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문화연구가 이 박사, 예수회 청년토크에서 대중매체와 개방적 성문화 비판
일부 참가자 "성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으로 성을 다루려는가"

예수회의 ‘2012 가톨릭 청년토크’ 네 번째 마당이 6월 2일 오후 3시 서울 예수회센터 이냐시오카페에서 열렸다. 이번 청년토크에서는 생명문화연구가 이광호 박사가 강사로 나서 '성과 사랑 : 문학청년 vs 야동청년‘이라는 주제로 청년의 성과 사랑에 관해 이야기했다. 원래 이날 청년토크 강의를 맡을 예정이었던 박달분 수녀(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선교)는 현지 사정으로 한국에 오지 못했다.

이광호 박사 "꿈 키울 나이에 자극적 매스미디어에 중독된 청년은 욕망 덩어리가 된다"

▲ 이광호 박사
국문학 강사 출신인 이광호 박사는 어려서부터 고전을 접하며 순수한 사랑을 키운 ‘문학청년’과 인터넷으로 성인용 영상을 보며 자란 ‘야동청년’은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극적인 매스미디어의 영향으로 순수한 사랑을 하는 청년이 거의 사라졌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현재 대부분의 걸그룹이 전파하는 이미지가 남성의 성적 욕망을 부추기는 포르노와 결합되어 있다”며 “좋은 고전을 보며 꿈을 키울 나이에 그런 자극적인 매스미디어에 중독돼 자란 (남자) 청년은 욕망 덩어리가 되며 그가 내면화하는 사랑이란 당당한 성관계 요구와 여자친구가 임신했을 때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여성 참가자들을 향해 "여자친구를 욕망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공감 능력이 있으며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말하고 "무리한 성적 요구에 대해 생명에 대한 존중감으로 당당히 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적 이미지가 나오는 뮤직비디오, 결혼하지 않은 채 임신한 여성의 이야기, 흑백영화 <상록수> 등 영상물을 보여주며 청년들과 이야기를 이어갔고 "영상은 문자와 달리 보는 이로 하여금 시뮬레이션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개인의 욕구를 끝없이 충족시키기 위해 타인을 희생해도 좋다고 암시하는 매스미디어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인문고전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광호 박사가 청년들의 성과 사랑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일부 참가자 "성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으로 성을 다루려는가" 비판
"여성을 욕망의 대상으로 봐도 위험하나 보호 대상으로 여겨도 위험"

질의 응답 시간에 한 남성 참가자는 “문학청년도 야동청년과 마찬가지로 성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생님은 ‘성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으로 성을 다루려는 것은 아닌가”라며 “개인적으로 성을 알게 된 과정이 고통스러웠는데 선생님은 어떻게 성을 배웠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박사는 ”물론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이나 알퐁스 도데의 <별>에는 성에 관한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인문고전을 통해 테크닉을 배울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이 박사는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내 욕망을 위한 도구로 존재하지 않는 이성관계에 대한 기본을 닦을 수는 있지 않은가" 되물으며 "개인적으로 성은 고전을 통해 배웠다. 소설 <상록수>의 박동혁과 채영신을 이상적 관계로 내면화했다”고 밝혔다.

이번 청년토크에 참가한 배선영 씨는 “여성을 욕망의 대상으로 봐도 위험하지만, 보호의 대상으로 여겨도 매우 위험하다"며 "여성도 욕구가 있는 독립적 주체인데, 선생님이 보여준 영상과 문헌에 나타난 여성상이 모두 지고지순하고 남성을 존경하는 여린 이미지여서 보는동안 불편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서 그는 이 박사가 제시한 “문학청년의 모습은 ‘성 자체를 배제하고 자신의 욕구를 말하지 못하는 청년’은 아닌가" 되물었고 "성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는 것을 모두들 부끄러워하는 게 가장 큰 문제인 듯하다"며 오히려 공론화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대현 씨는 “고전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현대에 적용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새로운 세대에 맞는 화법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현대에 만연한 성 문화가 판타지를 만들어내고 ‘자기만의 성’을 찾기 어렵게 하는데, 어떻게 자신의 고유성을 담은 성을 찾아가야 하는가?" 물으며 "단순히 ‘인문고전으로 돌아가자’로는 답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만의 성'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감수성을 더 키워가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며 "인간이 거대한 매스미디어에 저항할 수 없는 유약한 존재라기보다 분별의 감수성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런 힘을 각자가 더 키워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청년토크 참가자들이 이광호 박사의 강의를 듣고 있다.

청년토크 진행을 맡고 있는 최성영 신부(예수회)는 “이번 청년토크가 이론에 대한 논리적 토론의 장이 되기 보다는 젊은 시기에 매우 중요한 주제인 성과 사랑을 화두로 더 고민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 청년토크, 9월 1일에 민변 노동위원장 권영국 선생 초대

3월부터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 열린 예수회 청년토크는 7, 8월을 쉬고 9월 1일부터 다시 열린다. 이날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권영국 선생이 강사로 참여해 '자유로운 영혼, 그리고 실천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주제로 청년들과 대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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