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말라바르 교회 수장 알렌체리 추기경, 제대로 해명 없어

인도의 동방 가톨릭교회인 시로말라바르 전례교회의 사제들이 수장인 조지 알렌체리 추기경이 150억 원에 가까운 토지 거래의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에르나쿨람-앙가말리 대교구는 여러 차례의 거래를 하면서 약 8억 루피의 빚이 생겼는데, 공식 회계보고서에는 분실된 자금과 은행융자금으로 돼 있다.

교구 사제들의 교회법적 대표체인 사제평의회는 이 거래에 두 명의 원로 사제와 알렌체리 추기경이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 거래가 대교구 안의 교회법적 기구들과 재무 자문들을 거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대교구 대변인인 폴 카레단 신부는 2월 6일 <아시아가톨릭뉴스>에 “우리는 돈을 잃었다. 추기경이 어떻게 이 모든 행위에 서명했는지, 이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가 모두에게 큰 고민거리다”라고 했다.

그는 사제평의회가 이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지난주 교황청에 보냈다고 확인해 줬다.

“그것은 사제평의회가 교황청의 개입을 바란다는 뜻이 아니다. 교황청이 이 문제를 언론 보도를 통해서보다는 당사자를 통해 아는 것이 맞을 뿐이다.”

언론들은 약 두 달 전부터 부패와 검은 돈, 그리고 추기경을 쫒아내기 위한 움직임 등에 관한 추측 보도를 하기 시작했고, 이에 세바스천 아다얀트라트 보좌주교는 지난해 12월 28일에 회람문을 발표해서 대교구 안에 “재무 위기”가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회람문은 케랄라 주의 상업중심지인 코치 내부와 주변의 좋은 위치의 땅 여러 구역이 팔렸고 이 돈으로는 전에 다른 땅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빌렸던 6억 루피를 갚았다고 시인했다.

이 빚은 거래가 이뤄지기 전에는 6억 루피였지만 (회람문을 낼 즈음에는) 8억 4000만 루피로 불어나 있었다.

비난을 받는 두 사제 가운데 한 명은, 이름을 기사에 나기를 원하지 않고, <아시아가톨릭뉴스>에 자기들이 받는 비난은 이들 거래의 원래 의도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마다 이자가 쌓여 가는 은행융자를 갚아 털어내려는 것이었다. (땅들을 판) 돈이 제때 들어왔으면(그래서 돈을 제때 갚고 이자가 붙지 않았으면)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을 것이다.”

“없어진 돈은 하나도 없다. 지연된 뿐이다. 돈은 들어올 것이고, 그러면 모두가 비난에서 해방될 것이다.”

그는 중개자가 토지를 산 사람들로부터 돈을 좀 받았다고 인정했다.

회람문은 300만 달러 정도가 사라졌으며, 1000만 달러에 가까운 부채는 은행 융자와 지난 2년간 쌓인 이자를 합친 것이라고 밝혔다.

아다얀트라트 보좌주교는 회람문에서 “대교구 안에서 일어난 일은 재무 위기일 뿐 아니라 도덕적 일탈이기도 하다”고 했다. 투명성이 없고 교회법 규정들을 어긴 것은 “심각한 윤리적 문제들”이라고 했다.

“대교구는 재무위기는 대부분 회복하겠지만, 윤리적 문제들은 크게 남을 것이다.”

카레단 신부는 알렌체리 추기경 이러한 윤리적 문제들에 이르게 된 상황들에 대해 앞으로 열흘 안에 열릴 다음번 사제평의회에서 설명하기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구 사제들에게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해 설명하고 답하기로 약속했다. 기다려 보자.”

하지만 사제평의회 위원인 한 원로 사제는 <아시아가톨릭뉴스>에 이 문제가 1년 반이 넘게 토론돼 왔다는 점에서, 이는 “시간벌기일 뿐”이라고 했다. 이미 여러 차례 추기경이 설명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사제평의회가 소집됐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

“추기경이 귀를 막고 침묵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고통 받고 있다. 우리들 아무도 우리 추기경이나 사제들이 돈을 먹었다고 말한 적이 없다. 우리는 (재정) 손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우리 교구의 자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돈이 어디로 갔는지, 알 권리가 우리에게는 있다.”

2012년 초 바티칸에 간 조지 알렌체리 추기경(오른쪽). (사진 출처 = UCANEWS)

시로말라바르 전례는 토마스 사도에게서 이어져 오는 교회로서 신자 수가 400만 명으로, 동방가톨릭교회 가운데는 우크라이나교회에 뒤이어 신자수가 가장 많다. 동방가톨릭이란, 동방 정교회에 속했으나 로마 교황의 수위권을 다시 인정하고 “가톨릭”으로 돌아온 교회들을 말한다.

전승에 따르면 토마스 사도가 인도에서 전교를 했으며, 이로부터 이어져 온 인도의 동방 가톨릭은 시로말라바르 전례와 시로말란카라 전례가 있어서, 근세 이후에 서양 선교사들이 전파한 라틴 전례와 함께 인도 가톨릭교회를 이룬다.

지난 1월 8-13일에는 시로말라바르 전례에 속한 전 세계의 모든 주교 59명이 참석한 시노드가 열렸다. 동방가톨릭 교회들은 가톨릭에 속하지만 동방 정교회 식의 전례와 교회법, 통치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시노드가 모든 문제에 관한 최고 의결기구다.

이 시노드에 참석한 한 주교는 이번 시노드에서는 이 문제를 여러 차례 토의했다면서, “교회에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사제평의회의 또 다른 한 원로 사제는 시노드는 “이 문제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시로말라바르 전례교회의 수장인 상급대주교를 이 시노드에서 선출하지만 그 상급대주교를 처벌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알렌체리 추기경이 시로말라바르 전례교회의 상급대주교(major archbishop, 일반 대주교보다 더 높고 총대주교보다는 낮다)다.

“그래서 우리가 교황청이 이 상황을 알기를 바라는 것이다.”

교회 안의 불의에 맞서 싸우는 “열린 교회 운동”을 이끄는 평신도 활동가 레지 응잘라니는 추기경에 대한 비난은 한 가지 전례 분쟁에 바탕을 둔 “교회 내부의 분파적 분쟁”에서 나온 것으로, 심지어 주교들도 갈라져 있다고 했다.

시로말라바르 전례교회는 약 30년 전에 현대주의와 전통주의로 파가 갈린 적이 있었다. 알렌체리 추기경은 전통파를 지지하는 주교였는데 2011년에 수장인 상급대주교로 선출됐다. 현대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에 개혁된 라틴 전례를 받아들이자는 입장이고, 전통파는 원래의 전례 양식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응잘라니는 현대주의를 지지하는 에르나쿨란-앙가말리 대교구의 사제들과 일부 주교들은 그가 수장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시로말라바르 전례교회에 총대주교좌 지위를 주는 것을 검토해 왔으며, 알렌체리 추기경을 반대하는 이들은 그가 총대주교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지만 당시 분파 투쟁에 휩쓸렸던 일부 사람을 포함해 많은 사제와 주교들은 응잘라니와 같은 주장을 지지하지 않는다.

한 원로 사제는 “옛날의 분쟁을 지금 여기에 끌어들이는 것보다 우스운 것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사제들 가운데 아무도 추기경에 반대하는 말을 한 적이 없고 그의 명령을 거부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 고통스런 소란이 어떻게든 해결되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될 것이다.”

기사 원문: https://www.ucanews.com/news/land-deal-scandal-entangles-indian-cardinal/81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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