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운동본부, 평신도 간담회

“요즘 10대들 만나면서 앞날이 캄캄하다.” “어디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절망스럽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가 5월 27일 개최한 ‘평신도 지도자와의 간담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오늘날 10대, 청년층의 성의식과 문화를 개탄하며 내놓은 대표적인 반응들이다. 이날 간담회는 천주교 평신도들의 생명에 대한 의식을 높이고 생명운동 동참을 늘리기 위해 평신도 지도자와 지식인의 역할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생명운동본부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권길중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 단체협의회(평협) 회장과 교구 평협, 여성, 출판인, 광고인, 교육자, 의료인, 장애인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중장년층 이상의 평신도 20여 명이 참석했다. 본부장 이성효 보좌주교(수원교구)도 참석해 평신도들과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특히 이광호 생명운동본부 운영위원이 ‘청소년 성교육과 가톨릭 신자 지식인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한 것을 들은 뒤, ‘충격을 받았다’, ‘손자, 손녀를 둔 사람으로서 걱정이 크다’는 소감을 많이 내놨다.

▲ 5월 27일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간담회에 참석한 이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한 기자

이광호 위원은 파워포인트 자료를 활용해 걸그룹 헬로비너스의 2013년 곡 ‘차 마실래?’의 뮤직비디오를 보여줬다. 그는 “어둠이 내린 후에 나를 집으로 데려다 주세요. 벌써 헤어지긴 싫어요. 날 좀 더 알고 싶나요. 그러면 들어와서 차 마실래요?” 등의 노랫말과 그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 청소년들에게 성관계는 차 마시는 것과 같은 가벼운 것이라고 받아들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광호 위원은 최근 국내 고등학교 학생들이 “안마방 에이스”, “해본 X”, “69” 등 ‘선정적 문구’를 새긴 티셔츠를 입고 교내 행사에 참여하는 듯한 모습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된 것도 보여주면서, 이런 상황에 대해 교육자들이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은 미국 가톨릭교회처럼 한국에서도 성문화에 대한 천주교 신자들의 ‘직접적 의사표현’과 함께, 학교에서 선정적 댄스 축제 등을 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간담회 참석자들은 “교육”과 “운동”의 필요성을 지적한 경우가 많았다. 한 참석자는 “(청소년들이) 사랑을 어떻게 하면 아름답고 훌륭한지 같이 병행해 교육해야 한다”면서 “‘하지 말라’고만 하면 결국 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정성연 한국가톨릭 여성단체협의회장은 “여성은 낙태반대운동을 10년 전부터 했지만,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꾸준히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 회장은 “가정에서부터, 부모가 먼저다”면서 “교육이 제일 먼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어린 손자를 돌본 경험을 전하며, 성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산교구에 속한 여성, 청소년 선도 보호 시설 ‘로뎀의 집’을 운영하고 있는 조정혜 관장은 현행 숙박법 하에서는 ‘혼숙’만 아니면 청소년들도 자유롭게 숙박업소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 숙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늘과 같은 간담회가 다시 열리게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생명운동본부 총무 송열섭 신부는 “이런 모임을 앞으로 더 어떻게 할 것인가는 앞으로 추이를 보면서 얘기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송 신부는 “미디어를 통해 ‘죽음의 문화’와 ‘성의 자유화’가 젊은이들을 하느님을 의식하지 않는 삶으로 이끌어가는 것에 대해 현실을 직시하면 좋겠다”면서 “생명을 위한 문화의 확산은 모든 신자, 건강한 의식이 있는 모든 사람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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