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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친구야 너는 아니[일상에서 호흡처럼, 이 노래처럼]
김성민  |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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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27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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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시기가 참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이 빠름이 조금은 아쉽지만, 부활의 찬란한 빛을 맞을 준비를 하고 싶기도 한 시간이기도 하다.

사실 성삼일이 오기도 전에 부활달걀을 생각하는 우리의 일상이 때론 충분한 사순시기의 절정에로 우리를 초대하지 못하게 하지 않는지 반성할 때도 있다. 부활을 준비하면서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다 보니, 로사리오를 손에 들고 걷는 원주천 길이 예사롭지 않다.

날씨는 치악산을 등 뒤에 두고 걸어도 칼같이 매서운 바람을 아직도 우리에게 선사하는데, 땅은 매서운 바람을 잊었는지, 죽은 것처럼 보이는 잔디를 뚫고, 콘크리트의 벽을 넘어, 냉이와 쑥이 서로 얼굴을 내밀고 봄소식을 알려주고 있다. 두터운 스웨터에 겨울 잠바까지 아직 내던지지 못하고 꽁꽁 싸매고 사는 나에겐 화들짝 놀랄 만한 풍경이다. 그리고 햇볕 잘 드는 곳엔 보란 듯이 산수유꽃이 활짝 피어 있다.

언제인지 모르게 봄은 우리 곁에 벌써 와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매서운 바람에 옷깃을 올리고 다녀도, 황사가 무서워 마스크로 중무장을 하고 다녀도, 아직도 얼음이 곳곳에 있는 천변을 보며, 언제 봄이 올지 모르겠다고 투정을 할 때에도, 봄은 천천히 오고 있었다.

이런 밖의 풍경과는 다르게 우리 사무실엔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화분들이 있다. 내가 그 화분들의 주인이다. 내가 직접 산 것은 하나도 없지만 물을 주고, 가끔 꽃이 피면 꽃이 피었다고 알리고, 싹이 돋아나면 싹이 돋았다고 한번 와서 봐주라고 동료들을 초대한다.

하지만 모두들 꽃에 관심이 없다. 한번은 게발선인장 꽃이 하도 예쁘게 피어 회의용 탁자 중앙에 놓고 오며 가며 보라고 초대했더니, 작업을 할 때 걸리적거리니 치우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그 뒤로는 꽃이 피어도 꽃에게 미안해, 잘 보이는 곳에 아예 내려놓질 못한다. 그저 물 주고 한 번 웃어주고, 맘 주며 한 번 들여다본다.

그런 게발선인장이 올해도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잎 끝 쪽으로 조금씩 붉은 빛을 키우고 있다. 정말 신기한 녀석들이다.

부활은 이런 것이 아닐까? 아직 햇볕이 따뜻하지 않은데도 얼굴을 내밀고 있는 냉이나 쑥처럼, 누가 쳐다보지 않아도 자신의 때가 되었을 때 서서히 꽃을 피우는 게발선인장처럼 예수님께선 자연을 통해 죽음과 부활을 묵상하게 해주신다. 그렇게라도 죽음에서 생명이 탄생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으셨던가보다. 그래서 시인은 ‘찬란한 봄’이라고 말했나 보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시인 이해인 수녀님의 시 ‘친구야 너는 아니’에 가수 ‘부활’이 곡을 붙여 노래한 것을 우연히 들었다. 시가 마음에 든다고 하던 지인의 글로 초대를 받아, 노래까지 듣게 된 것이다.

들으면서 이 시기에 딱 맞는 노래라는 생각으로 더 마음에 담겨진다. 필자가 위에 기록한 모든 것이 이 짧은 시 속에 잘 녹아 있다.

   
게발선인장 (사진 출처=en.wikipedia.org/wiki/Schlumbergera)


친구야 너는 아니

- 가사 이해인 수녀
- 곡 김태원
- 노래 부활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 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줄 때
사실은 참 아픈 거래

친구야 봄비처럼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픈 내 맘 아니
향기 속에 숨겨진 내 눈물이 한 송이
꽃이 되는 걸 너는 아니

우리 눈에 다 보이진 않지만
우리 귀에 다 들리진 않지만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너무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

엄마가 혼잣말로 하시던 얘기가
자꾸 생각이 나는 날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너무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

김성민 수녀 (젤뜨루다)
살레시오회 수녀이며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기도하는 사람이다. 동화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이야기해 주고 싶은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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