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수가 본 교회와 사회 - 5]

나는 지난 칼럼에서 한국 천주교회의 세 신원 가운데 여성 수도자 숫자가 2013년 가장 먼저 정점에 이르렀다고 진단하였다. 물론 한국인 입회자만을 기준으로 하면 정점에 이른 시기는 이보다 더 이르다. 외국인 입회자가 전체 입회자의 삼분의 일 가까이를 차지해 온 지가 십여 년 정도 되었기 때문이다.

남자 수도회는 사제수사 지망자 숫자가 평수사보다 늘 더 많았기 때문에 여성 수도자 보다는 교구 사제의 운명에 더 가깝다. 그러나 수도 사제는 교구 사제보다 교회 안 정당성이 낮기 때문에 조금 더 빨리 정점에 이를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교세가 정점에 이르는 순서는 여성 수도자, 남성 수도자, 신자, 교구사제 순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회원 숫자가 정점에 이르는 일이 곧 수도회 쇠퇴와 연결되는 현상인지 궁금하실 터이다. 지금부터 간략하게 이 궁금증에 답해 보고자 한다.

[그림 1] 세계 여성수도자 숫자 변화 추이(2002-12)

 
[그림 1]은 세계 여성 수도자의 최근 10년간 성소 추이를 보여 주고 있다. 눈 밝은 이는 금세 유럽(북미와 영연방 국가인 호주, 뉴질랜드 포함)과 중남미 지역은 줄고, 아시아, 아프리카 전체, 중미 지역 일부에서는 늘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터이다. 이는 크게 백인 지역 감소, 유색 인종 지역 증가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추이는 지난 십년 동안뿐 아니라 1960년대 중반 이후 반세기 내내 지속되었다. 남자 수도자와 교구 사제도 시차가 있긴 했지만 동일한 운명을 맞았다. 더 놀라운 점은 일단 정점에 이르고 나서부터는 큰 추세에서 반등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선례 때문에 교세가 정점에 이르렀는지 아닌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게 된다. 다만 신자 숫자는 지역별로 예외가 있다. 미국, 영연방 국가들 일부에서 신자 숫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부 예외가 있긴 하지만 종교사회학자들과 일부 신학자들은 독신을 기반으로 하는 신원들이 모두 감소한 점에 주목하여 이를 ‘독신 정결(Celibacy)의 위기’로 진단하기도 한다.

[그림 2] 미국 여자 수도자 숫자 변화 추이(1943-2012)

 

교세가 정점에 이르고 난 뒤에 나타나는 현상을 미국 여자수도회 예를 들어 설명해 본다. 미국 여자수도회는 1965년에 회원 숫자가 정점에 이른 뒤 계속 하락하여 2012년에 1965년 대비 73퍼센트 감소하였다. 하강기에도 중간 중간 일시적으로 반등이 일어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지만 대세 하락국면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그림 2 참조)

그럼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의문이 절대 숫자 감소를 수도회 쇠퇴와 동일시할 수 있는가다. 당연히 두 가지가 동일한 현상은 아니다. 다만 [그림 2]가 미국 교회 뿐 아니라 서구 교회 일반의 경험을 보여 준다는 면에서, 즉 감소가 쇠퇴와 동시에 진행되었기에 동일한 현상이라 말하고 싶은 것일 뿐이다.

[그림 2]를 설명해 본다. ‘정점에 이르렀다’는 말은 입회 회원 숫자가 ‘퇴회/사망’ 회원 숫자와 같아졌다는 뜻이다. ‘감소한다’는 말은 ‘퇴회/사망’ 회원 숫자가 ‘입회 회원 숫자’를 추월한다는 의미이다. 앞서 회원의 절대 숫자 감소를 경험한 교회들의 경우 감소의 주 원인은 퇴회보다는 고령 회원들의 사망이었다. 평균연령 증가로 인해 나타난 현상이라는 말이다. 물론 숫자가 감소한다 해서 성소가 끊어지는 건 아니다. 여전히 성소는 있다. 다만 이 숫자가 너무 적고 대세를 역전시킬 가능성이 없어 고려하지 않을 뿐이다.

이러한 전례에 비추어 한국 여자수도회도 교세 측면에서 ‘정점에 이르렀다’는 말을 이제 쇠퇴 단계에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우선 쇠퇴 단계에서는 회원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수도회 안에서는 새로운 회원들로 인한 자극이 줄어들어 기존 방식들이 도전을 받지 않고 유지된다. 젊은 회원, 변화를 갈망하는 회원들에게는 숨 막히는 조건이다.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수도회 쇠퇴는 수도회 자체보다 해당 수도회가 속한 교회, 사회의 변화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역사 안에서 수도회, 수도자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져 왔는가?’에도 주목해야 한다. 쇠퇴가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어서 말이다. 내가 보기에 수도회가 경험하는 이런 현상의 단초는 1980년대 말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실상 그때부터 수도회 대부분이 새로운 교회, 사회 환경에 성공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왔다. 교회와 사회의 양적, 질적 변화, 그리고 이에 따른 교회 안 역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별도의 기회에 해명해 볼 생각이다.

이렇게 수도회 안팎에서 성장기와는 다른 환경들이 조성될 때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도회 역할은 감소하게 되고, 이 역할 감소는 자연스럽게 성소 동기를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당연히 회 내부의 역동성도 떨어진다. 교회와 사회 안에서 담당하던 일들도 줄어든다. 이런 측면 때문에 감소를 쇠퇴라 부르는 것이다.

더 자세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지면상 어쩔 수 없이 이를 생략하고 제목에서 던진 질문에 답을 하는 것으로 마치겠다. 한국 수도회는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박문수
(프란치스코)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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