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 황은모 논문..말 많은 가톨릭 교회론 한 눈에 비교한다

현재의 가톨릭교회의 모습을 살피고, 가톨릭교회와 나아가 그리스도교의 바람직한 미래 모습을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지난 해 8월 발표된 황은모의 대구가톨릭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요셉 라칭거와 한스 큉의 교회론 비교 분석’이라는 논문이 그것이다. 이 글은 현재의 가톨릭교회를 이끄는 수장(교황 베네딕토 16세)인 요셉 라칭거와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의 미래를 설계하는 신학자인 한스 큉의 교회론을 비교 분석했다.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 라칭거 추기경(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한스 큉

같은 교회, 다른 신학

라칭거와 큉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이끌었던 당대 핵심적 신학자였다. 두 사람은 공의회가 진행되던 시기만 해도 공의회의 개혁을 함께 주도하던 사이였다. 하지만 공의회 이후 이들의 행로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보였다. 라칭거는 공의회 이후 6.8혁명 등 많은 혼란과 사건들을 겪으면서 보수적 입장으로 선회하여 교회의 전통과 체제를 유지하고 옹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면에 큉은 비가톨릭계 학자들과 많은 교류를 통해 자신의 신학적 지평을 더욱 넓히고 공의회에서 선언한 내용들을 넘어서 더 많은 개혁과 변화를 주장해 왔다. 특히 가톨릭교회를 넘어서 교회일치와 종교 간의 대화에 있어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라칭거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가톨릭교회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성급하게' 교회를 개방했으며, 또 많은 이들이 공의회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어서 심각한 혼란을 불러왔다고 여겼다. 공의회 이후 너무나 빠른 개방과 변화 때문에, 가톨릭교회는 가톨릭성을 상실하고, 교회 안에 상대주의, 세속주의, 탈신화화, 정치신학과 해방신학 등 위험한 요소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오고 있다고 보았다. 또 신학이 교도권에서 멀어지는 것은 그 존재기반과 토대 자체에서 멀어지는 것이라고 판단하며, 신학이 결코 신학자들의 사적인 견해가 되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교도권의 권위 아래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한스 큉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에도 끊임없이 교회의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의 신학은 광범위한 역사적 연구와 조사를 통해 교회의 전통에 관한 문제를 언급하는데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많은 학자들과 교류하면서 자신의 신학을 전개했다. 그 중 특히 칼 바르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바르트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이 구원될 수 있다는 철저한 예수그리스도 중심주의를 내세웠는데, 이는 큉의 신학 전개에 기본 토대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에른스트 케제만과 슐라이허마허의 사상과도 많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케제만은 신약 작품들 간의 불일치성과 다양성을 근거로 교회의 획일적인 교의적 체제를 반박하고 신앙고백의 다양성을 인정해야한다고 주장하였고, 슐라이허마허는 역사적인 구조 안에서 초교파적인 신학적 작업을 하면서 ‘역사 안의 인간 예수’에 주목하였다.

큉은 교회론, 그리스도론, 신론, 종말론 등 신학의 분야뿐만 아니라 종교와 문학, 그리스도교와 여성, 교회의 일치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종교 간의 대화와 일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세계평화를 위한 세계윤리를 추진하고 있다.

교황에 대한 견해

라칭거는 교황은 교회가 오류나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보호하고 교회일치운동에 있어서도 일치의 구심점이자 대표자의 역할을 한다고 본다. 그리고 교황의 무류성과 수위권은 이미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인지되어왔다며 전적으로 찬성한다.

큉은 이에 반해 오늘날의 교황의 권한과 무류성에 반대한다. 즉 교황의 역할과 권한은 시간이 흐르면서 권위적이고 독선적으로 변질되었고, 무류성 교의는 로마 교회만의 터무니없는 고집의 결과라고 본다. 그러면서 이 교황의 그릇된 수위권과 무류성 교의가 교회일치운동에도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본다. 덧붙여 큉은 요한 23세와 요한바오로 2세 교황을 비교하면서 참된 교황은 정치적이고 권위적인 힘을 통해서가 아니라 겸손과 섬김의 자세, 형제애를 통한 참된 봉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교에 대한 견해

▲ 한스 큉, 교회, 한들출판사, 2007
라칭거는 주교직에 관한 문제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당시와 입장을 많이 바꾸었다. 주교단의 자치성이나 민주적 의사결정과 같은 합리적이고 수평적인 체제보다 교황과 맺는 연계에 바탕을 둔 수직적 체계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한편 큉은 공의회의 정신에 기초하여 주교의 단체성과 그 권한을 높여야한다고 여긴다. 즉 주교단의 단체성과 자율성을 존중해야 하며, 이를 통해 각 지역의 특색과 요구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즉 주교단이 교황의 독단적 권한에서 벗어나서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체제하에서 자신의 고유한 권한을 확보할 때 교회 내의 자유와 개방, 쇄신과 화합이 더욱 촉진된다고 본다.

사제 독신제에 대한 견해

라칭거는 영적이고 신앙적인 차원의 근거를 통해 사제 독신제를 옹호한다. 즉 사제 독신제는 하느님에 대한 전적인 봉헌이자 헌신의 표지라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의 성소의 위기는 독신제의 의미를 더 잘 살려 나갈 때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큉은 사제 독신제가 교회 안에 성(性)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었으며, 성직자의 권위주의와 권력의 도구로 사용되었고, 교회 일치에도 장애가 되는 요소일 뿐이라며 사제의 '의무적 독신제'에 반대한다.

교회일치에 대한 견해

라칭거는 보편교회가 개별교회들보다 선행하는 존재론적 시간적인 실재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개별 교회들의 일치의 원리로서 성찬례와 교황에게 종속된 주교단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치의 원리를 바탕으로 각 교회들 간의 관계를 정립하고 있다.

라칭거는 동방교회에 대해서, 유효한 성찬례와 주교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들과의 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여긴다. 하지만 교황 수위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일치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성공회 역시 주교단 조직이나 성찬례 등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라칭거는 최근 여성사제직 허용 등 가톨릭과 상반되는 규범을 성공회가 제정하는 것을 지켜보며, 성공회가 다시 가톨릭교회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라칭거는 프로테스탄트(개신교)에 대해서는 유효한 주교단과 성찬례가 없다며 부정적이다. 그는 프로테스탄트를 ‘교회’가 아니라 ‘교회 공동체’라 부른다. 그러면서 프로테스탄트에서 교회의 전통과 교도권을 받아 들여야만 교회일치가 가능하다고 본다. 이처럼 라칭거는 교황과 주교단 그리고 성찬례를 중심으로 교회일치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큉은 예수 그리스도 중심주의를 교회의 일치원리로 내세우고 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지체인 각 개별 교회들 모두가 온전한 교회임을 강조하며, 보편교회 보다 개별교회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또 교황수위권이 교회일치운동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 여긴다. 그리고 중립적 시각에서 각 교회들의 특징과 장단점을 설명하며 일치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큉은 먼저 동방교회는 가톨릭교회보다 교회의 원천을 잘 간직하고 있지만 국가교회주의나 경직주의 등의 위험이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해 가톨릭은 일치된 교계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권위주의와 교의주의라는 위험이 있다고 본다. 

성공회는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모습 사이에서 중용적이고 융통성 있는 변화를 추구해 온 것에 긍정적으로 여긴다. 그래서 성공회의 모습이 가톨릭이 추구해야 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국가에 대한 지나친 결속관계, 각 지역 교회간의 교의와 교리의 불일치는 개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큉은 프로테스탄트에 대해 종교개혁이 복음주의적 패러다임의 시작이라며,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프로테스탄트 안의 분리주의와 근본주의와 같은 불안 요소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그리면서 가톨릭의 보편성과 프로테스탄트의 복음주의를 조화시킨다면 서로가 올바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여긴다.

비교 분석과 결론: 대화와 봉사 

라칭거와 큉은 모두 교회의 직무가 '봉사'라는 데는 일치하고 있다. 그리고 쇄신과 일치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도 공통적이다. 하지만 그 방법에 있어 많은 차이가 있다. 라칭거는 분열과 혼란의 방지와 전통의 수호를 강조하고, 큉은 개방과 자유, 현실적 적응을 위한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둘 다 역사적 근거를 들지만 자신의 입장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 즉 라칭거는 오늘날의 직무의 모습이 초대교회의 모습을 계승 발전시킨 것이라 여기고, 큉은 변질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교회일치운동에 대해 라칭거는 철저한 '가톨릭 중심주의'다. 그에게 교회일치운동의 핵심은 교황의 수위권과 이에 종속된 주교단 그리고 성찬례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교황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이다. 교회일치운동은 다른 교회들이 가톨릭교회에 일치하는 것이다. 반면에 큉은 교회일치운동의 첫 기준으로 예수 그리스도 중심주의를 내세우며 각 종파가 모두 자신과 다른 교회를 객관적이고 열린 자세로 바라볼 것을 강조한다. 모든 종파를 수평적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역사적 사건과 서로의 장단점을 추론해 내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장단점을 비교 평가하여 서로간의 합일점과 일치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라칭거와 큉의 사상은 같은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서로 너무도 극명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과 태도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수는 전통과 권위를 존중하는 분이셨다. 그리고 그것을 완전하게 하셨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전통과 권위에 전혀 매여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들에서 철저하게 자유로우셨다.

교회의 참된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모든 것을 예수님의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분의 영을 통해 이해하고 그분의 마음을 통해 느끼는 것이야말로 교회의 근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민 신부가 말하듯이 오늘날의 교회 내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봉사’야말로 교회의 참된 역할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대화'를 통해 '봉사'라는 자신의 참된 역할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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