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수가 본 교회와 사회 - 6]

한국갤럽은 2015년 초“한국인의 종교 : 1984-2014”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 보고서는 2014년 4월17일에서 5월 2일 사이 실시한 ‘제5차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 조사’와 이전의 1-4차 조사결과를 비교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 조사’는 1984년 처음 시작하여, 제2차(1989년), 제3차(1997년), 제4차(2004년) 조사를 한 바 있다.

‘1차-4차 조사’와 5차 조사 사이에는 두 가지 차이가 있었다. 우선 조사 대상과 표본 크기가 달랐다. 제1차 조사에서 제4차 조사까지는 대상이 만 18살 이상 남녀였고, 조사별 표본크기와 표본오차(95퍼센트 신뢰수준)는 제1차 1946명(±2.2퍼센트), 제2차 1990명(±2.2퍼센트), 제3차 1613명(±2.4퍼센트), 제4차 1500명(±2.5퍼센트)이었다.

둘째, 나이를 표시할 때 1-4차에서는 만 18-24살, 25-29살, 30대, 40대, 50살 이상으로 구분했으나, 5차에서는 한국사회 인구학적 변동을 고려하여 만 19-29살, 30대, 40대, 50대, 60살 이상으로 표시하였다.

다소 길긴 하지만 이 조사 보고서 결과를 토대로 여섯 가지 방향에서 나름의 미래를 예측해 보고자 한다. 자세한 내용은 보고서를 직접 참조해 보시기 바란다.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첫째, 한국 종교 인구는 감소가 예상 된다. 물론 종교 인구 감소가 모든 종교의 신자 감소로 이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까지의 추세대로라면 교세 양상은 종교마다 다르게 나타날 듯한데, 이를 테면 불교는 정체, 개신교는 감소, 천주교는 소폭 증가가 예상된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의 3대 종파는 지난 10년 동안(2004-2014년) 핵심 신자층의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듯 보인다. 특히 개신교의 노력이 두드러져 보인다. 이러한 모습은 본 조사 응답자들의 종교성 지표가 높아진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원심력으로 작용하는 다원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의식을 가진 신자층도 늘어 종교 내부의 모습이 한층 더 복잡해진 양상이다. 신자층의 신앙성향, 계층 구성이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해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핵심 신자층은 이제까지의 사목방식에 큰 불만이 없었으므로 현 상태가 지속되어도 충성심을 유지할 것이다. 주변부 신자층, 이 가운데서 종교 소속은 유지하나 종교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다양한 방식과 장점들을 편의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신자들은 더 이상 적극적인 투신을 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다 서서히 이탈을 선택할 것이다. 탈 제도적 종교성이 지난 10년 사이 눈에 띄게 확대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주변부 신자층의 존재는 개종 감소에도 영향을 주었다. 과거에 이들은 자신의 욕구가 해당 종파에서 충족되지 않을 경우 개종을 통해 소속을 바꾸었다. 그러나 이제는 적(籍)은 유지한 채 종파의 경계를 넘나들며 각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러한 경향을 ‘사사화’(私事化)로 정의하였는데, 더 정확하게는 이를 ‘다원적 정체성의 강화’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경향은 무종교인 층에서도 확인된다. 그동안의 조사에서 무종교인들의 일정 비율(약 30퍼센트 정도)은 늘 잠재적 종교인이었으나, 이 규모가 줄었고 설사 종교를 가질 의향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종교계에서 나타나는 탈제도적 경향과 사회 전반에 확산돼 있는 다원주의적 경향 탓에 특정 종교에 소속되고 싶어 하지 않는 듯 보인다. 이는 장차 개종자가 생긴다 하더라도 숫자가 적고, 이들의 동기도 과거와 다르리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경향을 ‘핵심 신자층’은 엷어지고, ‘주변 신자층’은 넓어진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핵심 신자층’은 배타성을 강화하고 그럴수록 소수화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들의 배타성이 강화되면 일시적으로 이웃 종교와의 마찰, 종교 내부에서 주변 신자층과의 대립도 발생할 수 있다. 종교 간 대화가 아니라 ‘종교 내 대화(intra‐religious dialogue)’가 중요해지리라 보는 이유다.

천주교에서는 대부분의 신자가 보여주는 다원주의적 태도와 함께 일부 극단화된 배타주의의 태도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경우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궁극에 한국 종교인은 물론 무종교인도 널리 공유하는 다원주의적 태도가 지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로, 연령대별 신자 비율 변화를 고려할 때 20-30대는 감소, 50대 이상은 증가로 나타났다. 10년 단위로 추이를 살펴보면 20-30대에서는 과거와 다르게 종교인구 비율이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감소하였다. 10년 사이 신앙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았고, 반면 새로운 개종자는 생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이 연령대에서 비율이 낮다가도 10년 뒤에는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이 흐름이 아예 멈추었다. 게다가 50대 이상은 이미 종교 인구 비율이 높았으므로 증가한다 해도 전체 종교인구 감소분을 상쇄할 수준은 아니어서 종교 인구는 앞에서도 예측하였듯이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러한 흐름으로 갈 때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종교는 고령층 종교인 불교다. 개신교와 천주교는 불교보단 조금 나은 상황이지만 역시 큰 추세에서는 하락을 면치 못할 것이다.

셋째로, 종교인의 이념성향에서 보수 편향이 늘었고, 그에 따라 종교의 사회(정치) 참여에 대한 비판적 성향도 따라서 증가하였다. 이념 성향의 보수화는 일차적으로 고령화의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고령층의 종교 인구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문항에 따른 연령별 교차분석결과를 살펴보더라도 이들의 보수 성향은 확연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교회와 국가 간 갈등 못지않게, 종단 내 신자들 간(혹은 세대 간) 갈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 세대의 종교성이 높아 이들이 젊은 세대들보다 전례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물질적 자원 동원도 과거보다 적긴 하겠지만 계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 역시 지난 기간 예언 직무에 대한 관심을 계속 기울여 왔기 때문에, 이러한 이념 지형의 변화가 그리 반갑지 만은 않을 터이다. 사회교리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강화하지 않으면 국가 때문이 아니라 교회 안 반대 탓에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넷째로, 천주교는 과거와 달리 더 이상 선교에 소극적인 종교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물론 선교활동은 거리 선교, 방문 선교 방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가족과 개인 관계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전 조사에서는 ‘다른 종교로부터 개종 권유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있다면 어느 종교인가’라는 질문에서 열이면 여덟은 ‘개신교’라 답하였고, 천주교는 10퍼센트 초반 수준이었으며, 불교는 한 자리 수였다.

그런데 이제 천주교 신자가 개신교 신자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선교에 참여하고 있다. 개신교 신자의 적극성은 과거와 여전한 상태이니,(거리 선교와 같이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선교는 감소하였다) 천주교 신자의 적극성이 높아진 셈이다. 물론 이렇게 높아진 적극성이 배타주의로 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적어 보인다.

다섯째로, 한국 종교인을 포함, 무종교인의 종교 성향을 보면 종파 간 신자들의 의식 차이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개신교 신자들이 여전히 한국인의 보편적 의식과 다른 모습을 강하게 보이고 있긴 하지만, 이들도 점차 주류 가치관으로 수렴되어 가는 양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재 불교 신자는 무종교인과 가장 비슷한 의식을 가지고 있고, 개신교 신자가 가장 이질적인 의식을,(그리스도교적 사고방식) 천주교 신자는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시간 불교 신자는 제 자리에, 개신교 신자와 천주교 신자는 불교 신자 쪽으로 가깝게 이동해왔다. 종교성도 불교 신자에 더 가까워졌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한국에서 종교는 선택하는 이들의 취향, 부모의 자녀들에 대한 신앙 전수 의지, 시기 마다 해당 종교들이 사회에서 평가 받는 정도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종단 별로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렴 경향도 강해질 것이다. 그만큼 종교에 대한 흡인 요인은 감소하여, 중장기적으로는 종교인구 규모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을 터이다.

마지막으로, ‘과연 한국 종교인들이 종교에서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아니 ‘과연 한국인에게 종교는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종교가 단순히 준거집단(reference group)인지, 의미 체계인지, 욕망의 투사인지, 초월적 힘에 대한 갈망인지가 현재 조사결과로만 보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 결과였다.

이 결과대로라면 종교는 개인의 삶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는데, 실제 생활에서는 매우 큰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종교가 단순한 준거 집단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마도 설문으로 파악되지 않는, 또는 할 수 없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이 조사는 한국인들이 가진 종교의식과 그 추이를 보여 주는 유일한 조사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문수
(프란치스코)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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