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과 '칠극'

회사에서 리더가 된다는 것은 많은 변화를 의미한다. 가장 큰 변화는 권한과 책임의 확대다. 권한과 책임을 어떻게 수행하는가에 따라 리더의 유형을 나눌 수 있다. 첫째 유형은 권한을 대폭 위양하는 리더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같이 일하는 구성원들에게 위양한 후,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서 일을 수행한다.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고 일을 마치면 평가하는 것을 리더의 주된 역할로 인식한다. 처음 리더가 되고 내향적 성격인 경우, 이런 유형이 많다. 필자도 처음 리더가 되었을 때, 이런 권한위양형이었다. 다행히 팀원들이 스스로 일을 찾아서 수행하고 어려운 일에 부딪혔을 때만 상의를 해 와서 여러 문제를 회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팀원의 신뢰를 잃지 않았다. 중간 과정의 피드백이 필요할 때, 적절히 관여하지도 않으면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전가하면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

둘째 유형은 책임을 전가하는 리더다. 권한을 전부 위양한 후, 책임을 전가하면 일이 너무 많아서라고 변명할 수도 있지만, 권한은 거의 위양하지 않고 꼼꼼히 보고도 받고 자세하게 업무지시를 하고 나서는 결과에 대해서만 책임을 전가하는 리더가 최악이다. 본인의 승진을 앞두고 있는 리더가 이런 유형이 되기 쉽다. 해당 업무를 오랫동안 수행해 왔고 팀원들의 능력이 미진해 보일 때, 처음에는 권한을 위양한다고 말을 하면서도 실제로는 일일이 간섭하고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팀원들의 능력과 노력이 부족하다고 남 탓을 하게 된다.

셋째 유형은 권한을 적당히 위양하고 본인에게 피해가 안 갈 정도만 책임을 지는 유형이다. 가장 많이 나타나는 유형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위기에 처하면 문제를 전혀 극복하지 못한다.

그러면 신앙인이 회사에서 사회교리를 실천하고자 할 때, 어떠한 유형의 리더가 되어야 할까?  우선, 리더는 사회교리의 네 가지 원리가 회사 안에서 함께 작용함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조직 안에서 구성원이 자신의 인격적 존엄성을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하고, 그 자체로 연대성을 실현하고, 외부 조직과의 연대성도 필요로 하며 이를 통해 공동선에 기여하게 된다. 회사는 리더가 조직을 이끌어 나갈 때, 보조성 원리에 따라 도와야 한다.

하지만, 필자는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 카멜레온 같은 유형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구성원 중에는 특정 분야 전문가로 모범적 팀원이 있기도 하고, 능력은 탁월하지만 협업에 서툴고 강압적 태도를 보이는 팀원, 조금이라도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팀원에 묻어가는 무임승차자, 의욕이 없고 게으른 근무 태만자 같은 팀원이 있기도 해서 패턴에 맞게 카멜레온같이 리드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패턴에 맞춰 권한을 위양해도 문제가 없는 팀원에게는 과감히 위양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일일이 지시하고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개입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는 리더가 되려 노력했다. 그래서 성과지향적 리더가 될 수 있었지만 존경받는 리더는 되지 못했다. 무엇이 부족했을까?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미지 출처 = Pixabay)

카멜레온 유형의 리더는 성과를 달성하는 데 용이할 수 있지만, 사회교리의 네 가지 원리 중에 인간 존엄성 원리에 충실할 수 없다. 능력이 뛰어나건 열등하건, 열정적이건 게으르건 모두 인간 존엄성 원리 앞에서는 차별을 할 수 없다. 성과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많은 팀원과 적은 팀원을 구별하여 회사 시스템 내에서 적절히 평가하는 것과 팀원이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 행복한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리드하는 것은 별개 문제이고, 후자가 더 중요한 리더 역할이다.

팀장 때는 잘 몰랐지만 임원이 되고 리더를 평가하는 리더가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성과를 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구성원이 성장하도록 도와주고 행복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하지만 성과 달성을 소홀히 하면 더 이상 리더 역할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성과지향형 리더와 행복추구형 (구성원의 성장을 도와주고 행복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리더는 다른 방향으로 뛰는 두 마리 토끼처럼 여겨져 동시에 수행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면 성과지향과 행복추구는 양립할 수 없는 전혀 상반되는 것일까? 세계 최대의 협동조합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을 만든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리에타 신부의 말에 귀 기울여 보자. “사회적인 이익은 경제에 기여하는 이익을 통해 효율적인 것인지 입증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경제적인 이익도 사회에 기여하는 이익을 통해 보편적 이익인지 검증되어야 한다.” 사회적인 이익과 경제적인 이익을 행복추구와 성과지향으로 대치해도 좋을 듯하다. “행복추구는 성과에 기여하는 활동을 통해 효율적인 것인지 입증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성과지향도 행복에 기여하는 활동을 통해 보편적인지 검증되어야 한다.” 행복추구를 향해 나아가더라도 성과에 기여하기 위해 비용편익분석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성과지향을 향해 전력 투구하더라도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는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러한 노력이 이상적 리더를 향한 신앙인의 사회교리 실천이라는 생각이다.

사회교리를 실천하는 리더십을 체득하려면 자신의 수양이 먼저다. 리더는 늘어나는 권한에 취해 교만과 탐욕에 빠지기 쉽고, 피할 수 없는 책임의 부담 때문에 분노와 질투에 사로잡히기 쉽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스페인 출신 예수회 신부 판토하가 쓴 "칠극"을 죽을 때까지 곁에 두고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리고 올바른 삶의 길을 찾기 위한 깊은 성찰을 했다. 리더가 저지르기 쉬운 7가지 마음의 병을 제시하고 이에 따른 7가지 해법을 이야기한다고 이해해도 좋을 듯하다.

1. 교만을 누르고 자신을 알아 겸손을 지킨다. (교만에 맞서는 겸손)

2, 질투를 가라앉히고 사랑으로 상대를 대한다. (질투를 이기는 사랑)

3. 탐욕에서 벗어나서 관용으로 베푼다. (탐욕을 없애는 관용)

4. 분노를 가라앉히고 인내의 덕으로 환난에 대적한다. (분노를 가라앉히는 인내)

5. 식탐을 막고 절제의 덕을 익힌다. (식탐을 누르는 절제)

6. 음란함을 막고 정결의 덕을 익힌다. (음란의 불길을 식히는 정결)

7. 나태함을 채찍질하고 근면의 덕을 익힌다. (나태를 깨우는 근면) (정민 역, 김영사, 2021)

조선 후기 대학자 성호 이익이 먼저 이 책을 높이 평가한 후, 칠극을 통해 천주교를 신앙으로 받아들인 조선 최초의 수덕자 홍유한은 평생 칠극을 실천했고, 천주교로 인해 18년 동안 귀양살이를 했지만 신앙을 버리지 않고 귀양에서 돌아와 회심한 정약용도 생애 전반에 걸쳐 많은 글에서 칠극을 인용했다. 팀장을 거쳐 임원이 되어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감당하게 될 때, 필요한 것은 유행 따라 변하는 리더십 스킬이 아니라 칠극과 함께 마음을 닦는 일이다.

조은기(아우구스티노)

80년대 가톨릭학생회와 야학에서 20대를 보내고, 33년 동안 대기업, 중견기업, 소기업에서 사원, 대리, 과장, 부장을 거쳐 팀장, 임원, 대표이사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는 은퇴하여 국내외 다양한 순례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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