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수가 본 교회와 사회 - 4]

1. 이번 호에는 지난 15년간 “한국 천주교회 통계”(2000-2014)를 기초로 교구 사제 수, 수도자 수 변동 추이가 갖는 의미를 살펴보려 한다. 이미 지난 원고에서 십년 뒤엔 사제 성소도 정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는데 이 측면을 좀 더 자세히 분석해보겠다.

2. 교회 안에서 정결(celibacy) 서원을 하는 집단의 규모는 여성 수도자가 가장 크고 이어 교구 사제, 남성 수도자 순이다. 재속회 소속 평신도들이 있긴 하지만 이들은 앞의 세 집단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아 제외한다.

가톨릭교회 전체로 보면 앞의 세 집단의 성소 감소 내지 정지는 여성 수도자, 남성 수도자, 교구 사제 순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 실제로 구미 지역(서유럽, 영연방 국가 포함)은 1960년대 중후반에 이들의 숫자가 정점에 이르렀고 그 뒤 현재까지 계속 줄어왔다.

반면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에선 성소가 계속 증가해왔다. 비서구 지역에서는 일본만이 삼십년 전부터 서구 교회와 같이 감소를 경험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여러 지표들을 고려해볼 때 한국 교회가 이 뒤를 이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3. 앞으로 몇 년 더 기다려보아야 하겠지만 지난 15년치 교세 통계를 토대로 살펴보면 여성 수도자는 2013년에 절대 숫자가 정점에 이른 것 같다. 2010년에 이들 숫자가 전해에 비해 급격히 감소하면서 2009년이 정점이 아닐까 싶었는데, 이후 3년 동안 계속 숫자가 늘어났고 무엇보다 2010년에 일시적으로 기존 회원들의 퇴회가 많이 발생해 나타난 현상으로 밝혀져 정상 조건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전 15년 동안의 추이에 가까운 해는 2013년이다. 앞으로도 2000년에서 2004년 사이에 나타났던 현상처럼 소폭 등락을 반복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지만 큰 추세에서 하락 추이를 뒤집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다음 순서는 남자 수도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지난 15년 동안의 절대 숫자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여자 수도자는 16.1퍼센트포인트 증가하여, 남자 수도회의 26.02퍼센트포인트, 교구 사제의 60.1퍼센트포인트 증가에 비해 증가폭이 가장 작았다. 그리고 이미 앞서 경험한 나라들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추이가 나타났다. 따라서 별 이변이 없는 한 이 순서대로 간다고 보아야 한다.

남자 수도회는 큰 추세에서는 증가세였지만 등락을 반복하는 양상이 다른 두 집단에 비해 현저하였다. 여자 수도회보다 퇴회가 더 잦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아마 이 추이대로라면 5-8년 이내에 정점에 이르지 않을까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교구 사제 수 증가폭이 가장 컸고, 지난 15년간 추이에서도 전혀 감소한 적이 없었기에 정점에 이르는 시기가 가장 늦을 것이다. 그래도 10년은 넘지 못하리라는 게 나의 예측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대신학생 수 절대 숫자가 지난 15년 사이 10.1퍼센트포인트 감소하였다. 다른 하나는 새 사제 수 증가폭이 매년 둔화세를 기록한 점이다. 여기에 다른 요인들도 더 있지만 여기서는 이 정도만 언급하고자 한다.

ⓒ정현진 기자

4. 그러면 왜 이런 순서로 진행이 되는지 궁금하실 터이다. 역시 여기에도 여러 ‘변인(變因)’들이 영향을 주고 있으니 한두 가지로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서구의 예를 살펴보면 외부 환경에서는 여성의 사회참여, 특히 경제활동 참여 기회가 늘어난 것이 여성 수도자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었다. 시민사회가 성장하면서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넓어진 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교회 내부적으로는 여성 수도자들의 의식 성장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여기서 말하는 의식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론에 대한 자각, 여성으로서의 자의식 등을 가리킨다. 이에 반해 교회는 변화가 거의 없어 이들의 높아진 의식과 필연적으로 충돌하게 된다. 이때 여성 수도자들이 주도권을 쥘 가능성은 ‘제로(0)’이니 스스로 물러나거나 아예 들어오지 않거나 높은 성덕을 쌓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럼 남성 수도자한테서는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서구 교회의 경우 절대 숫자가 정점에 이르기 전에 평수사 지망자 숫자가 감소하였다. 수도 사제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일시적으로 강해진다는 말이다. 정리하면 수도 사제 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한동안 지속되다 정점에 이르고, 이후 감소세로 돌아선다.

남성 수도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요인은 여성 수도자와 다른 측면이 있다. 남성 수도자들은 교구 사제의 역할 변화에 민감하다. 수도회가 먼저 교회를 설립하고 성장시킨 지역교회에서는 수도회의 영향력이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런 곳에서도 궁극에는 교구 사제에게 권한을 넘겨주게 된다. 한국 교회의 경우엔 애초부터 교구 사제의 영향력이 큰 곳이었고, 이들의 성장이 더 빨랐으며, 세속적 기준의 자질도 일정 기간 동안은 교구 사제가 더 높았다. 교구 사제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던 셈이다.

신자 숫자가 늘어나면 교구 사목이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틈새도 많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 영역이 남자 수도회가 담당하기 좋은 몫이다, 그러나 교구 사제 수가 더 빨리 증가하면 이 틈이 적어지거나 사라진다. 이때부터 두 집단 간 영역 중복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한국 교회의 경우 교구 사제 숫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특수사목에 참여하는 비율도 따라서 높아졌다(2000년 470명에서 2014년 999명으로 증가). 이들의 참여가 늘어나면 남자 수도회의 활동 영역은 반대로 좁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기 전부터 수도회가 담당해오던 영역은 영향이 적지만 뒤늦게 시작한 영역들은 역할 중복을 피할 수 없다. 이 경우엔 남자 수도회가 일방적으로 양보해야 한다.

이렇게 역할이 줄어들면 존재감도 약해지게 마련이다. 물론 이때가 수도자들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적기다. 더 낮고 험한 곳에서 기쁘게 헌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 방향을 따르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퇴거하는 길을 택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교구 사제 숫자 증가가 남자 수도회를 위축시키는 가장 큰 원인인 셈이다.

마지막이 교구 사제다. 교구 사제는 가톨릭교회 구조에서 가장 정당성(legitimacy)이 높은 집단이기 때문에 영향력도 가장 크다. 정당성은 알다시피 신자들에 대한 규정력을 높이는 데 가장 핵심 변인이다. 따라서 다수의 신자들이 교구 사제의 정당성을 여전히 승인하는 한 수도자들이 영향력을 확대하긴 불가능하다.

한국 교회의 경우 교구 사제의 규정력이 크게 약화되지 않았고, 오히려 앞으로 더 커질 것이기에 수도회의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연히 이때 교회 쇄신, 성소의 열쇠는 교구 사제가 쥐게 된다. 물론 이런 상황이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잘 되면 모르겠으나, 잘 안 될 경우 책임을 혼자 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구 사제들은 다른 어느 때보다 교회 쇄신에 더 큰 책임을 느껴야 한다.
 

 
 
박문수(프란치스코)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이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