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박종인]

며칠 전, 알고 지내는 신자 분께서 질문을 해 오신 것이 있습니다. 세례성사 때 대부모가 견진성사의 대부모가 될 수 있지 않냐고요. 그냥 상식선에서 생각해도 당연한 것이라 여겨졌는데, 견진성사의 대부모는 세례 때의 대부모와 달라야 한다고 부득불 우기는 분이 주변에 있나 봅니다. 이것 가지고 내기라도 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근거를 확인해 드려야 해서 교회법전까지 들춰 봤습니다.

그래서 찾아냈지요. 견진성사의 대부모는 교회법 제 893조 2항에 의거, 세례 때 대부모의 임무를 맡은 이를 (견진) 대부모로 정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참고로 “대부모의 자격”에 대해서도 다시 읽어 보시길 청합니다). 세례를 받는 이가 어린 아이라면 모를까 성인으로서 세례를 받는 이는 견진을 동시에 받거나(외국에서는 종종 성인의 세례식 때 견진성사를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어른 대접해 드리는 것이지요.) 세례와 견진 사이가 보통 한 두 해 정도 밖에 차이 나지 않습니다.

견진성사는 사실상 세례성사의 은총을 완성(“가톨릭교회교리서”, 1316항)하는 성사로서 세례성사, 성체성사와 함께 입문성사를 이룹니다. 그런 만큼 세례와 견진은 하느님 백성으로 성별되고 축성된다는 의미에서 한 쌍의 성사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세례 때 대부모를 두고, 다른 대부모를 또 구할 필요가 있을까요? 대부모의 의무를 저버리고, 세례 이후 대자녀를 방치하다시피 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모를 굳이 바꿀 이유가 없습니다.

정작 오늘 속풀이를 할 것은 혼배성사 때 신랑과 신부의 위치에 대한 것이었는데, 견진 대부모에 대한 이야기로 이번 주 속풀이를 열었네요. 아무튼 앞선 물음도 궁금증을 푸시는 데 도움이 될 테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사순기간을 마치고 봄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알고 지내고 있던 청년들이 혼배 소식을 알려오고 몇몇은 혼배미사를 부탁하곤 합니다. 혹은 부모님들을 먼저 알고 지내 왔는데, 그분들이 당신들 자녀의 결혼을 앞두고 연락을 하시기도 합니다. 막연히 알고 지내던 분들이 아니라서 이미 정해져 있는 일정이 겹치지 않는 이상 바빠도 못하겠다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덕분에 혼배미사 전례가 나날이 익숙해져서 바쁘다고만 투정하지도 못하겠습니다. 처음 혼배미사를 주례했을 때, 어떤 경문은 읽어야 하고, 어떤 것은 건너뛰고 하며, 일반적인 미사 틀거리에 경우에 따라 끼어드는 전례가 익숙치 않아 식은땀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혼배미사 부탁이 들어오면 가능하면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곤 했습니다. 하지만 우정 때문에 하게 된 혼배 전례가 반복되자, 이제는 새 신랑신부의 표정도 살펴 가며 미사를 진행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혼배미사 전례를 도와주시는 봉사자 분들이 아니라 단순 하객으로 오시는 분들은 신랑과 신부의 위치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실 듯합니다. 반면에 눈썰미가 있는 분들은 가톨릭교회에서 결혼식에서는, 신랑과 신부가 예식장과는 반대로 서 있음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 혼배성사가 진행되는 모습. 제대를 바라볼 때 신부가 왼쪽, 신랑이 오른쪽에 있다.(사진 제공 = 박종인)

정확한 위치는 제대를 바라보며 섰을 때, 신랑은 오른편, 신부(주례 사제를 일컫는 게 아니란 건 아시죠?)는 왼편에 위치합니다. 약도를 그리듯 좀 더 쉽게 도식화하면, 제단이 북쪽, 성당입구가 남쪽,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신랑은 동쪽, 신부는 서쪽에 위치하는 것으로 표시해 볼 수 있습니다.

서양식 해석으로 추론해 보자면, 신부가 신랑의 왼팔을 오른 손으로 잡고 의지할 수 있는 위치이며, 신랑은 왼팔에 신부를 안고, 오른 팔로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간다는 그림을 그려 볼 수 있습니다.(왼손잡이 남성들은 혀를 차시겠지만....) 동양식의 음양론에 바탕을 두고 해석해 보자면, 남자는 양(+)을 의미하는 동쪽, 여자는 음(-)을 의미하는 서쪽에 위치하게 되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전통 혼례에서도 병풍을 기준(병풍을 북쪽으로 치고)으로 신랑과 신부의 위치를 동서로 잡는다는 사실입니다.

혼배미사를 마치고 신랑신부의 행진(퇴장)과 기념촬영을 할 때도 동서의 위치가 바뀔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것이 제 개인적인 입장입니다. 토착화를 고려할 때, 음양론적인 이해가 ‘조화’나 ‘우주’를 연상시켜 줘서 좋습니다. 하지만 혼배 뒤의 신랑, 신부는 여전히 신부가 신랑의 왼팔을 잡도록 하는 위치가 되도록 만들더군요. 그렇다면, 그것은 유럽문화의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는 예법과 전통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혼배성사 때, 신랑과 신부의 위치는 “전통”적으로 관습에 의하여 정해져 온 것입니다. 특별한 신학적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좋은 의미는 여러분이 직접 만들어 보셔도 좋겠습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원(경기도 가평 소재) 운영 실무
서강대 '영성수련'  과목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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