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모 신부의 복음과 세상 이야기]
1. 신약성서시대
그리스도교 신자, 정확히 그리스도인(Christianos)이란 낱말은 신약성서에 세 차례 나온다(사도 11,26 ; 26,28 ; 1 베드 4,16). 이 명칭의 기원은 다음과 같다. 35년경 일곱 봉사자들의 대표자인 스테파노가 예루살렘에서 순교하자 헬라 유대계 그리스도인들은 박해를 피해서 시민이 50여 만이나 되는, 시리아 지방의 안티오키아 대도시로 와서 유대인들뿐 아니라 이방인들에게까지 전도했다.
40년대 초반에는 바르나바와 바오로가 안티오키아 교회를 돌보았고, 이 교회를 거점으로 삼아 키프로스·터키·그리스에 이르기까지 전도활동을 폈다. 안티오키아의 이방인 시민들이 예수 신봉자들을 역사상 맨 처음으로 ‘그리스도인들’이라고 불렀다. 그 뜻인즉 그리스도의 사람들, 그리스도를 받드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사도 11,19-26). 헤로데 대왕의 손자 아그리파 임금이(사도 26,28), 그리고 박해자들이 우리 교우들을 그렇게 불렀다(1베드 4,16). 예나 이제나 유대인들은 예수 신봉자들을 일컬어 그리스도인들이라고 하지 않고 ‘나자렛 사람들’(Nazoraios의 복수 Nozoraioi)이라고 한다(사도 24,5). 신약성서 시대의 예수 신봉자들은 스스로를 ‘제자들’, ‘믿는 이들’, ‘형제들’, ‘성도들’이라 지칭했다.
2. 사도교부시대

비티니아 속주의 총독 플리니우스 2세가 112년경 트라야누스 로마 황제에게 올린 서간(서간집 10,96)에서 그리스도인들에 관한 보고를 했다. 그 내용인즉, 로마 시민권이 없는 그리스도인이 배교를 거부하면 사형에 처하고 로마 시민권이 있는 그리스도인이 배교를 거부하면 황제께로 압송하여 재판을 받도록 한다는 것, 그리스도인들은 (일요일) 날이 밝기 전에 모여서 그리스도를 위해서 찬송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로마 역사가 타치투스가 쓴 「연대기」 15월 44장 2절에서는, 네로 황제가 로마 시가지를 불 지른 다음 여론이 험악하자 그 비행을 그리스도인들에게 떠넘겨 그들을 모질게 박해했다고 한다.
3. 그리스도인의 정체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와 인연을 맺고 사는 사람이다. 서기 30년 5월 오순절을 맞아 예루살렘에 순례를 와서 예수 그리스도 중심의 공동체를 만든 이들은 예수의 영험한 삶과 그분의 비극적 죽음과 그분의 불가사의한 부활을 깊이 체험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성령을 받아 다짐했다.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살자고. 그러다보면 현세에서 복락을 누리기는커녕 극한상황에서는 예수처럼 비극적인 최후를 맞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바로 예수처럼 부활에 이르는 길임을 확신했던 것이다.
1세기 그리스도인들은 자기네 예수 그리스도 체험을 글로 적어서 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전해주었으니, 곧 신약성서이다. 그러므로 예수의 역사적 실상과 예수를 그리스도·주님·하느님의 아들·하느님으로 받들어 섬긴 저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을 알아보려면 우선 신약성서를 익혀 마땅하다. 그러나 후세 그리스도인들은 신약성서에 드러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상기하고 섬기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네 처지에서 다시 이해하고 다시 체현코자 애썼다. 말하자면 경전의 예수 그리스도를 화석화하지 않고 자기네 삶의 활력소로 삼았던 것이다.
오늘날에 있어서도 모름지기 참다운 그리스도인들이라면 자신들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예수 그리스도의 크신 뜻과 말씀과 행적과 상통하는가 자문하면서 나날의 삶을 꾸려갈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한마디로 예수 그리스도를 자기네 인생의 방향·규범·의미로 삼아서 덧없는 듯한 일상을 뜻있게 살기로 작심할 것이다. 어쩌다 홀로 신앙생활을 하는 그리스도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스도인 절대 다수는 가톨릭·정교회·프로테스탄트 등 어느 한 교단에서 예수 그리스도 신앙생활을 한다.
정양모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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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성신대학(지금의 가톨릭 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1960년부터 1970년까지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에서 유학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1970년부터 2002년까지 광주 가톨릭대학교, 서강대학교, 성공회대학교 등에서 교수로 지냈다. 2005년부터는 다석학회 회장을 맡아 다석사상을 널리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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