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박춘식]

꿈 11
- 박춘식
갈수록 삭아지는 몸을 벗고 사뿐 날아 하늘나라 정문에 섰다 - 다른 곳에서 온 영혼들도 많았다 - 비행기 탑승처럼 줄을 서면서 두렵다고 웅성웅성 - 검색 통과 후 아주 큰 스크린이 내 앞에 펼쳐진다 - 평생의 모든 생각 행실 오만 죄악들이 나타났다 - 잘못했습니다 고개 숙이니까 즉시 용서의 지우개가 쓱싹쓱싹 지워나간다 - 마지막에는 오만함과 겸손함이 접시저울 안으로 들어간다 - 겸손함이 내려가면 곧장 천국에 들어가지만 오만함은 그렇지 않았다 - 드디어 내 차례 - 아래로 퍽 주저앉는 오만함 - 결국
천사의 인도로 들어간 작은 방벽
스크린에 갑자기 내 모습이 또 보인다
다사로운 어느 봄날
처음으로 꽃을 피우는 작고 아담한 목련 나무
그리고 땅에 떨어져 엎드리고 있는 꽃잎들
내가 목련 나무 밑동을 연거푸 발로 차며 화를 낸다
“왜 내 허락 없이 떨어진 거야”
“내 허락을 받은 다음 천천히 꽃잎을 떨궈야지”
나는 결국
그 방에서 계속 반복되는
목련 나무를 발로 차는 내 꼬라지만 보아야 했다
꿈에서 깨어나니 베개가 울고 있었다
<출처> 반시인 박춘식 미발표 신작 시 (2012년 11월)
하느님께서 제일 미워하시는 것은 거만함입니다. 동시에 하느님께서 제일 좋아하시고 기뻐하시는 것은 겸손입니다. 이번 11월 한 달 동안 숱한 낙엽을 보면서 겸손을 생각하고 겸손을 두 손으로 꼭 잡으면서 겸손을 실천하려는 의지를 다독거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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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신학부,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