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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가톨릭학교와 피임, 낙태 이야기서강대, 페미들의 성교육 대관 취소, “다음에는 논의 거치겠다.”
배선영 기자  |  daria20120527@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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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07  14: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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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강대에서 ‘페미들의 성교육’이 취소되는 일이 벌어진 뒤, 논란의 당사자들이 서로 대화 의사를 밝혔다. 또한 서강대는 다음에는 대학 구성원 간에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서강대 여학생협의회를 비롯해 가톨릭대, 성공회대, 연세대, 이화여대 내 여성 단체와 불꽃페미액션은 한국여성재단의 후원으로 3월 11일부터 4회에 걸쳐 서강대와 성공회대에서 ‘페미(페미니스트의 줄임말)들의 성교육’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불꽃페미액션은 강남역 살인사건 뒤 여성으로서 느끼는 모든 폭력과 여성혐오에 저항하는 행동을 하는 모임이다.

하지만 서강대 측은 ‘페미들의 성교육’이 가톨릭의 건학이념에 위배된다는 항의를 받았다며, 강연 하루 전에 강의실 대관 승인을 취소했다. 성공회대에서는 그대로 진행됐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이에 대해 서강대 여학생협의회 윤채영 회장과 송기은 부회장, 학교 측 그리고 문제를 제기했던 생명문화연구가 이광호 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 서강대 여학생협의회는 섹스, 피임, 낙태, 임신에 관한 경험을 익명으로 제보받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미지 제공 = 서강대 여학생협의회)

여학생협의회 “가톨릭교회와 대화하고 싶다”

여학생협의회 윤채영 씨는 학교 측이 ‘가톨릭 건학이념’을 이유로 강의실 사용을 취소한 것에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그는 취재에 응하기로 결정하기까지 교회가 피임과 낙태 문제를 어떻게 보는지 공부하고 이해하려고 애썼다고 했다. 고민 끝에 가톨릭교회와 대화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처음 외부와의 공식 인터뷰로 가톨릭계 언론을 택했다.

여학생협의회에 따르면 학교 측은 처음에는 강의실 사용 취소 이유로 학칙을 들었다. 서강대 강의실 사용 원칙에 따르면 학내 단체가 주관하더라도 주요 참가대상이 외부인인 경우나 행사 목적이 서강대 학생과 관계없을 때는 강의실을 쓸 수 없다. 그러나 페미들의 성교육은 서강대 학생이 다수 참여하고, 주제도 현실과 밀접하다. 이들은 결국 서강대 학생지원팀이 학칙이 주 이유가 아님을 인정했다고 했다.

페미들의 성교육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어떻게 안전하게 성관계를 할 수 있는지,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방법, 대학 내 성문화 등을 다룬다. 여학생협의회는 성관계, 피임, 낙태가 현실에서 분명히 일어나고 있지만 그동안 이야기되지 못했던 여성의 삶이기에 학내에 담론을 만들 취지로 행사를 준비했다.

3월 11일 행사를 앞두고, 3월 8일 생명문화연구가 이광호 씨가 서울대교구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굿뉴스 게시판에 서강대와 성공회대에서 ‘페미들의 성교육’이 진행되는 것에 문제가 있으니 재고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 씨는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생명운동본부 운영위원이기도 하다.

그는 “그리스도교 생명 문화를 창출해야 하는 교육기관에서 자유 성관계와 피임 만능주의 교육을 주장하고, 임신중단 합법화, 낙태죄 위헌 운동을 펼치는 단체에 장소를 제공하는 것은 건학 이념에 위배되는 결정”이라며, 이들 학교의 성직자와 교수에게 장소 대관을 재고하라는 요청을 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불꽃페미액션이 ‘낙태죄를 폐지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사진도 함께 올렸다.

학교 측은 같은 내용의 항의 전화를 받고 내용을 재검토해 대관 승인을 취소했다. 이 경우 전결권자는 윤병남 부총장이었다.

   
▲ 생명문화연구가 이광호 씨가 2012년 예수회 청년토크에서 성과 사랑에 관해 강연하는 모습. (지금여기 자료사진)

여학생협의회, “학교가 사목과 교육을 혼동....”
서강대, “다음에는 구성원 합의를 통해 결정”
이광호, “사상의 자유 인정하지만, 그리스도교 학교에서 하는 것은 문제”

여학생협의회 윤채영 회장과 송기은 부회장은 서강대에 여성학과가 있고, 2007년 성소수자 홍석천 씨가 강연했으며, 지금까지 이런 이유로 행사가 취소된 적이 없어 당황스럽다고 했다. 윤 씨는 “서강대는 지금까지 그런 학교가 아니었다”며, “그동안 채플 수업이 의무가 아닌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 했다”고 속상해 했다.

그는 또 “학교가 가톨릭 건학이념에 따라 낙태에 반대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논의를 막거나 학생회의 사업을 검열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지적했다.

송기은 부회장도 건학이념과 맞지 않다고 강의실 사용을 취소한 것은 “사목과 교육을 혼동한 것은 아닌가”라며, 서강대에 다닌다고 가톨릭신자가 되어야 한다면 자신은 자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다시 같은 강연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고, 관련 내용을 특강으로 열 수도 있지만 (학교 측이) 어떤 조치를 할지 불안하다며, “사상의 자유에 근본적으로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강의실 대관이 취소된 뒤 서강대 여성주의 학회 ‘이음’도 성명을 내 “학내 민주주의에 대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강의실 승인 취소가 학내 민주주의를 침해했다는 의견에 대해 학교 측은 4월 5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민주주의는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며, 서강대가 생각하는 민주주의 가치에는 구성원 인격 존중, 협의, 합리적 의사 결정도 있다. 가치관 차원에서 충돌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서강대는 다문화 향유를 보장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음에 (같은 내용으로) 신청하면 교내 구성원 간 논의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페미들의 성교육’이 서강대에서 진행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던 이광호 씨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사상이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으며, 이 강연이 가톨릭계 학교에서 진행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이 교육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교의 생명에 관한 가르침과 반대되는 내용을 그리스도교 대학에서 하는 것이 맞지 않기 때문”이며 이는 “일베의 행사를 허용하는 것, 무당이 명동성당에서 굿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또 이 씨는 ‘페미들의 성교육’에 대해 “성폭력, 성희롱 예방 교육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성관계는 자유롭게 하고 피임만 잘하면 된다는 피임만능주의’는 오류”라고 했다.

이광호, “피임만능주의, 낙태 합법화 주장”은 오류
여학생협의회, “피임과 낙태는 현실, 학내에서 공론화돼야”
양측 다, 같이 토론할 의향 있다

   
▲ 서강대 여학생협의회 송기은 부회장(왼쪽)과 윤채영 회장 ⓒ배선영 기자
여학생협의회는 이 씨의 의견에 대해 자신들은 ‘피임만능주의’라는 말을 이번에 (이광호 씨의 주장에서) 처음 들었고, 그런 주장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협의회는 “성관계를 하는 이들의 건강이 상호 존중되어야 하는데, 현재 성교육은 대개 콘돔 쓰는 법 등 피임의 피상적 기능에 머물러 있고, 다양한 피임기구와 기능, 성병 방지, 피임의 책임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있다는 듀얼-프로텍션(상호/이중 피임) 개념이 다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페미들의 성교육에 피임과 성 보건에 관한 내용이 있는 이유는 이런 인식과 교육을 상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광호 씨가 “낙태 합법화 운동을 펼치는 단체”라고도 지적한 데 대해, 협의회는 ‘페미들의 성교육’을 공동주최한 7개 단체 중 이런 단체가 있고, 운동 방향과 교육 내용이 아예 분리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운동과 교육이 등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협의회는 낙태에 관한 첨예한 의견 대립과 별개로, “한국 청년의 상당수가 이미 혼외 성관계를 하는 상황에서 낙태는 현실의 고민이고,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했다. “낙태 합법화 운동을 펼치는 단체”는 이런 현실의 고민에 대처하고자 하는 하나의 세력이며, 특히 기존의 낙태죄가 여성에게만 죄를 지우는 등 부당한 법이기에 문제 제기는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피임과 낙태에 관한 논의나 교육을 한다고 해서 종교적 이유로 낙태를 반대하는 이들의 양심, 도덕을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여학생협의회는 낙태가 여성의 건강을 해치고, 극단적 방식의 피임방법이기에 낙태를 조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낙태를 전면 금지했을 때 산모의 건강이 위험에 처하는 경우도 있다. 임신한 여성 혹은 미혼모에 대한 복지가 부족한 지금 상황에서 여성의 삶의 안전을 보장해 주지 못하며, 낙태를 금지해도 없어지지 않고 되려 음지화돼 피해가 더해지고 있는 것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협의회는 "그 어디에서도 낙태에 관한 열린 토론이 없었고, 암묵적으로 이해하는 침묵만 있었다"며 침묵 속에서 고통받는 많이 사람들이 있기에 침묵을 깨고 싶다고 했다.

송가은 부회장은 여성만 처벌받는 등 낙태죄의 문제점을 지적만 해도, ‘낙태에 찬성하고 생명을 죽이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기에 이에 대한 토의 자체가 어렵지만, 낙태죄에 찬성하는 이들과 같이 토론회를 하고 싶다고 했다. 윤채영 씨도 생명에 관해 같이 고민하고 토론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광호 씨에게도 피임과 낙태에 관해 입장이 다른 이들과 토론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흔쾌히 그러고 싶다고 했다.

현재 여학생협의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학교와 학생 사회에 피임, 낙태 등의 문제를 이슈화하고 토론의 장이 열리길 기대하며 소통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실제 많은 여성이 섹스, 피임, 임신, 낙태를 겪지만,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억압받는 사회에서 이는 쉽게 이야기되지 못한다”며 이에 관한 경험을 익명으로 제보 받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원치 않는 섹스를 강요당한 경험, 피임하고 싶어 하지 않는 남자친구와 싸운 경험, 섹스 후에 생리가 늦어져 임신했을까 불안과 공포에 떨었던 경험, 임신테스트기를 사서 확인해 본 경험, 원치 않은 임신을 했던 경험, 낙태의 경험 등”을 이야기해 달라고 제시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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