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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요한 건 농민 복지"[기획 1 - 교회와 밥상] 팔당 집담회, "농민은 말할 기회조차 없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2017년 6개 주제로 연중 기획을 진행합니다.

8월 기획의 주제는 '교회와 밥상'이며, 살충제 계란 사태에 비춰, 한국 사회의 농업 문제와 먹을거리 안전,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아우르는 교회의 운동으로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기사 순서

1. “지금 중요한 건 농민 복지” -  집담회, “농민은 말할 기회조차 없다”
2. 우리농, 끊어진 생명순환 잇기 – 먹을거리 위기,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다시 본다
3. “대가 치르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 가톨릭농민회 두물머리 분회원 최요왕 씨
4. “몸의 칼로리와 영혼의 칼로리는 다르지 않다” - 농업사회학 연구자 정은정 씨
5. “우리농운동의 핵심은 성체성사의 실현” - 서울대교구 우리농 이승현 신부

지난 8월, 이른바 ‘살충제 계란 사태’로 먹을거리 문제가 중대한 화두로 떠올랐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가깝게는 조류독감과 구제역에 따른 파동을 비롯해 식품첨가제나 식재료 안전 문제, GMO와 방사능 영향 등 크고 작은 논란을 겪어 왔다.

그러나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는 먹을거리 안전 문제는 물론, 살충제를 쓸 수밖에 없는 농업계의 상황, 정부의 농수축산물 관리 체계와 농업 정책의 총체적 난국이라는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고, 이를 걱정하는 농업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것이 현실성 없는 농업정책을 변혁하고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권리를 확보할 마지막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8월 28일 팔당생명살림영농조합은 인근 농민과 생협 관계자, 농업 전문가, 소비자, 지역 주민, 정당인 등과 살충제 계란 사태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집담회를 마련했다. 이 사태가 일어난 뒤, 당사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 최초의 자리였다.

   
▲ 8월 28일 팔당생명살림영농조합에서 인근 농민과 생협 관계자, 농업 전문가, 소비자, 지역 주민, 정당인 등과 살충제 계란 사태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집담회를 열었다. (사진 제공 = 팔당생명살림영농조합)

이 자리에 참여한 농촌사회학 연구자 정은정 씨(아그네스)는 1960년대 해외원조부터 농업은 사실상 개방이었으며, 대규모 사료공장이 자리 잡은 1970년대부터 대량생산으로 살충제를 쓰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었다며, “오늘에서야 문제가 터지고 이에 충격을 받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달걀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그는 상품의 특성상 유통비용이 54퍼센트에 이르고, 생산 농가는 한 알당 생산가가 약 130원임에도 90원 대에 수집상에 넘기는 현실에서 양계 농가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양적 승부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친환경인증이 많아진 것 역시 가격조절권이 있는 계란 수집상과 가공업체, 식품 대기업, 대형마트 등이 친환경농산물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하면서 이뤄진 것이고 농가들은 그 요구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며, “친환경인증이 남발된 것은 친환경인증 주체와 인증을 위한 민간 컨설팅 주체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기 때문이다. 식품위생과 관련한 또 다른 정부인증인 해썹(HACCP)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한 대책으로 난각코드, 대규모 집하장인 GP센터 확충, 동물복지인증 강화 등을 내미는 것에 대해서도, “이는 농촌에 시설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시설을 누가 운영할 것인가가 문제”라며, “농민은 900만 원에 이르는 난각코드 기계값과 식용잉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동물복지인증은 한국의 지형상 맞지 않다”며, 결국 이런 대책은 계란, 나아가 농산물 생산과 관리를 대기업 계열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은정 씨는 소비자의 태도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말하면 자업자득”이라며, “지금까지 진행된 농업과 농업 정책의 맥락에서 농업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알고 현실을 인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먹을거리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사회적으로 합의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농업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절박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조류독감으로 계란 파동이 있을 때, 한 유기농매장에서 계란을 사기 위해 일시적으로 회원가입을 하고 빠져나갔던 행태를 두고, 그는, “(나만 안전하면 된다는) 메뚜기식 먹거리 쇼핑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먹을거리와 농업 관련 사건이 일어날 때, 우리 사회는 “누가 가장 슬플 것인가”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 “이 사태의 결말에서 과연 누가 웃을 것인가. 결국 농업은 기업계열로 편입되고, 사람들은 유기농, 친환경농업에 대한 신뢰를 잃고 싼 것을 먹겠다고 돌아설 것인가”라고 물으며 이 사태를 해결할 농업과 농민의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먹을거리는 점점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데, 갈수록 왜 불안에 떨어야 하는가 살펴봐야 한다”며, “그동안 생협 등이 해 왔던 먹을거리 교육도 단지 안전교육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안전이 강조되는 것은 위험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농민들은 자신들의 요구와 처지를 알릴 기회조차 차단되어 있다. 그러나 이 기회마저도 제대로 사회에 가닿지 않는다. ⓒ정현진 기자

집담회에 참석한 한 지역 주민은 생협 계란에서 DDT가 검출됐을 때, 어떤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미뤄 짐작했을 뿐이라면서, “그럼에도 먹는 식품이기 때문에 사태의 진상을 자세히 알고 싶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믿음이 있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한 농민은 “농산물을 원가 이하로 넘긴다고 해서 농업을 포기하고 땅을 놀게 할 수 없는 것이 농민의 입장”이라며, “농민들의 생산가는 결코 싸지 않다. 그런데 싸게 먹으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여성 농민은 “결국 규모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규모가 커지면 정성과 손길 외 다른 것으로 그 틈을 메워야 한다. 시스템으로 접근하면 결국 약품 같은 것들이 필수로 들어가고 순환의 구조가 끊긴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소농이 중요하다”며, “농업의 가치를 어떻게 인정하고 농민의 소득보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갈수록 농민과 소비자의 거리가 멀어지는 상황에서 소농과 소비자가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로서 참여한 한 시민은, 가격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안타깝지만) 이런 문제가 계속 터져 나와서 이슈가 되어야 한다”며, “가격 문제를 생산자에게 계속 떠넘길 것인가. 소비자가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다. 그리고 계속 계란 검사에 돈을 쓸 것인가, 아니면 다른 투자를 할 것인가를 국가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결국 이 모든 문제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서는 당사자와 관계당국 모두가 모인, 지속적인 논의구조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의당 정책위원회 위원은 “식품 안전과 관련한 논의와 대책의 창구를 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먹을거리 안전과 관련해 국민적 충격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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