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강정평화 컨퍼런스 3 : 크리스 라이스 박사 인터뷰

9월 2-4일 제주도 강정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와 강정마을 일대에서 열린 2016 강정평화 컨퍼런스 ‘생명평화로 기치가게마씸’의 내용을 나눠서 전합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만나야 한다. 자선이 아니라 이들과 함께 삶을 나누고 밥을 먹고, 예배하는 것이 (통일을 위한) 시작이다.”

강정평화 모임에서 메노나이트 중앙위원회(MCC) 동북아시아 책임자 크리스 라이스 박사를 만났다. MCC는 재난, 전쟁 등으로 혼란한 곳을 돕는 재세례파 교회의 단체다. 천주교의 카리타스와 비슷하다.

라이스 박사가 발표하기 전 잠시 만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역할은 무엇인지 들었다.

1966년 이맘때, 그는 한국에 처음 왔다. 선교사 부모님을 따라 10대 후반까지 16년간 한국에서 자랐다. 그는 “50년 전보다 분단의 벽은 더 높아졌고 북한을 다른 나라, 적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이 (통일에) 무감하고 신경을 안 써 더 심란하다”고 했다.

“평화의 반대말은 전쟁이 아니라 개발, 발전이다. 사람들이 사느라 바빠 이런 일(평화, 통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는 교회가 이런 현실에 예언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통일을 위해서는 만남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그러나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가 약 3만 명에 이르지만 자신이 알기로 이들과 함께 예배하는 교회가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두 번 간 적 있는 그는, “북한 사람들에게 미국인인 자신은 가장 큰 적이지만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서로를 인간으로 보게 된다”고 했다. MCC는 20년째 결핵퇴치, 농장 3곳 지원, 두유공장에 콩을 지원하는(이 두유는 고아원에 보낸다) 등 북한을 돕고 있다. 라이스 박사는 올 10월에도 북한을 방문한다.

또 그는 ‘통일’이라는 말이 아닌 코이노니아, 연합, 화해 같은 교회의 언어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통일’이란 단어를 들으면 정치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는 야곱과 에사우의 관계가 깨졌다 상봉하는 장면(창세기 33장)을 들며, 이런 형태의 만남을 묘사하는 언어를 만들어 쓰면 좋겠다고 했다.

▲ 크리스 라이스 박사 ⓒ배선영 기자

강정 해군기지 사태에 대해서도 그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스도인들은 흔히 예수와 정의가 같이 갈 수 없고,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고 오해한다. 예수를 말하며 정의에 무관심하거나, 정의에 투신하지만 예수를 말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예수와 정의가 삶에서 함께 드러나야 진정한 신앙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그리스도인이 강정에 관광이 아니라 순례자로 와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들어야 한다고 했다. “강정 해군기지 사태는 그리스도인에게 근본적 정체성이 무엇인지 묻고, 다시 확인하게 한다.” 그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한국인, 미국인 같은 신분증에 있지 않고 하느님나라에 속한다고 했다.

한편, 강연에서 라이스 박사는 평화와 화해를 위해 일하며 받는 도전의 경험을 솔직하게 나눴다. 이어 평화에 대해 “평화는 쉽지 않고, 인기가 없다. 성공에 대한 보장도 없다. 평화의 일꾼이 되는 것은 다리가 되는 것이고, 다리는 양쪽 모두에게 밟히는 운명”이라고 했다. 그는 “평화를 추구하는 것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오랜 여정이며, 평화를 만들어 가며 우리는 메시아나 구세주가 아닌 섬기는 종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연을 맺었다.

그는 강연 처음에 미국 그리스도인으로서 4.3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미군이 뒤에서 학살을 지원한 일을 미국 정부가 사과하지 않고, 한국에 왔던 미국 선교사들이 이 일에 침묵한 것에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크리스 라이스 박사 자신은 재세례파가 아닌 장로교인이며, 미국에서 인종갈등 해결을 위해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했다. 미국 듀크대 신학교 동북아시아 선임연구원이며, “화해의 제자도”라는 책을 공동으로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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