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박홍기

삼총사

- 박춘식

꺼지지 않는 불빛이 되기 위해
세 학생은 먼 길을 기도로 걷고 걸었다
함께 하늘의 불씨를 받아 가꾸는데
최방제 신학도는 작은 불꽃으로 먼저
훌쩍 하늘나라로 올라갔다
하느님께 엎디어 빌고 빌어 바다의 파도가 되더니
한반도를 푸르게 감싸 안고 있다 얼마 후
큰 횃불을 들고 돌아온 사제 김대건
가는 곳마다 하늘의 불을 지피다가 결국
반도 한가운데서 붉은 제물로 하늘 높이 솟았다

끈질긴 푸른 파도의 기도,
치솟는 새 붉은 순교,
푸른 기운과 붉은 기운을 한 땀 한 땀 이어가며
하늘처럼 둥글게 만들어 가는 최양업 사제의
외로움 가시밭길 아픔 혹서 땀범벅 밤길 열루 극한 생몸살

한반도에 새로운 태극을 만들고 있는
놀라운 삼총사

<출처> 반시인 박춘식 미발표 신작 시 (2013년 7월)

오래전부터 순교자 하면 김대건, 정하상 등등, 속되게 말한다면, 성공한 사람들 이름만을 열심히 불러왔습니다. 처음에 실패하든 중도에 실패하든 성공 못 한 사람들은 애써 기억하지도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마음을 넓혀 모두를 아우르는 분위기를 만들어간다면……. 이런 생각이 들어 프란치스코 최방제 신학생도 자주 생각하여주시기를 말씀드려봅니다.
 

 
 
야고보 박춘식
반(半)시인 경북 칠곡 출생. 가톨릭대학교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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