성구들. 흙이 묻고 훼손된 상태다. (사진 제공 = 사드저지천주교종합상황실)

 

▲ 현장에서 경찰이 가져갔다가 돌려준 성구들. 흙이 묻고 훼손된 상태다. (사진 제공 = 사드저지천주교종합상황실)

김 신부는 “우리는 저항하려고 온 사람들이다. 왜 우리가 보호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진압의 방법이 세련되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케어팀은 치졸한 심리전의 느낌이었다며, 종교케어팀에 끌려 내려오면서 경찰들에게 “진정한 종교의 모습은 조직과 체계가 아니라 모든 이들 안에 살아있는 생명과 인권, 평화와 정의의 마음속에 있으며, 침탈한 종교도구들은 그 마음을 지키기 위한 모든 이들의 염원임을 알라고 말했다”고 했다.

사드가 반입된 뒤에도 천주교 성직자들과 신자들은 현장에 계속 남아 7일 오후 3시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현장 상황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자 경북도경은 “종교인 입장에서 보면 종교 예식인데 그렇게 할 수 있느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허가된 집회가 아니었다. 또 성물은 빼앗은 것이 아니라 정중하게 이야기하고 보관했다가 돌려줬다”며, 종교케어팀은 “종교인들에 대한 예우보장과 인권, 안전을 위한 것이며, 성물이 부서진 사실 등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현장 확인을 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 마을회관 앞 천주교대책위 천막이 모두 망가졌다. (사진 제공 = 사드저지천주교종합상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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