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는 10퍼센트 뿐, 피해라고 생각 못해

목사는 성령을 전해 주겠다며 성교를 강요했다. 믿고 의지하던 목사에게 논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세뇌를 당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나 ‘성직자를 유혹했다’, ‘교회를 파괴시키려는 사탄’이라며 비난을 받았다.

지난 5월 29일 교회개혁실천연대는 교회 성폭력에 대한 포럼을 열고, 교회 성폭력의 현실과 처벌이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점 등을 살펴봤다.

교회 성폭력, 성직자의 막강한 권위와 유인으로 인해 피해라고 인식 못해

한국성폭력위기센터의 조중신 센터장은 성직자에 의한 성폭력 피해는 폭력과 위협보다는 유인과 위계가 많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교리를 인용해 성적 접촉을 정당화하고, 병의 치유를 빙자한 안수행위, 악령을 쫓아 준다는 구마행위, 개인 신상에 대한 상담 과정에서 교묘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를 당할 때 성폭력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성직자가 교회 안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목사를 비판하면 저주받는다’, ‘목사는 하나님만이 판단하신다’ 등 잘못된 신격화와 맹신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했다. 그래서 설교를 잘하고 은혜가 많다면서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에게 관대하고 오히려 은폐하려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런 맥락에서 교회안의 성폭력은 신자들의 자발적인 추종과 순응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거의 헌납적인 모습으로 피해를 당하기 때문에 피해를 입증하기가 어렵다. 피해를 주장하면 성직자를 옹호하는 신자들의 비난을 받거나 교단의 압력으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며,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나 사건을 보도한 언론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기도 한다.

조 센터장은 때문에 피해자들은 상처와 상실감으로 교회를 떠나고, 교회와 교단에서 적절한 처리나 사법적 처벌이 미흡했을 때의 실망감, 가해 목사가 처벌을 받고서도 교단을 옮겨 버젓이 목회를 하는 것을 보았을 때 장기적인 후유증에 시달린다고 했다.

▲ 성직자가 두 아이를 쫒아가는 모습. 리스본의 벽에 있는 그래피티. (이미지 출처=en.wikipedia.org)

순종과 복종을 강요한 교회, 남성중심적 성경해석도 성폭력 문제에 한 몫

이화여대 최순양 박사는 교회 안 성폭력을 부추기는 신앙적인 요인으로 교회에서 종속적인 여성의 지위를 꼽았다. 그는 교회 안에서 남성은 여성의 ‘머리’며 지도력을 가진 사람, 게다가 그 지도력은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라는 전제가 교회 안에 깊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 박사는 봉사하고 남성에게 순종하며 고난을 인내하는 모습이 교회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목사가 무엇을 요구하든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거나 성폭행을 당한 뒤 ‘내가 감당하고 목사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 ‘고소하지 않겠다’고 대응하게 된다.

그는 성서를 남성 중심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교회가 성폭력에 취약한 원인이라고 봤다. 그는 남성의 경험이나 관점에서 성서적 인간을 이해했기 때문에 성서 속의 여성이야기도 남성의 관점에서 읽혀졌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아브라함이 자신의 아내 사라를 누이라고 속여 파라오 왕의 아내로 삼게 하는 이야기, 롯이 소돔 주민들로부터 천사를 보호하기 위해 무리배에게 자기 딸을 겁탈하도록 내놓는 이야기 등 여성의 인권이 존중되지 못하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 최 박사는 이런 성경의 여성에 대한 이해는 성폭력의 경험을 바르게 해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마비시킨다면서 성폭력 피해 여성이 성서를 읽으면서 그 속에서 답을 찾기 보다는 더 좌절하거나 우울해한다고 했다.

섬돌향린교회의 임보라 목사는 성폭력은 ‘권력’과 ‘부정의’의 문제와 연결돼 있어 강자에 의해 약자가 희생되는 모든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이성 간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임 목사는 교회 성폭력 사건은 이 포럼 제목처럼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오래동안 ‘자기 주장’과 ‘분명한 거부의사’ 대신 ‘복종’과 ‘순종’을 강요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단마다 목회자 교육 과정에서 성평등을 비롯해 성폭력 예방교육을 필수과정으로 포함시켜야 하며 공동체 차원의 성에 대한 의식 변화를 강조했다.

한편, 2011년에 있었던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의 한 세미나에서 박성자 씨가 한 발제문에 따르면 2007년에 100여 건의 상담 중 강간이 61건이고, 성추행이 38건 등이었지만, 사회 법정이나 교단에 고소한 경우는 9건뿐이었다. 또한 지난해 교회개혁실천연대 교회문제상담소에서 받은 상담 중 담임목사의 성폭력 문제는 7.3퍼센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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