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기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머리 둘 곳 없이 떠돌아다니셨다는 것을 생각하면 위안이 된다.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둥지가 있는데 사람의 아들은 머리 두실 데가 없으시다.’ 우리 삶의 불확실함과 불안함을 느낄 때면 우리는 사도들이 바닷가에서 끼니를 때웠으며 옥수수밭을 다니며 옥수수자루를 따서 허기를 면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잣대는 사랑>, 짐 포리스트, 분도출판사)

미국에서 가톨릭일꾼운동을 시작했던 도로시 데이는 피터 모린과 더불어 1932년 <가톨릭일꾼> 신문을 창간했습니다. 서른다섯 살의 도로시 데이는 “비를 피하려고 보호소에 있는 사람들, 일거리를 찾아보려고 길거리를 헤매는 사람들,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고 지금의 아픔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신문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 이 슬로건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에 교회 안에서 정식화되었지만, 도로시 데이는 30년 이상 먼저 이런 복음적 지향을 두고 신문을 만들었습니다. 도로시 데이가 자신이 밥을 해먹던 부엌에서 시작한 신문의 사정은 예수와 그의 제자들이 겪었던 적빈(赤貧)의 삶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도로시 데이가 피터 모린에게 “신문을 낼 돈은 어디서 구하죠?”라고 물었을 때, 피터는 “성인의 역사를 보면 자본은 기도를 통해서 얻어집니다. 하느님께서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보내주십니다. 인쇄비를 댈 수 있을 거예요”하고 답했습니다. 그 뒤로 도로시 데이와 가톨릭일꾼들은 경제적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요셉 성인에게 도움을 청하고, 딱 그 액수를 희사받기도 했답니다.

<가톨릭일꾼> 신문은 창간호에서 교회가 부에 매달리는 것에 항변했습니다. “그리스도는 환금상들을 성전에서 내쫓으셨다. 그러나 오늘날 아무도 고리대금업자들을 성전에서 쫓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고리대금업자들이 성전을 저당 잡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본당 사제들이 부자인 사목위원들과 지역 유지들에게 목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교회가 아예 ‘주식회사’를 차리고 돈벌이에 나서기도 합니다. 어느 교구에서는 골프장에 이어 골프연습장까지 운영한다더군요. 어쩌면 교회는 상인에게 저당잡힌 게 아니라, 스스로 상인이 되기로 작심한 듯 싶습니다.

그래서 도로시 데이는 신문을 발행하면서 소액후원에만 의존했습니다. 특히 정부와 기업, 교회기관의 지원은 절대 사양했습니다. 이는 세상의 모든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게 가난한 이들의 처지에서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지요. 또한 여기에는 어떤 영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는데, 선의를 가진 평범한 이웃들이 선을 행할 기회를 가로막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만일 누군가 한 사람이 막대한 돈을 희사한다면, 다른 푼돈들은 의미를 잃어버리기 쉬운 까닭입니다. 하느님은 과부의 동전 한 닢을 더 소중하게 여기십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도로시 데이를 주보로 삼아 인터넷신문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신문의 힘은 오로지 소액후원자의 힘입니다. 신문이 ‘세상의 가난한 이들 가운데 더 가난한 이들을 위한’ 매체가 되려면, 신문의 자산도 가난한 이들의 몫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려는 선한 이들의 정성이 깃들어야 합니다. 내가 낸 한 푼의 후원금이 오늘 신문에 기사를 올라가게 만들고, 기자들의 한 숟가락 밥이 되어야 합니다. 그 밥을 먹고 기자들은 그 선한 뜻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성의껏 취재하고 지극한 기사를 작성합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기사 한 줄이 그대로 하느님과 그분이 사랑하시는 백성들을 향한 기도가 되기를 갈망합니다. 촛불처럼 타오르는 기도처럼, 지금여기 고통에 겨워 신음하는 소리가 줄어들고, 그리스도의 평화가 싹을 틔우길 열망합니다. 그래서 성인들에게 기도하듯이,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독자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습니다. 저희가 내미는 손길을 부디 외면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지난 한 해 동안 후원회 모집을 하면서 현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사정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후원자가 900명 선을 넘어가고, 한 명이던 기자가 두 명이 되고 지금은 6명의 직원이 일할만큼 규모가 자라났습니다. 지금으로선 더 이상 인력을 늘릴 이유가 없습니다. 이제 체계가 잡히고 역할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매달 300여만 원이 부족해서 몇몇 귀한 은인들에게 도움을 청해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들께 한번 이상 도움을 청하기란 사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소액후원자가 300여 명쯤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그 300명 중의 한 분이 되어 주십사 청합니다.

주님의 은총이 여러분 가정과 이 땅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2012년 10월 24일
편집국장 한상봉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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