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낡은 자아를 버리고 영적인 몸을 얻기 위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음을 느끼고 있다. 조중동이나 기존 방송사뿐 아니라, 진보적 언론을 자처하는 매체조차도 구태의연함을 벗어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다. 애초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기존 교회언론 매체들의 무분별한 ‘교계 감싸기’를 바라보면서, 세상과 마찬가지로 교회도 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신자들의 신앙쇄신뿐 아니라 성직자들의 신앙쇄신이 간절한 현실에서 언론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활동하면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역시 더 참신하고 더 분명한 ‘정론직필’의 필요성을 깨닫고 있다.
최근에 교회 안에서 일어난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사회교리에 대한 높은 관심이다. 교회가 사회문제를 외면할 수 없으며, 그리스도인들의 신실함은 참여적 신앙에서 드러난다는 반성이다. 또한 세상에 ‘정의’를 외치려면, 교회 자신이 먼저 정의로워야 한다는 성찰도 제기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반성과 성찰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채근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 가려는 노력일 것이다. 이 길에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역시 스스로 쇄신되면서 교회와 세상을 쇄신하는 언론이 되어야 한다.
때마침 2013년 들어서 가톨릭교회는 큰 선물을 받았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선출이 그것이다. 아직 단정하기에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새 교황은 라틴아메리카 출신으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교황 스스로 소박한 삶을 즐기고, 갈릴래아 사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충실한 신앙’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 교회 역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과 교황의 모범을 따라 살기를 기대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역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계승하고, 교회쇄신을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해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특별히 사제들의 영적 쇄신과 평신도운동의 발전을 기대한다. 아울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교계감시활동을 여전히 수행하면서, 이른바 ‘예언자적 교회 세우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13년, 한국 사회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남북 문제로 평화가 위협받고 있으며, 노동자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상황은 여전히 절망적이다. 이런 때일수록 ‘그리스도의 평화’를 갈망하는 교회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님께서 함께하시니 두려울 게 없다”는 마음으로 다시 봄을 맞이하고 있다.
이참에 정희성 시인의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전문을 옮겨본다. 여전히 척박한 교회 현실 속에서도 더불어 걷자고 청하는 사제들이 있고, 수도자들이 있고, 수많은 독자들이 있기에 이따금 외롭고 손끝이 아릴 때에도 우리가 하나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소망 한 가닥 쥐고 있다.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한상봉 (이시도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국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