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명이 주교회의에 지침 요구 서한

(조스 카비)

인도에서 사제들이 연관된 성학대 사건이 잇따라 불거진 가운데 교회가 아무 대응을 하지 않고 있어 신자들이 좌절하고 있다. 이에 122명의 신학자, 수녀, 사제, 여성운동가들이 주교회의에 편지를 보내, 이러한 계율 위반 행위에 엄격히 대처하라는 교황의 요구에 걸맞게 인도 교회가 빨리 움직이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신학자로서 이번 3월 22일자 편지의 초안 작성에 참여한 버지니아 살다나는 “우리는 주교들이 움직이도록 온갖 애를 쓰고 있다.”고 했다.

또한 초안 작성을 주도한 아스트리드 로보 가지왈라는 인도 남부 케랄라에서 한 십대 소녀를 강간해 임신시킨 사제가 2월에 체포된 사건이 계기가 되어 자신들이 교회당국에 요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편지는 인도 주교회의 의장인 바셀리오스 클레미스 추기경에게 전달됐다.

로빈 바다쿰체리 신부(48)는 범죄 혐의가 불거진 뒤 해외로 달아나려다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지금 재판을 기다리며 구금돼 있다.

또한 같은 교구의 토마스 테라캄 신부와 수녀 5명은 바다쿰체리 신부가 사건을 덮도록 도와준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이들은 몇 평신도와 함께 체포를 피해 도망쳤다가 나중에 자수했고, 지금은 보석 상태다.

한편 클레미스 추기경은 4월 22일 <NCR>에 자기가 편지는 받았지만 4월에는 미국 여행 중이었고 귀국한 뒤 아팠다고 했다. 그는 편지 내용을 언급하기는 거부했으나 5월 2-5일에 열리는 주교회의 상임위에 편지를 제출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주교회의는 개별 주교에 대한 직접 통제권은 없으며 다만 인도 전체에 공통적인 문제들만 다룬다고 했다.

가지왈라는 <NCR>에 자신은 교회지도자들이 개별적으로 응답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주교들이 적어도 이 문제에 우려한다는 성명이라도 내고 이런 사건을 막을 구체적 방안들을 제시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그녀는 인도의 라틴전례 수장인 오스왈드 그라시아스 추기경이 자기도 이 문제를 이번 상임위에 제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 로빈 바다쿰체리 신부는 범죄 혐의가 불거진 뒤 해외로 달아나려다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지금 재판을 기다리며 구금돼 있다. (이미지 출처 = NCR)

이번 편지는 바다쿰체리 사건에서 드러난 교회의 여섯 가지 관심 영역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 사제를 “또 다른 그리스도”로 생각하는 본당 신자들과 사제들 간의 신뢰가 상처 입었다.
• 청소년에 대한 학대, 그리고 범인들을 옹호하는 것에 관련된 인도 형법과 (교회 대응이) 일치하지 않는다.
• 성직자에 의한 성학대 사건을 조사하는 위원회에 여성을 포함시키고, 사건을 다룰 교회 조직이 필요하다.
• 교회 안에서 성학대를 금지, 방지, 시정할 문제를 다루는 주교회의 차원의 지침을 내야 한다.
• 사제직 후보자를 뽑을 때 더 주의해야 하며, 성애(sexuality)와 독신에 관한 신학교에서의 교육과 서품 뒤의 지속적인 사제 양성을 개선해야 한다.
• 성직자와 여성 수도자 간의 관계, 그리고 사제들에 의한 성학대를 수녀들이 은폐할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이번 편지 서명자에는 인도 여성신학자 포럼, 사티아쇼닥(식별), 스트레바니(여성의 목소리), 정의평화 수도자포럼, 인도 수도자회의 등의 회원들도 참여했으며, 수녀들이 절반이 넘었다.

이들은 편지에서 “일어난 사건을 알리는 데 외부기관이 필요했던 것”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2월 7일에 한 교회병원에서 16살 난 소녀가 아기를 낳았다는 제보를 받은 한 아동원조 기관이 경찰에 알리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수녀들이 그 아기를 엄마의 동의 없이 고아원에 보냈다고 밝혔다.

바다쿰체리는 피해자 가족에게 100만 루피(약 1700만 원)를 주면서 아버지가 자신이 딸을 임신시켰다고 주장하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편지는 교회는 교회의 적들이 상황을 이용할까 겁내서 교회 안의 범죄 사제들을 공개하기를 주저한다고 지적하며, “교정 조치가 늦어지면 상처가 더 커지기” 때문에 이처럼 교회가 성학대 사건들을 비밀로 처리하는 것은 더 큰 해를 끼친다고 지적했다.

1년 전에도 정의평화 수도자포럼 회원 75명은 주교회의가 이런 사건의 처리에 관한 지침을 내야 한다고 요구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이들은 수녀들을 학대하는 사제들이 있는지 점검하라고 인도의 모든 주교와 수도회 장상들에게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이 없었다.

살다나는 자신은 지난 2010년에 성직자에 의한 성학대 사건이 처음 드러난 뒤부터 이 문제에 관여해 왔다면서, “그 뒤로 우리는 그룹을 만들어 교회가 이 문제를 내부적으로, 하지만 올바른 방식으로, 특히 피해자에게 제대로 된 방식으로 처리하도록 하려고 애써 왔다”고 밝혔다.

▲ 2016년 3월 인도 주교회의 의장인 바셀리오스 클레미스 추기경이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NCR)

이 그룹은 국법에 바탕을 두고 지침 초안을 만들어 2013년에 주교회의 여성위원회를 통해 주교회의에 제출했다.

살다나는 전에 주교회의 여성위 총무를 맡은 적이 있다.

“그때 주교회의는 우리에게 행동을 약속했는데, 아직도 그런 문서가 공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주교회의 관리들은 지침을 지난해 9월에 열린 주교회의 총회에서 통과시켰으며 더 다듬은 뒤 곧 공개 배포할 것이라고 했다.

살다나는 주교회의가 문서 공개를 미루고 있는 것은 지침이 나오면 사제 성학대에 관한 고발이 산사태처럼 밀려들까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도에서는 지난 2016년에 사제에 의한 성학대 사건을 여럿 겪었다.

3월에는 경찰이 푸날루르 교구 신학교 학장인 토마스 파라칼 신부를 체포했다. 청소년인 신학생 셋을 강간한 혐의였다.

12월에는 또 다른 한 사제가 한 소녀를 강간한 죄로 2중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예수회의 T. K. 존 신부는 이미 인도 교회는 체면을 구기고 도덕적, 영적 신뢰성이 약해졌다면서, 사제 후보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왜 독신생활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고 자격을 갖춘 이로부터 (성에 관해) 배우면서 자유롭게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에 관해 금기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사제가 된 뒤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는 신학교에서 40년간 가르쳐 왔다.

그는 “성숙한 사람은 (성을 비롯해) 모든 형태의 충동을 굶주림, 목마름처럼 정상으로 받아들이고, 그런 문제를 공개적으로 처리한다”고 했다.

초테바이는 교회는 미성숙한 10대들을 모집해서 사제가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그는 또한 평신도들의 굴종적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완전히 길든 개처럼, 평신도들은 자신들의 주인에게 충성만 해서, 주인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본다. 그러다가 문제를 보면, 못 본 체 하는 것을 선택한다.”

(조스 카비는 인도의 종교와 사회문제 전문 매체인 <매터스 인디아>의 편집장이다.)

기사 원문: https://www.ncronline.org/news/accountability/indian-catholics-frustrated-over-clergy-sex-abuse-cases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