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1일 '생명대행진 2015' 참가자들이 '생명 존중' 메시지를 담은 피켓을 들고 청계천 일대를 걷고 있다.ⓒ강한 기자

“남자들이여, 도망가지 맙시다!”

프로라이프 연합회가 4월 11일 서울 청계광장 일대에서 ‘생명대행진 2015’ 행사를 열어, 아이의 아버지에게 양육비를 강제 집행할 수 있는 부성책임법 제정을 촉구했다.

생명문화연구가 이광호 씨(베네딕토)는 행진 전 강연에서 “여자를 임신시켜 놓고 남자가 배짱부리면서 큰 소리 떵떵 칠 수 있는 나라가 OECD 중 몇 개 안 되며,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북미와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아이를 임신시킨 남성에게 책임을 다하게 하는 부성책임법, 일명 미혼부 책임법이라는 법이 강력하게 실행되고 있다”면서 “성에 대한 책임을 학습시키는 교육은 피임 교육이 아니라 양육비를 강제 집행하는 사회 제도”라고 강조했다.

생명대행진 참가자들은 “남자도 책임집시다. 국가도 책임집시다. 우리도 책임집시다”, “아기는 선택의 대상이 아닙니다” 등 구호를 외치며 청계천을 따라 행진했다. 생명대행진 조직위원회는 이번 행사에 1500여 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4년째 프로라이프 연합회가 주최하는 생명대행진에 참가한 임승빈 씨는 ‘부성책임법’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 “사람들이 많이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천주교에서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청주교구, 꽃동네 공동체,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등이 이날 생명대행진에 단체로 참여했다. 주사랑공동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등 개신교 단체와 낙태반대운동연합도 회원, 청소년들과 함께 행진했다.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장 이성효 보좌주교(수원교구)도 수도자들과 함께 ‘태아 보호는 나라사랑, 생명의 문화 이룩하자’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걷는 등 행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성효 주교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인터뷰에서, 지난 3월 사도좌(교황청) 정기방문 때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천주교의 생명운동을 긍정 평가했다고 전하면서, “우리가 하는 이 작은 행진이 낙태 반대, 미혼부 책임이라는 가시적인 것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주교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금 한국교회 안에 있는 "이념의 식민화"라는 장애물을 걷어내고 난 다음에 생명운동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들어 천주교는 ‘미혼부 책임의 법제화’에 대한 공청회를 여는 등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를 중심으로 혼외 자녀에 대한 남성 책임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8일 열린 공청회에서는 최근 시행된 양육비 이행법이 부모가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자녀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일반적 책임을 선언한 것에 불과해 미혼부의 양육비 지급을 법제화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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