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박홍기

마음 방 1
- 박춘식


사람 마음 안에 방이 몇 개 있을까 - 하나 둘 또는 다섯 - 어떤 이가 남자는 방이 여러 개 있어서 - 방마다 여자 하나씩 앉아 있다고 했다 - 그런데 여자는 방 하나만 있고 - 남자가 생기면 자기 방에 가두어 자물쇠로 꼭 잠가두기 때문에 - 여자 방에 들어간 남자는 - 항상 묶여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 그럴싸하다

성직자들은 방 두 개라고 말할 것 같다
한 방은 하느님 방이고
다른 방은 악마가 자주 드나드는 방이 있다고 그리고
불성(佛性)의 방이 있고 불성이 아닌 방이 있다고,
많으면 골치 아프다면서 어떤 이는 마음 방은 하나라고 한다
바위 밑 동굴에 들어가서 살펴보고
굴뚝새에게도 물어본다

황소가 길게 발성 연습을 하더니 - 사람도 반추한다면 방을 서너 개 가져야지 말한다 - 그래 사람은 생각을 반추하니까 - 그래그래 사람도 방 네 개를 만들자 - 아니지 네 개는 너무 많아 - 세 개의 방으로 꾸미자 - 방마다 이름을 뭐라고 붙일까 - 옳거니 - 하느님의 방 - 사람의 방 - 짐승의 방 - 이렇게 세 방 이름을 정하고 보니 멋있다고 생각되는데 - 황소도 동의한다면서 이번에는 테너로 하늘을 향하여 푸근한 음향을 길게 펼친다

<출처> 반시인 박춘식 미발표 신작 시 (2013년 4월)


중세기를 지배하였다고 볼 수 있는 한 가지 의식은 사람은 영(靈)과 육(肉)으로 구성되었다는 이분법(二分法)일 것입니다. 영과 육은 항상 대립되면서 하느님께 나아갈 영에 큰 장애가 바로 육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윤리학, 사회학, 심리학, 예술 등등 영향으로 사람은 두 요소가 아닌 세 요소로 구성된다고 말하기 시작했고, 어떤 이는 영, 마음, 지능, 감각 등 네 요소라고 말합니다. 요즘에는 영과 육 같은 이분법 틀에 사람을 집어넣는 일은 없는 듯합니다.

 
야고보 박춘식
반(半)시인 경북 칠곡 출생. 가톨릭대학교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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