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아담을 지으시면서
- 박춘식
이것저것 손 보시고
빠진 것이 없나 살피는데
두 팔을 벌려
눕혀보니
십자(十字) 모양이다
물고기처럼 다리가 하나만 있으면
멋있는 모양이 되겠구나
아니다 밭일을 하거나
힘껏 달려갈 때에
그래도 송아지 정도는 잡을 수 있어야지
두 팔을 두루미 날개처럼 만들까
사람이 날아다닌다면 — 글쎄
골똘한 생각에 잠기시는
하느님
사람은 마음으로
날아다니게 만들어야 하겠다
<출처> ‘십자가 밑에는’, 박춘식, 들숨날숨(2013), 13쪽
하느님께 감사드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만약 하느님께서 사람을 새처럼 날아다닐 수 있게 만들었다면 날개에 오만 가지 색칠도 하고, 날개를 강하게 만드는 비타민도 그리고 보약도 나올 거고, 깃 사이에 비상금도 숨길 거고, 날개 성형병원도 있을 겁니다. 모든 일에 감사하라는 성경 말씀을 다시 묵상해보는 4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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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半)시인 경북 칠곡 출생. 가톨릭대학교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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