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호흡처럼, 이 노래처럼]

벌써 세월이 많이 흘렀다. 이태석 신부님이 수사일 때, 난 수사님과 함께 여름캠프를 진행했었다. 살레시오수녀회와 수도회가 함께 하는 캠프였다. 기억이 희미하지만 아마도 전남 영광의 모래미캠프장이었던 것 같다.

출애굽을 주제로 한 ‘출애굽캠프’였고, 아이들과 함께 밤에 우리나라의 옛 등불을 재현해서 자신의 어둠을 표현하고 새롭게 되고 싶은 것들을 그림으로 그려, 예수님의 부활의 빛에서 불을 당겨 나도 나의 어둠에서 부활하리라는 각오를 하고, 모두 등불을 들고 바닷가로 가서 밤기도를 바쳤던 것 같다.

많은 아이들이 함께 등불을 들고 조용히 밤의 푸른 바닷가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그러던 중 한 아이가 아프다고 하자 주변이 술렁거렸고, 우리 중의 누구인가 다가가 아프다는 아이를 데리고 대열에서 벗어나 숙소로 향했다.

나름 캠프에 오래 있다 보면 꾀병인지 정말 아픈지 정도는 구분할 줄 아는 지혜가 생기는데, 그때 우리들의 판단에 의하면 이 아이는 정말 어딘가 아픈 것이 분명했다.

▲ 고 이태석 신부가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던 모습.(사진 출처 = 살레시오회 홈페이지)

곧 바로 우리는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의사의 길로 가지 않고 수도사제가 되기 위해, 그것도 청소년들을 위해 이 땅에서 또 다른 돈 보스코가 되겠다는 다짐으로 수사로 살고 있는 이태석 수사님의 진단을 받아 보기로 했다. 그리고 바닷가에서 기타를 치며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이태석 수사를 불러들였다. 물론 다른 수사님이 그의 프로그램을 이어서 계속 진행했다.

이태석 수사님은 꽤 먼 거리였지만, 아주 빨리 도착해서 아이를 진단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진지했던지 - 아이의 병명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모습의 진지함이 내 마음속에 남았다. “아, 역시 의사는 다르구나.”

그런 이태석 수사님이 곡을 쓰고 가사를 쓴 노래 ‘묵상’.

누구나 한번쯤 정의와 자유를 두고 신앙 안에서 고민할 때,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주제. 그리고 그의 결심이 이 노래 속에는 들어 있다.

.... 조용한 침묵 속에서 주 말씀 하셨지. 사랑 사랑 사랑 오직 서로 사랑하라고난 영원히 기도하리라 세계 평화 위해 난 사랑하리라 내 모든 것 바쳐....

이 노래를 들으면, 그의 고민과 사랑과 결심이 살아난다.

그가 선교사로서 살아왔던 삶과 브라스밴드를 구성해서 아이들에게 주었던 사랑의 의미가 들려온다.

사실 우리의 삶이 단순하지 않지만, 하느님의 진리는 단순하다. - “사랑” 그것이 답이다.

하느님께서는 대책을 세워 놓으신다. 그 대책이 우리이고, 그 대책은 사랑으로 해결된다.

묵 상

 - 살레시오수도회 이태석 신부 작사 작곡

십자가 앞에 꿇어 주께 물었네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들
총부리 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 가는 이들을

당신은 보고만 있냐고
눈물을 흘리면서 주께 물었네

세상엔 죄인들과
닫힌 감옥이 있어야만 하고
인간은 고통 속에서
번민해야 하느냐고

조용한 침묵 속에서
주 말씀하셨지
사랑
사랑
사랑 오직 서로 사랑하라고

난 영원히 기도하리라 세계 평화 위해
난 사랑하리라 내 모든 것 바쳐

 

김성민 수녀 (젤뜨루다)
살레시오회 수녀이며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기도하는 사람이다. 동화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이야기해 주고 싶은 꿈이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