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창간 15주년을 맞아 응원하는 릴레이 기고를 시작합니다. 글과 인터뷰,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금여기>가 첫 마음을 잃지 않고, 한국 가톨릭교회의 공론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나는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이하 <지금여기>)를 글로 후원하고 있다. 돌아보니 창간 준비 단계에서 지금까지 만 8년을 기고했다. 초창기에만 한 달에 한 번 쓰고 그 이후엔 격주로 썼다. 지금도 격주로 쓰는 중이다. 한 편을 쓸 때 평균 반나절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글과 말로 먹고 산 지 수십 년인데도 글을 쓰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내가 기고하는 이유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그동안 쓴 글의 95퍼센트는 돈을 받고 썼다. 돈 안 받고 쓰는 글이 좋은 글이라는데 대부분 고료를 받았으니 좋은 글은 쓰지 못한 셈이다. 물론 이런 글들이 나를 많이 단련시켰다. 흩어진 생각을 정리하고 남의 생각으로 나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도 하면서 나름의 세계가 단단해졌으니 말이다. 나머지 5퍼센트의 글은 취지는 좋으나 가난한 잡지사를 위해 썼다. <지금여기>도 이런 경우다.

나는 <지금여기>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언론 매체로서 갖는 중요성도 중요성이지만 독자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지금여기>의 독자는 교회 쇄신과 사회 변혁을 동시에 고민하는 신자가 대부분이신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가운데 제도 교회에는 발을 끊었지만 청년 때부터 가졌던 관심을 이어 가고 싶어 하는 신자분도 적지 않다고 알고 있다. 당연히 좋은 뜻을 가진 사제, 수도자도 많다고 들었다. 무엇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면은 <지금여기>가 쉬는 교우들도 열독하는 유일한 가톨릭 매체라는 사실이다. 이런 분들과 글로나마 소통하는 기회를 갖는 게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지금여기>가 가톨릭 내 유일한 ‘공론장’으로써 갖는 위치 때문이다. 이 역할이 충분한지는 독자마다 평가가 다를 수 있지만 유일한 공론장이라는 데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나는 이 역할이 더 커지길 바란다. 현재는 공론장 기능이 약하다. 이는 독자와 후원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을 때 강화될 것이라 믿는다. 특히 교회와 사회 안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의 목소리가 이 매체를 통해 자주 들려지길 바란다. 가톨릭 지성이 교회 안팎의 의제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 온갖 담론의 향연이 이 매체에서 펼쳐지길 바란다.

사실 언론의 꽃은 ‘스폿(혹은 스트레이트) 뉴스’다. 이 뉴스는 현장의 살아 있는 이야기가 독자에게 가장 빨리 전달되는 통로다. 이런 생생하고 다양한 소식이 빈번하게 독자와 만나려면 취재기자가 많아야 하는 게 상식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여기>는 이제 취재기자가 단 한 명뿐이다. 그나마도 남이 보면 민망할 정도의 급여를 받으며 몸을 갈아 넣고 있다. 이런 사정이니 지면에는 칼럼니스트의 글만 넘친다. 사실상 시사주간지다. 그래서 취재기자 숫자가 늘어 이들이 생산하는 뉴스가 전체 지면의 삼분의 일 가까이를 차지하게 하는 것이 소생의 1차 목표다. 그러려면 후원이 늘어야 한다.   

나는 <지금여기>가 살아나면 이 독자들이 긴 호흡으로 보아야 하는 <가톨릭 평론>(이하 <평론>)에도 관심을 가져 주실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평론>은 현재 교회에서 유일하게 발간하는 계간지다. 교회에서는 듣기 어려운 다양한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이런 이야기를 사회교리적 시각에서 식별하고 실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짜 뉴스와 가벼운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깊이 있는 가톨릭적 성찰을 제공하기에 이 한 권만으로도 세상과 교회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으리라 자부한다. 부디 이 두 매체가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독자들께서도 이 두 매체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

<지금여기>를 살리기 위하여

정론(正論)은 사라진 뒤에야 중요성을 알게 된다. 그러나 사라지면 중요성을 알아보게 되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살아 있어야 의미가 있다. 물론 단순히 살아 있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잘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나도 후원자 한 사람으로서 독자 여러분에게 다음 하나의 방식으로 참여해 주시길 권고한다.

먼저, 기존 후원회원은 형편이 되는 대로 증액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코로나 팬데믹, 은퇴 등으로 경제 사정이 많이 안 좋아지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마음을 내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둘째, 새로운 후원회원을 추천해 주시면 좋겠다. 금전적 후원이 아니어도 <지금여기>의 기사를 읽고 칼럼을 읽는 독자가 늘어나는 것도 소중한 일이다. 지금 편집위원들이 열심히 뛰고 있으니 힘을 실어 주시길 바란다. 글을 보고 댓글을 달아 의견을 주시는 것도 멋진 후원이다.

셋째, 칼럼 기고나 현장 소식을 전하는 객원 기자로 활동하는 것도 좋은 후원 방식이다. 우리가 모르는 좋은 필자를 발굴하여 소개하는 것도 물질적 후원 못지 않은 소중한 기여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지금여기>는 여러 단체와 연대하여 다양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학술행사일 수도 교양 강좌일 수도 있다. 이럴 때 참여해 주시는 것도 고귀하고 멋진 후원이다. 아무쪼록 이렇게 좋은 글들이 <지금여기>에 넘쳐 우리가 꿈꾸는 세상과 교회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박문수

가톨릭 신학자이자 평화학 연구자
<가톨릭평론> 편집위원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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