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수가 본 교회와 사회 - 7]

천주교의 사회적 위신이 계속 높을 것이라 기대하는 분들이 많아 과연 그러할지 살펴보려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개신교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에서 2014년 2월 5일 발표한 ‘2013 한국교회신뢰도 조사 발표세미나 자료집’에 실린 두 가지 조사 결과를 인용해볼 것이다. 이 조사 외에 다른 조사연구들도 많았지만 인용할 결과와 대동소이해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먼저, ‘2013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신뢰하는 기관’에는 ‘시민단체’가 27.8퍼센트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 뽑혔고, 이어 ‘언론기관’(10.6퍼센트), ‘종교기관’(9.2퍼센트), ‘대학’(8.7퍼센트), ‘정부’(6.9퍼센트), ‘사법부’(6.1퍼센트), ‘기업’(4.0퍼센트), ‘국회’(1.5퍼센트), ‘없음’(1.5퍼센트) 순으로 조사되었다. ‘모름/무응답’은 23.7퍼센트였다. 종교 기관의 순위가 이전 조사들에 비해 낮아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두 번째, ‘가장 신뢰하는 종교’로는 ‘천주교’가 29.2퍼센트로 1위, ‘불교’가 28퍼센트로 2위, ‘개신교’가 21.3퍼센트로 3위, ‘모름/무응답’ 16.1퍼센트 순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비해 불교에 대한 신뢰 비율이 높아졌다.

천주교에 대한 평가를 네 가지 독립 변인별로 교차 분석한 결과에서는 ‘성별’에서 ‘여성’(33.6퍼센트)이 ‘남성’(25퍼센트) 보다, 연령에서는 모든 연령대가 비슷한 가운데 ‘50대’만 32.4퍼센트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3-5퍼센트포인트 정도 높게 평가하였다. 소득수준에서는 ‘상’(31.1퍼센트)과 ‘중’(31.0퍼센트)이 ‘하’(26.0퍼센트) 비하여 높았다. 종교인별로 살펴보면(천주교인 응답 제외) ‘무종교인’의 32.7퍼센트가 ‘천주교’를 선택해 여러 종교들 가운데 가장 선호하였고, 이어 ‘불교’ 26.6퍼센트, ‘개신교’ 8.6퍼센트 순으로 답하였다. 개신교인과 불교인은 자기 종교를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가운데, 천주교를 그 다음으로 선호하였다.

해당 종교인에 대한 평가를 빼고 나면 소득 수준이 중상에 속하는 30-50대 무종교인 여성이 천주교를 가장 선호하는 셈이다. 그리고 개신교인과 불교인이 자기 종교 다음으로 천주교를 신뢰한 결과다. 따라서 천주교에 대한 인기는 천주교 신자들의 ‘압도적인 지지’(88.7퍼센트)와 비신자들과 이웃 종교인들의 선호에 근거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비슷한 문항을 포함한 조사들이 지난 25년 동안 천주교에 대한 한국사회의 신뢰가 두텁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으므로 이런 추세가 계속 되리라 기대하는 게 당연하다. ‘맞다.’ 당분간 이 추세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다음의 다섯 가지 측면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하면 이 신뢰는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각 측면을 차례로 살펴본다.

▲ 명동성당. ⓒ강한 기자
첫째, 천주교의 높은 신뢰도는 이웃 종교와의 상대적 비교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특히 교세 측면에서 ‘정립(鼎立)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개신교와 불교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천주교의 상대적 위치가 결정되는 면이 있었다는 말이다,

나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이 세 종교 간 관계는 ‘풍선에 든 바람’(부동산과 다른 의미의 bubble effect)과 같았다. 풍선에서 어느 한쪽 공기가 눌리면 다른 쪽이 부풀듯이 특정 종교의 평가가 나쁘면 다른 종교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더 높아지는 관계에 있었다. 자신이 잘 해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는 말이 아니다. 물론 어느 종교가 부푼 쪽이 될지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이 가설을 적용하면 아직 개신교와 불교가 천주교에 상응하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천주교 우위가 당분간 지속되리라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두 종파 가운데 어느 하나 또는 둘이 긍정적인 역할을 통해 이미지가 좋아지면 천주교의 상대적 우위는 오래 가지 못하게 된다.

둘째, 천주교 스스로 자신의 강점을 약화시키는 경우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예로 그동안 양면성을 가지고 있던 천주교의 ‘단일성’을 들 수 있다. 이른바 천주교의 조직적 통일성 이미지다. 이의 긍정적 측면은 ‘단일한 권위(혹은 조직)와 그에 기초한 통일된 입장’이라는 이미지가 개신교 교파 분열과 불교 종단 파벌 싸움과 대비되며 한국인에게 신뢰의 근거가 된 점이다. 정부와의 관계에서도 이는 교회가 간섭을 덜 받게 하는 데 기여하였다. 반면 한국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제도가 권위적이고, 사회변화에 유연하지 못하다고 평가받는 면은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이 강점이 약화되고 있다. 조직적 통일성이 높은 집단은 다른 소리를 내는 집단이 내부에 많아질수록 권위를 잃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주교단에서 합의한 내용과 다른 내용을 말하는 일부 주교들의 발언과 태도, 대수천과 같은 조직들의 공식입장과 반대되는 발언, 역설적이지만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일부 주교들에 대한 발언도 권위를 상대화시키는 데 기여한다. 일부 신심운동에서 교계와 다른 소리를 내는 경우도, 전통 교리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말하는 경우도 교권을 탈 중심화시키는 데 기여한다. 현재까지의 추세로 볼 때 이 불일치 사례들은 절대 줄지 않는다. 그만큼 천주교의 사회적 신뢰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미국에서 2002년에서 2005년 사이 큰 문제가 되었던 사제들의 성적 추문, 천주교 신자들이 일부 개신교 신자들처럼 이웃 종교인들에 배타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 천주교 고위 공직자들의 친 천주교 발언과 행위의 빈도가 높아지는 경우, 정부나 지자체 위탁시설에서 회계 비리나 성적 추문이 큰 규모로 발생하는 경우, 그리고 가능성은 낮지만 교회 기관의 경제적 파산 등도 발생하면 신뢰 추락에 기여한다. 교회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사제들이 일반 현장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비신자들과 비종교적 이유로 접촉 면적이 넓어지는 경우(위신이 낮아진다), 신자들의 비윤리성이 커지는 경우 등도 신뢰 하락을 촉진할 후보군이다.

셋째, 앞의 두 번째에 속한 여러 요소들과 부분적으로 중첩되는 측면인데 천주교가 싫든 좋든 거대 사회 권력이 되면서 ‘갑’의 입장에 서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거나, ‘갑’의 입장을 옹호하는 일이 잦아지는 경우, 교회의 전체 이미지가 ‘강자’로 비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미 이런 요소들은 얼마 전부터 감지되는 중이다. 개신교가 하루아침에 현재 이미지를 갖게 된 게 아니고 수십 년에 걸쳐 그랬던 것처럼 천주교도 이런 요소들을 내부에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넷째, 교회 재정이 줄면 수도회를 통해 사회봉사로 지출되던 양이 줄어 상대적으로 천주교의 봉사적 이미지가 약화되는 경우다. 여성 수도자들이 고령으로 대거 사회복지 현장에서 물러나는 경우도 천주교의 사회봉사 이미지를 약화시킬 것임이 분명하다. 교회 활동은 줄어들고, 교회를 대변하던 인력들의 상징성은 약화되는 상황이 천주교의 긍정적 이미지를 약화시킬 것이다. 굳이 이 경우가 아니더라도 국가사회복지체제에서는 종교의 비중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외부적 요인으로 전체 이미지로서의 가톨릭에 대한 평가이다. 현재까지는 바티칸이 한국 사회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아 왔다. 현 교황이 즉위하고 나서부터는 이 평가가 더 좋아졌다. 그러나 만일 서구 교회에서와 같이 바티칸이 충돌하는 지점이 많아지면 이 평가는 금세 나빠질 수 있다.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주로 내부적 요인이 영향을 줄 것이다.

앞서 열거한 여러 요소들을 고려할 때 향후 5년까지는 현재의 신뢰도 순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종교에 대한 신뢰도는 앞에서 인용한 첫 번째 조사 결과 ‘가장 신뢰하는 기관’에서 종교라 답한 비율이 10퍼센트 미만이었고, 종교별 신뢰도는 이 범위 안에서 종교간 상대적 비교를 한 결과였기 때문에 그리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한국 갤럽의 ‘2014 한국의 종교’ 보고서에 나타난 지난 30년간의 추이에서도 종교 일반에 대한 평가는 날로 비판적이 되어왔다. 따라서 교회는 늘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박문수(프란치스코)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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